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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책 읽기
여자들의 책 읽기 책 속의 여자 읽기
안미선 저
이매진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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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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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내 모퉁이에서 만난 책, 당신의 모퉁이에서 만날 책

1부 모퉁이에서 날갯짓하다
갇힌 말들의 환한 여행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나를 같이 공유할 친구가 있을까요?
“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주름 잡힌 아버지의 웃음이 나를 본다
혼자 날아봐! 길을 잃는 게 뭐 대수냐
내가 살던 집들에 안부를 묻다
“어머니의 책임은 두려울 정도로 많다”
셋, 둘, 하나 그리고 제주 바다
바람 부는 자리에서 여성들의 글쓰기

2부 경계의 문턱 너머
경계에 다다른 때 읽는 시
이혼할까? 결혼할까?
차가운 시술대 위, 유일하게 따뜻한 것
여성은 어떻게 가난해지는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방법
아가야, 너는 태어나고 싶니?
첫 월경, 그날의 기억
조건 만남을 하는 아이들?
너를 따돌리는 이유
작은 차이를 다시 질문하다

3부 모퉁이 길을 품다
풍경처럼 스쳐간 여자, 하인숙
나혜석의 마지막 독백
엄마의 세월, 여성의 시간
신사임당 동상 앞에서
“내 것도 있어요?”
여자 귀신이 돌아온다
아직도 나목이 살아 있다
당신의 물 깊이를 알고 싶습니다
그 여성들은 무릎 꿇지 않았다
구술 기록에서 만나는 목소리

4부 모퉁이에서 만난 세상
유가족들의 언어, 새로 써가는 기록
우리는 단 한 번도 송전탑을 허락한 적이 없습니다
강이 되어주고 싶은 사람들
백만 원을 넘어선 질문
“위 아 낫 슈즈! 위 아 휴먼!”
덧없는 인생의 맹렬한 허기, 나
청소년, 내가 살고 싶은 집
‘달리’들에게 보내는 인사
몸과 마음에 남은 전쟁의 기억
그 여자의 눈동자, 그 여자의 카트

저자 소개 1

사람들의 기록되지 않은 일과 삶을 책으로 펴냈다. 지은 책으로 《길 위의 간호사: 약자의 편에서 새 세상을 꿈꾸며 걸어온 조옥화의 삶》(산지니, 2026), 《다정한 연결: 나와 당신을 살게 하는 소리 없는 다정함의 기록》(산지니, 2024),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낮은산, 2020), 《그때 치마가 빛났다》(오월의봄, 2022), 《집이 거울이 될 때》(민음사, 2021), 《똑똑똑, 아기와 엄마는 잘 있나요?》(동아시아, 2019), 《언니, 같이 가자!》(삼인, 2016), 《여성, 목소리들: 섹슈얼리티, 가족, 노동, 삶…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오월의봄
사람들의 기록되지 않은 일과 삶을 책으로 펴냈다. 지은 책으로 《길 위의 간호사: 약자의 편에서 새 세상을 꿈꾸며 걸어온 조옥화의 삶》(산지니, 2026), 《다정한 연결: 나와 당신을 살게 하는 소리 없는 다정함의 기록》(산지니, 2024),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낮은산, 2020), 《그때 치마가 빛났다》(오월의봄, 2022), 《집이 거울이 될 때》(민음사, 2021), 《똑똑똑, 아기와 엄마는 잘 있나요?》(동아시아, 2019), 《언니, 같이 가자!》(삼인, 2016), 《여성, 목소리들: 섹슈얼리티, 가족, 노동, 삶…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오월의봄, 2014), 《모퉁이 책 읽기: 여자들의 책 읽기 책 속의 여자 읽기》(이매진, 2016)가 있고,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한겨레출판, 2024), 《당신은 나를 이방인이라 부르네》(후마니타스, 2023)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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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8쪽 | 248g | 128*188*20mm
ISBN13
9791155310762

책 속으로

모퉁이의 함정은 고립이고, 모퉁이가 줄 수 있는 축복은 연결이다. 나하고 닮은 모퉁이는 얼마든지 있었고, 어떤 사람의 모퉁이는 닮아 있었다.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가난과 비참, 희망은 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말하고 세상에 없던 길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길을 내며 가는 사람들은 언제든 있었다. 책은 결국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이고, 그 소리는 우리가 지금 걷는 발자국 소리에 겹쳐 들린다.
--- p.8

여자들에게는 그런 글쓰기가 필요하다. 어떤 장르가 아니라, 아름다운 문체가 아니라, 마음 놓고 숨을 몰아쉴 수 있는 자리, 마음껏 웃고 울어도 되는 자리가 아직도 여전히 필요하다. 어깨에 힘을 뺀 채 바람을 맞고 서면 몸안에 쪼그라들어 숨넘어가던 말들이 물고기의 부레처럼 부풀어 숨을 토해낼 것이다. 사라지는 것은 없으므로 흔적만 남아 있던 얼룩 같은 이야기들도 선명한 색깔을 뿜으려고 꿈틀댈 것이다. 그때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아팠는지, 움츠러들었는지, 아무것도 아닌 채로 용케 살아왔는지.
말들은 바람개비처럼 앞으로 달려가고 말들의 풀무질로 여자들은 또다시 일어난다.
--- p.62

절판된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와 또 다르게 대응해야 하는 현실을 겹쳐 본다. 『아주 작은 차이』가 성적 억압으로 해석하든, 재생산 노동의 불공정으로 해석하든, 제한된 질문 속에서 삶의 편린을 통째로 보여준 여성들의 진솔한 목소리 덕분에 묻혀 있던 경험이 기록됐다. 이 시대에는 새로운 질문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느낌과 생각을 우리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더 많은 여성이, 더 많은 소수자들이 자기가 경험한 세상을 발설해야 한다. 기어이 언어가 된 기억들은 연대하면서 여전히 침묵에 싸인 세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질문을 또다시 던질 테니 말이다.
--- p.109~110

엄마는 대구에 있는 방직 공장에 다니다 1974년에 결혼해 전업주부가 됐다. 국가가 시키는 대로 가족계획을 했고, 정해진 수의 아이를 낳았으며, 대대적인 국가 캠페인에 발맞춰 저축과 절약을 했다. 가부장 권위주의가 강한 농촌에서 친족의 소임을 다하려 동분서주했고, 남편이 직장에 간 사이 집을 지키며 자식들을 길러냈다. ‘가정 경제의 파수꾼’, ‘가정의례 준칙의 실천자’, ‘근대적이고 교양 있는 어머니’까지 엄마는 국가가 제시하는 목표 앞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모성의 실천을 온 힘을 다해 해냈다. 엄마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런 엄마가 〈국제시장〉을 보고 미안해한다. 그동안 너무 한 게 없다고. 남편 덕에 산 세월이니 미안하다고.
그러고는 갸우뚱하며 다시 묻는다. 영화 속 저 아내는 노동자가 아니었느냐고, 저 여자가 산 세월은 도대체 어디 갔느냐고. 엄마는 영화 속의 말 없는 아내를 한 사람의 노동자로, 인간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건 그동안 자기가 한 일을 아무도 몰라줘도 엄마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p.132쪽

보리밭이 사라진 공사 현장에서 할머니들이 소리 내어 울었듯이, 땅을 빼앗긴 인디언처럼 삶의 터전인 내성천이 없어진다고 그 농민은 울었다. 그 앞에서 나도 내성천을 안다고 말하지 못했다. 차마 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내 몸을 적시고 흘러가던 이 강을 쳐다본다. ‘너는 나를 알고 있지, 그렇지?’ 강이 묻고 있다. 물으며 다시 물으며 흘러간다. ‘어디 가 있었니? 돌아오지 않고.’ 흘러가고 다시 흘러가면서 묻는다.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닌데, 너는 너무 멀리 있구나.’ 나는 신발을 신은 채 강 속으로 첨벙첨벙 뛰어 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강과 함께 나뒹굴고 온몸을 적신 채, 아직 강 속에 들어오지 못하고 저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힘껏 부르고 싶다.

--- p.184~185

출판사 리뷰

책 안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 고립을 넘어 연결로 이끄는 책 읽기

헬조선에서 책 안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시간 없고, 돈 없고, 여유 없어 책 못 읽는 여자는 더 위험하다. 안미선 작가는 책 속에서 길을 찾는다. 억압받는 여성들이 놓인 위치와 여성들의 내밀한 이야기와 말 못할 역사를, 나하고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그 사람들을 괴롭히는 억압과 배제의 현실을 돌아본다. 모퉁이의 고립을 넘어 모퉁이의 연결을 꿈꾼다.

‘여자들의 책 읽기’는 위태롭지만 따뜻하다. 혼자라고 느낄 때 책을 만나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맞고 자란 한 여자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하고 함께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의 주인공인 이주 노동자 단골이 많은 골목 안 미용실 정란 씨는 큰 웃음으로 공유할 친구를 찾는다. 일흔 넘은 아버지를 모퉁이 앞에서 돌아보며 『남자의 자리』를 떠올리고, 내가 살던 집들에 안부를 묻는다(『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모퉁이를 돌아 계산되지 않는 여행의 순간(『여행, 혹은 여행처럼』)을 마주하며, 여자들의 글쓰기를 찬양하고 고무한다(『시골생활』).

또한 경계에 다다르면 시를 읽거나(『문턱 너머 저편』), 이혼 또는 비혼을 고민한다(『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목소리를 높여 여성의 물질적 가난(『숨겨진 빈곤』)과 즐거움의 결핍(『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나를 내 몸에서 멀어지게 만든 첫 월경의 기억을 건너(『마이 리틀 레드북』), 거듭 물음을 던지며 우리의 느낌과 생각을 우리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솔직하고 따뜻한 목소리에 가 닿는다(『아주 작은 차이』).

‘책 속의 여자 읽기’는 뒤죽박죽이지만 희망차다. 책 속에서 혼자인 여자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윤희중이 아니라 하인숙의 처지에서 이야기를 다시 쓰고(『무진기행』), ‘영원한 신여성’ 나혜석의 마지막 말을 대신 쓴다(『나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 엄마하고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본 뒤 여성의 시간을 생각하고(『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식모 또는 하녀의 노동을 돌아본다(『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 한 여성의 홀로서기 성장담에 새삼 눈길을 돌리고(『나목』), 억압당하면서도 스스로 살아남은 여자들의 속 깊은 이야기에 귀기울인다(『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이제는 유가족으로 불리는 어머니들의 목소리(『금요일엔 돌아오렴』)와 허락한 적 없는 송전탑을 반대하는 할매들의 외침(『밀양을 살다』)이 겹치고, 백만 원이면 충분하다는 한숨 소리(『비정규 사회』)와 나는 신발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악을 쓰는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의 절규가 아프다(『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 나를 찾아 돌아오는 입양아들의 허기(『덧없는 환영들』)는 집을 벗어난 청소년들의 결핍(『그 집은 나를 위한 집이 아냐』)에 이어지고, 여성들의 몸과 마음에 남는 전쟁의 기억과 아픔(『전쟁과 여성』)은 결속과 연결로 나아가는 몸짓과 눈빛 속에서 극복의 실마리를 찾는다(『육체의 언어학』).

40번의 책타 ― 삶의 모퉁이마다 내 앞에 놓일 한 권의 책
『모퉁이 책 읽기』는 책으로 여자의 마음을 때리는 ‘40번의 책타(冊打)’를 마음으로 받아낸 꼼꼼한 기록지다. 40번 휘둘러 40번 때리니 타율이 아주 높다. 굽이굽이 몸을 틀며 흐르는 내성천처럼 내 앞을 가로막는 모퉁이를 견뎌줄 마음의 맷집을 키울 수 있다. 삶의 모퉁이마다 내 앞에 놓일 책 한 권을 놓치지 말자. 『모퉁이 책 읽기』를 만난 눈 밝은 독자들은 안미선 작가가 그러하듯 자기 삶의 모퉁이에서 잠시 발을 쉬며 또 다른 길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전히 침묵에 싸인 세상에 균열을 일으킬 질문을 던지면, 이제 우리가 살아낸 시간이 우리의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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