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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잃은 것은 시력, 얻은 것은 심력 뭉툭한 칼의 지혜 아내의 흰 머리를 염색하며 나만의 즐거움이 주는 커다란 행복 잊었던 꿈의 조각들을 찾아 아버지는 부재중 쉰의 문턱에서 닮고 싶은 삶 젊음에 대한 정의 전화번호부에서 이름과 번호를 지우는 일 자유로운 질주의 꿈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여정 진정한 권위에 대하여 음력으로 살아가기 재즈처럼 산다는 것 달콤소박한 달관 또 다른 자유로운 비행을 위해 찻잎의 부활 속 차고 겸손한 당당함이 드러나는 나이 닷새장의 추억 아비로서 바라보는 결혼식에 대한 소고 설날에 쓰는 유서 직선의 속도와 곡선의 넉넉함 만년필에 어린 추억 2부 잊고 지냈던 본능을 찾아 우표 수집 예찬 제 나이에 맞춰 사는 행복 성을 쌓는 사람은 이동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작은 것에 대한 관심 휴대전화와 공중전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삶을 아는 사람이다 날것으로서의 야성을 위해 천렵의 추억풍경 세월의 무게를 드러낸다는 것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와의 동거 삶의 어쩔 수 없는 필연과의 만남 간판쟁이와 화가 구본웅, 그리고 작가 이상 큰 길을 함께 갈 수 있다면 반가운 희망의 전화 겨울을 맞는 나무의 지혜 편지가 주는 행복 북한산이 좋은 이유 나무가 되고 싶다 내 영혼의 나비가 깨어나기를 진정한 르네상스맨 수도꼭지만 탐내는 고질병 삶의 작은 기쁨 3부 내 삶의 북극성을 찾아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 이상과 현실의 지혜로운 해후 영혼의 벗, 책과 함께 하기 눈 내린 종묘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난 키우기와 무소유 숲이 그리울 때면 반갑다, 친구야 건강한 쾌락주의자 번뇌를 극복하는 길 겨울밤 책 읽는 행복 뜻밖에 찾아온 일탈의 행복 아일랜드 부엌을 꿈꾸는 남자 과거와 화해하기 결대로 살 작은 용기와 지혜 어머니가 그리운 명절 떠나고 나서야 그리워지는 것 애절함을 담은 꽃 상사화 손돌바람의 매서운 한기 속에서 익숙해지는 건 스스로를 잊는 것이다 스스로를 새롭게 엮는 일 마흔의 끝자락에 가지 않은 길을 나서다 |
전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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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곳은 졸보기안경을 써야 하고 가까운 곳은 돋보기안경을 써야 하는 이 어정쩡한 눈이, 어쩌면 조금 일찍 찾아왔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까운 것, 적당한 것, 먼 것을 이 안경, 저 안경, 그리고 맨 눈, 이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게 됨으로써 세상을 그렇게 세 토막으로 쪼개어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게 돋보기를 써야 하는 처지의 유치한 자기 합리화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을 따뜻하게 볼 수 있는 너그러움을 배운다는 점에서 고맙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잃은 것은 시력이지만 얻은 것은 심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잃은 것은 시력, 얻은 것은 심력> 중에서 * 사진을 한참 들추며 옛 추억에 잠겨 있는데, 제가 나온 사진은 거의 없음을 새삼 확인합니다. 늘 사진을 찍는 일만 했지 렌즈 앞에 서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진기 앞에서 어색한 표정과 자세를 만들어야 하는 게 꺼려져서, 그리고 어차피 아이들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일이라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어쩌다 학교에 낼 사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찍은 사진 말고는 예외 없이 저는 부재중입니다. … 어쩌면 아버지의 자리라는 게 그렇게 빈 의자 같은 공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이 앉기 위해 마련한 자리, 그 자리를 위해 옆 눈 가리개를 두르고 앞으로만 치달리는 경주마처럼 달려야만 했던 가장의 자리입니다. 아이들 입학 졸업 기념으로 온 가족이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에서나 겨우 모습이 드러나는 아버지의 자리는 그렇게 느티나무처럼 하나의 배경으로 나타납니다. 그 그늘 아래 모여 쉬고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커다란 나무처럼. 세상의 아버지들이 어쩌면 비슷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고 느껴집니다. 비온 뒤 나무처럼 한 뼘씩 쑥쑥 자라난 자식놈들의 성장이 뿌듯해서 자신의 늙어감은 미처 느끼지 못하는, 그러다가 문득 그들이 자기 머리 위 한 뼘 더 서 있을 때 비로소 섭섭한 감격을 느끼는 아버지들, 뭐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여겨집니다. 가끔은 사진 속에서 온 가족과 함께 활짝 웃고 있지만 이 빠진 어린 것 잇몸처럼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자신의 자리를 바라보며 삶의 덧없음과 신비를 동시에 느끼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입니다. - <아버지는 부재중> * 처음에는 내 칼보다 더 예리한 칼이 있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날카롭게 벼리기 위해 별별 수단과 방법을 다 써봤습니다. 하지만 이내 칼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지혜는 그렇게 늦게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칼을 쓰지 않고 사는 삶을 꿈꿉니다. 가끔은 녹이 슬까 두려워 꺼내어 닦지만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방패막이라고 여기며 만지작거릴 뿐입니다. 아직도 그 칼을 부러뜨릴 자신은 없습니다. 아직은 그 부피만큼 용감하지 못하고 그 무게만큼 지혜롭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칼은 더 이상 칼집에서 나와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저 그만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비겁하게 삽니다. 그러나 그 비겁이 이제는 행복하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 <뭉툭한 칼의 지혜> 중에서 * 어설프게 이 길 저 길 기웃거리고 가본 길도 많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제법 삶을 살았다 자부할 수 있을 만큼 다녔습니다. 그러나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남아 있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여전히 저로 하여금 다시 길을 나서게 만듭니다. 이 길 나서서 언제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숲에서 헤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두근대는 가슴 안고 그 길을 나섭니다. 그길 너무 많아 방황하고 흔들렸던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야 어떤 길이 제 길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일찍 출발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두 길 모두 조금씩은 걸었습니다. 그래서 이 길도 저 길도 제대로 못 걸었는지 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길을 떠나며 여러 갈래 길에서 나침반 하나 들고 그 동안 오랫동안 더듬었던 그 길을 나섭니다. - <마흔의 끝자락에 가지 않은 길을 나서다> * 해거름에 성 마루에 서서 놀을 감상하기보다는 더 늦기 전에 더 먼 길을 떠나는 용기를 갖고 싶습니다. “길을 따라가지 말고 자신의 발자국을 따라가라. 그것이 길이 될 것이다”라는 폴 윌리엄스의 말은 길을 나서는 이에게 큰 격려가 됩니다. 나의 영역을 확보해주는 내 성을 다 허물 용기는 없어도 더 이상 높은 담을 쌓는 어리석음은 되풀이하지 않으렵니다. 성문을 활짝 열고 길을 나서 봅니다. 아직은 두렵고 떨리지만 지금이라도 나서지 않으면 영영 그 길을 가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가고 싶은 길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 <성을 쌓는 사람을 이동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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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올 한 올 세월의 결을 통한 인생의 발견
이번에 마흔아홉의 해를 맞이한 저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의 흔적들에 대한, 그리고 ‘나이듦’에 대한 절망과 안타까움을 더 이상 갖지 않는다. 미술품을 덜컥 구입할 만큼 넉넉하지 않은 그는 10년 넘게 같은 차를 타면서 그 몫으로 형편에 맞는 그림들을 모았고, 값비싼 미술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2년간 형편되는 대로 조금씩 갚아나갔다. 남들은 미래와 노후를 위해 주식과 채권을 살 때, 그는 우표를 수집하며 어렸을 때 취미로 모았던 그 즐거움과 재미를 고스란히 만끽한다. 또한 해마다 유서를 작성하며 어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한 올 한 올 새겨나간다. 그에게 유서는 괄호 속에 남겨진 과거도, 미래도 아닌 살아 있는 현재를 위한 일종의 자기계약서인 것이다. 이런 삶에 대한 그의 만만치 않은 내공은 세상과 삶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의 준비와, 아름다움과 진실, 행복에 대한 자기 자신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자신을 저자는 여전히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인생의 길을 나서는 ‘늙은 청년’이라고 부르며, 그 부조화가 마흔여덟의 자신이 끝까지 삶에 진지할 수 있게끔 해준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