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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하얀날개
윤수현 저
한솜 200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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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내가 버린 나
2. 후회! 그것은 아무리 빨라도 후회일 뿐
3. 잃어버린 시간
4. 하얀 해바라기
5. 민 희 (1)
6. 마지막 그 이유는···
7. 어느 봄날의 코스모스
8. 장 마
9. 민 희 (2)
10.모래시계
11. 기다림의 끝
12. 만사휴의
13. 미 늘
14. 세상의 실체
15. 서울의 환
16. 진실, 그것은 어둠의 본성
17. 죽도록 혼자서만 고독하고 싶을 때
18. 하얀 날개

GOOD BYE MY LOVE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18g | 152*221*30mm
ISBN13
9788989444664

책 속으로

신은 더 이상 내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나는 영원히 혼자이고 싶고, 혼자서 죽도록 고독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이제 사람사는 세상에 내가 머물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모두가 나를 버린 것이었다. 이젠 어디로 가야 하나. 망막하고 두려웠지만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어머니···. 흐르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팔순이 넘은 늙으신 부모님조차 못살게 만들어버린 나의 처지는 그 옛날, 고려장을 했던 사람들보다도 몇 배 더 지독한 불효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지금 당장 죽더라도 용서는 바라지 않고, 차라리 돌에라도 맞아 죽더라도 죄송할 뿐이었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었다. 나를 찾기 위해선 서둘러야만 했다. 그런데 자꾸만 내 아버지가 가슴에 걸린다. 순간 순간마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살고 싶다, 너무너무 살고 싶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아버지 ··· 아버지 제발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제발.
아무리 눈을 비벼도 앞이 보이질 않았다.
아버지, 제발 어머니와 함께 내 짧은 하루라도 더 보태어 오래오래 사셔야합니다. 당신 때문에 어머니는 한평생을 가슴 조이며 사셨던 분입니다. 그 썩은 속을 아버지와 저는 꼭 보상해 드려야 합니다. 그 보상은 지금 당신이 꼭 일어나시는 것입니다.

--- pp.323~324

"아이고 내 새끼 왔능가! 이쁜 내 새끼 어디보세. 오메! 많이도 컸네. 이쁜 내 새끼."
아빠 집 앞에서 어쩌면 엄마가 날 여기다 버리고 갈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자꾸만 싫다고 버티다 어쩔 수 없이 엄마 손에 끌려 들어서는데 할머니가 나를 보자마자 꼬옥 껴안고서 서럽게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할머니는 왜 이렇게 슬프게 우는 것일까?'
할머니는 아이고 내 새끼, 이쁜 내 새끼 하면서 자꾸만 이곳저곳을 싹싹 쓸어주면서 슬픈 눈물을 뚝뚝 흘리시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그래, 그래···."
엄마의 눈 속에도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고마워. 힘들었을 텐데 이렇게 이쁘게 키워 줘서 뭐라고 할 말이 없구만이라우. 고마워요, 고마워."

--- p.108

출판사 리뷰

저자는 이 책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 많은 시련과 가슴찟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저자 자신이고,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사람도 결국은 자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술 몇 잔에 취하고 싶었던 어느 날. 나는 죽기 전에 무언가를 꼭 하고 싶다고 은연중에 술기운을 빌어 객기를 부렸습니다. 부끄럽고 염치없는 내 욕심을 다 토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몸부림치는 내 등을 가만히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그 칭얼거림은 내 마지막 유언 같은 몸부림이었는지, 아니면 힘든 세상에서의 혼자만의 도피인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그 말 때문에 내내 가슴 아파 했었다는 것을 알고 너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바보 같은 아내는 자신 때문에 내가 꿈을 잃어 버리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내를 보았을 때 나는 죽을 만큼 미안해서 그 후로 다시는 단 한 번도 내 꿈을 이야기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몇 년이 흘러 삶이 찌들대로 찌들고, 우리 모두가 망막한 낭떠러지에 섰을 때, 갑자기 아내가 내 손에 돈 삼십 만원을 꼭 쥐어 주었습니다. 그것은 아내가 내게 준 마지막 날개였습니다.
이것이 내가 다시 소설을 쓴 이유였습니다.

어느 작은 암자의 창고 같은 구석진 방에서, 하루종일 벗겨진 하늘의 땡볕을 낡은 슬레이트 하나로 이고, 투박하고 정이 많은 젊은 스님이 가져다 준 차디찬 물병 하나를 보듬고, 개처럼 헐떡거리며 그 뜨겁던 여름을 지냈다. 하지만 원고 단 한 장을 쓰지 못했던 나는 내 무능력에 대한 자학으로 얼마나 가슴을 찢어가며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 지난 겨울, 시린 가슴만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오 년여 동안, 열병처럼 쓰고 싶었던 소설을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이 없기에 원고지조차 대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책 한 권은 그때보다 더 허전하고 부끄럽습니다.

아내를 일 년 하고도 한 달만에 만나던 날, 아내는 옛 미소 그대로 나를 반겨 주었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현실의 그늘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에게 부끄러운 내 소설을 보여 주지 못했습니다.
그보다 더 찐하게 가슴 아픈 건, 부쩍 커버린 내 아들이 나를 보고 가끔씩 "하씨, 하씨!"하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돌아서서 얼마나 내 자신을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아빠를 모르고 자랐던 다섯 살배기 내 아들이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빠가 아니라 할아버지 밖에 없어 내게 그렇게 불렀던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내가 죽어도 떠나고 싶었던 복잡한 우리 집에서, 내가 죽어서도 가슴아파 해야 할 내 죄를 덜어주기 위해 내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지금까지 묵묵히 나를 기다렸던 것이었습니다.

순간, 세상의 마지막 미련에 메달리던 개 같은 나를 버려야 했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비로서 혼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지독한 저능아였습니다.
이제 나를 버려야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 것 같아 완벽하게 나를 버린 것입니다.
진짜 살아야겠습니다.
없는 놈이 살아가기엔 호랑이 아가리보다 더 무서운 세상에서, 이제 없는 나와, 그리고 없어 고통받는 모든 우리들과 함께 애증과 이념의 패총 속에서 함께 부대끼며 진정한 그리움으로 살아가렵니다.
죽는 날까지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래야 나 죽어 내 어머니 품에 잠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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