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인간의 다양한 삶을 다양한 글로 기록한 것이고, 문학사는 이를 역사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문학과 역사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문학사를 기술하거나 읽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문학사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하나는 문학을 알기 전에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을 알고 난 후 이를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사를 읽거나 기술할 때는 이 점을 고려하게 된다.
한 인간의 삶은 크고 작은 갖가지 일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일이 몇 가지 있기 마련이다. 작가는 이를 소재로 하여 작품을 만들어낸다. 어디 한 인간뿐이랴. 공동체의 삶에서도 갖가지 일이 일어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일은 문학의 소재가 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개인의 삶은 물론 공동체의 삶을 감상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문학사를 읽는 것은 이러한 개인과 공동체의 삶의 흔적은 물론 그를 구상한 작가의 자취 또한 훑어보는 것이다.
문학사를 기술하는 이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중 하나는 '무엇을 얼마나 상세하게 기술할 것인가'이다. 물론 이 문제는 누구를 위한 문학사를 기술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어느 정도 해결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기술하는 과정에도 이 문제는 쉬이 사그러들지 않는다. 그래서 문학사는 주요 문예사조와 주요 작가 그리고 이들의 대표작을 소개한다는 근본 취지는 같으나 쓰는 이에 따라 그 내용이 굵직굵직해지기도 하고 또는 오밀조밀해지기도 한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 볼 때 전자의 방침에 따라 기술된 책은 일목요연하게 전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을, 후자의 경우에는 특정 작가나 작품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한 인간의 삶을 조망할 때 어렸을 때의 기억은 아스라이 멀어 제대로 복원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으레 기억에 각인된 사건이나 인물 위주로 회상된다. 문학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고대나 중세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많은 것이 어둠에 묻혀 있어 그 시대의 삶의 궤적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고대, 중세 문학사를 기술한다는 것은 횃불을 들고 조심스럽게 어둠을 밝히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그 횃불이 밝을수록 과거의 기억은 어둠에서 나와 현재에 보다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그런 어려운 작업을 동료 김문황 교수가 시작했다. 바로 이 책으로서, 그가 평소 사려 깊게 탐구하며 부단히 학문을 갈고 닦은 데서 우러난 소중한 산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독자층을 일반인과 대학생으로 상정하여 가능한 한 쉽고 친절하게 기술되어 있다는 데 있다. 그것은 러시아 역사상 중요한 사건과 흐름, 주요 작가와 작품을 알기 쉽게 풀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방침은 앞으로 그가 기술할 다른 책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분명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 문학을 이전보다 더 가깝고 친근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고 일(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