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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1960년대는, 그 기점으로서 4월혁명에서부터 종막으로서의 3선개헌에서 10월 유신이라는 과도기까지 나름대로 뚜렷한 성격이 부각됩니다. 1960년대에 부려진 싹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성격을 그대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사회 · 역사학자들의 중론입니다. 현대사의 한 부분인 1960년대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정확히 가늠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를 모색하기 위해선는 필연적으로 1960년대를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황규태의 흑백사진들은 1960년대 중반 그가 촬영해 놓은 사진들에 대한 재해석입니다. 그것은 사진들을 아주 크게 확대해서 그 일부분만을 다시 프린트하는 것인데, 그 확대의 배율은 천차만별이어서, 대부분의 이미지들은 원래의 사진과 전혀 다른 사진이 되어 버립니다. 말하자면 자신의 사진을 재료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 정원에서 열린 연회장의 박정희 대통령에서부터 쓸쓸하고 황량한 도심의 걸인, 도시 근교에서 만난 이름없는 촌부와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수록된 450여 장의 황규태의 사진들은 1960년대 중반(1963~66)을 살아간 인간상들과 풍경을 그대로 노출하거나 부분부분 잘라내고 확대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사진집에 수록된 황규태가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사진들은 결과적으로 1960년대의 시대상을 총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황규태는 그 재해석의 도구로 기존의 사진의 장치가 아니라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합니다. 포토샵은 확대, 축소, 톤조절, 자르기, 합성 등의 암실에서 이루어지는 기능을 모두 데이터로 디지털화한 처리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새로운 보는 장치로서의 기능에 주목하여 포토샵을 암실의 확대기처럼 이용해 보다 가변적일 수 있는 데이터로 되어 있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자르고 확대하여 1960년대의 사진들을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들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나타난 이미지는 1960년대에 사진을 찍을 때에는 전혀 주목하지 못했던 배경 속의 인물이나, 연관성을 상상도 못했던 사물들이 새로운 관계 속에서 새로 태어난다는 매우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진은 어느 한 시대와 사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매채일 뿐 아니라 재해석과 재구성이 가능한 가변적 이미지라는 사실을 황규태의 사진들은 웅변해 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