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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Diary of a Madman
The Nose
The Overcoat
How Ivan Ivanovich Quarrelled with Ivan Nikiforovich
Ivan Fyodorovich Shponka and His Aunt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6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14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0140442731
렉사일
1060L(GRADE7~12)?

전문가 리뷰

서지문
지난 가을 북경자전거라는 영화를 TV에서 보았다. 시골에서 상경한 어떤 순박한 청년이 퀵 서비스 회사에 취직해서 자전거를 하나 배당 받는다. 자전거 값을 다 치를 때까지는 심부름 값을 회사와 8:2로, 그 다음부터는 반반씩 나누는 조건이다. 그 청년에게 그 새 자전거는 단순한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약속이고 그의 자존심이며 연인이다. 한달 동안 너무나 열심히, 신명나게 일해서 자전거 값을 막 다 치루고 자전거가 온전히 자기 것이 된 날, 그는 자전거를 도둑맞게 된다. 그것은 그에게는 하늘이 무너짐,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고골리의 외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골리의 가장 잘 알려 진 단편, 『 The Overcoat 외투 』에서 한 정부부서의 서기인 아카키에게 그의 새로 장만한 외투는 그의 재산목록 1호이자 그의 자존심이고 생의 위안이 된다. 매일 정부 문서를 정서하는 것이 임무인 필경사 아카키는 연봉 400루불로 간신히 연명한다. 그런데 그의 외투가 너무 낡아서 더 이상 수선을 해서 입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새 외투를 장만할 길이 전혀 없는 그는 망연자실하지만, 혹독한 쌍뜨 뻬쩨르부르그의 겨울을 외투 없이 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늘이 도왔음인지, 연말의 보너스를 예상보다 많이 받았고, 거기에 힘을 얻어 일년을 식사도 한 끼씩 줄이고 촛불도 켜지 않으면서 생활한 결과 꽤 괜찮은 감의 외투를 장만 할 수 있게 된다. 일년 동안 새 외투를 장만할 생각에 굶으면서도 뿌듯했던 아카키는 새 외투를 입고 첫 출근을 하는 날, 온 세상이 자기 것인 양 벅차다. 동료들도 그의 새 외투를 축하해주고, 그에게 착복식을 하라고 조르지만 가까스로 외투를 마련한 그에게 그런 여유는 있을 수가 없다. 마침 생일을 맞은 그의 상관이 아카키의 새 외투 장만을 축하할 겸 자기 집에서 파티를 열겠다고 하자 모두 환호하는데, 그날 밤 그 상사의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카키는 깜깜한 광장에서 깡패들에게 외투를 빼앗긴다. 외투를 찾기 위해서는 빽 있는 사람에게 부탁해야 된다는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이 추천한 높으신 분을 찾아갔다가 박대를 받고 돌아와서 아카키는 절망에 몸져눕고, 결국 죽고 만다. 그 후, 쌍뜨 뻬쩨르부르그의 밤거리에는 행인들의 외투를 벗겨 달아나는 귀신이 나타나게 된다.

사치와 낭비가 습관화된 오늘날 한국인에게는 외투 하나를 도둑맞은 충격과 상실감에 죽어버리는 아카키의 이야기가 실감이 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빈곤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모든 기대를 투영한 어떤 것을 허망하게 강탈당한 힘없는 자의 슬픔과 절망은 십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골리의 『 The Overcoat 외투 』는 세계의 무수한 단편 중에서 명작 중의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고골리는 러시아의 문호들 중에서 해학적인 묘사가 가장 탁월한 작가인데, 이 작품은 해학으로 인해 애수가 더욱 깊어지는 절묘한 작품이다.

고골리의 단편들을 읽으면 고골리가 20세기 중남미에서 크게 유행했던 magic realism (마술적 사실주의)의 선구자라는 생각이 든다. 『The Overcoat 외투 』에서는 외투를 빼앗기고 상심해 죽은 아카키의 원혼이 나타나고, 『The Nose 코 』에서는 어느날 한 하급관리의 코가 갑자기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는 매끄러운 평면이 되어버린다. 그의 코는, 한편, 정부관리로 가장하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빵 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 The Diary of a Madman 어느 광인의 일기』는, 정신이상이 된 어떤 하급관리가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자기가 스페인왕위의 계승자라고 주장하는 허황한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에 있는 기묘하고 유치한 환상을 잘 보여준다.

고골리의 작가적 역량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은 역시 그의 희곡 『The Government Inspector 감사관』와 장편소설 『Dead Souls』(죽은 영혼들로 보통 번역되지만 사망자 명단 정도가 적절한 번역이겠다)이다. 『The Government Inspector』는 어떤 작은 마을에 정부에서 감사관 (일종의 암행어사)이 파견된다는 소문이 불러일으키는 터무니없는 소동을 그린 것으로 러시아인의 비굴함과 허세, 어리석음과 게으름과 적당주의, 뇌물주의 등 수많은 모순을 터무니없는 웃음을 자아내면서 폭로하고 있다.

장편 『Dead Souls』에서는 어떤 사깃군이 정부보조금을 타내려고 지주들을 방문해서 죽은 농노의 명단을 사 들이는데, 죽어서 아무 쓸모 없는 농노들의 이름들을 사겠다니까 웬 횡재냐 싶어서 팔고 나서, 너무 싸게 판 것이 아닌가, 그 명단이 한몫 잡는 밑천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며 조바심치는 웃기는 군상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고골리는 게으르고 지저분하고 소심하고 탐욕적이고 허세부리는 소련인들을 몸서리치게 싫어했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끝에 가서 아, 러시아,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의 눈을 매료하는 것이 없구나. 그런데 나를 너에게로 이끄는 이 알 수 없는 힘은 무엇인가? …… 나를 부르고, 흐느끼며 나의 심장을 쥐어짜는 이 것이 무엇인가?하면서 그의 나라사랑을 토로하고, 죽어가는 러시아를 구하기 위해서 모두가 합심 정진할 것을 호소한다.

부정과 부패에 골병든 우리나라에 대해 번민하던 20대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그 대목에서 큰 충격과 함께, 못났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내 나라에 대한 고골리의 애착과 연민에 뼈아프게 공감했다.

러시아에서 차별 받는 변방 우크라이나에서 1809년 탄생한 고골리는 20대 초부터 뛰어난 천재성으로 문단의 총애를 받았지만 자기의 문학이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지 못하고 오히려 급진주의자들에게 혁명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30대 중반부터는 더 이상 글을 못 섰다고 한다. 인간의 수많은 결함들을 증오하면서도 그것을 풍부한 연민과 해학으로 감쌌던 이 불행한 작가는 43세 생일을 한 달 앞두고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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