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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개 잦은 지역
2. 방파제 3. 종점 4. 나무를 위하여 5.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다 6. 聖所 7. 운수 좋은 날 8. 문 밖의 여자 9. 썰물 |
고금란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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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엄청안 기세로 도시의 북부지역을 분탕질하고 지나갔다. 방향없이 불어대던 바람은 허술하게 달려있는 간판을 떨어트리고 낡은 천막을 찢었다. 살피가 붙기 시작한 나무들은 제몸 감당이 어려워 드러누웠고,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가로수는 둥치째 뽑혀서 길가에 나뒹굴었다. 삼락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하룻밤 동안 오백 밀리가 넘게 쏟아진 물과 바람이 어질러 놓고 간 일상을 정리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었다. 상류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물로 수위가 불어난 낙동강이 만조 시간과 맞물려 흐르기를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고여 있던 빗물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경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구질구질한 것과 함께 살았는지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수거해가지 않아 벌레들의 서식처가 된 쓰레기며, 재래식 화장실의 오물과 어우러진 빗물은 시궁창 물과 다름 아니었다.
--- p. 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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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삶과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한 아름다운 글쓰기
"글을 쓰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그 무엇이 있을 것 같았다...반드시 풀어야 할 매듭 같은 것, 뚫어야 할 물꼬 같은 것들"
영하의 이른 아침 출근길에서 나보다 먼저 새벽을 시작한 청소부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의 하루 앞에서 숙연해지는 마음 이전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또 없을까? 현자가 이르기를 '비를 맞고 걸어가는 친구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것 보다 더 소중한 것은 친구와 함께 비를 맞고 걸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는 나눔과 베품에 대한 미학, 그리고 삶의 정의가 함께 내포되어 우리의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게 한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독자들 앞에 선 고금란의 이번 단편집에는 그러한 미학과 삶의 정의, 즉 현실적 메타포를 수반한 글쓰기가 훈훈하게 스며 들어 있다. 이 작품 집에서 우리는 오랜시간 긴 삶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수도자의 봇짐처럼 아스라한 시간의 무게를 그대로 느낄수 있다. 빛바랜 봇짐과 마주하는 마음이나 향기같은 것 그래서일까? 그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덧 내 자신은 비탈진 삶의 언덕을 오르내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고금란 소설이 던지는 힘이자 메시지가 된다. 꽃이 아름다우면 왜 아름다운 것인지, 청소부의 아침이 고귀하다면 왜 그러한 지에 대한 질의와 반성은 물론, 소외된 서민들, 상처투성이의 사람들, 그런 가운데서도 끈질긴 삶의 열정으로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잃어버린 하루, 잊어버린 시간들에 대하여> 『바다표범은 왜 시추선으로 올라갔는가』, '그대 힘겨운가요 오늘이』이후 많은 공백 기간을 가졌던 작가 고금란은 "참으로 다행하게도 나는 그 끝없는 목마름과 초조함의 원인이 기실은 더 많은 것을 이루려는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바탕 되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지적인 이해가 아니라 느낌으로 경험했던 것이다" 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