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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1
John David Sou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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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디 사우더(J.D. Souther)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앨범
개인적으로 [You're Only Lonely]라는 노래를 처음 알게 된 때는 처음 팝 음악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초등학생 고학년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느 방송국의 FM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아마 1주일에 한 두 번씩은 꼬박꼬박 듣게 되었던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매우 오래된 ‘올드 팝’이라고 착각할 뻔 했다.
'쿵자자작작...' 하는 드럼 비트 위에 흐르는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와 건반 사운드, 그리고 낭랑한 보컬의 울림은 당시 80년대 최신 팝 음악들과는 한참 동떨어진 사운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촌스럽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색다른 서정성으로 느껴졌기에 꽤 즐겨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그 노래의 주인공이 제이 디 사우더(J.D. Souther)라는 아티스트란 것도 알았고, 그가 이글스(Eagles)의 초기 여러 히트곡에 크레딧을 올렸던 유명한 작곡자였다는 것, 그리고 이 곡의 오마주의 대상이 바로 (사망 직전에야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던) 록커빌리 시대의 원로 뮤지션 로이 오비슨(Roy Orbison)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쯤 되면서 여러 팝 음악 잡지를 읽고 난 뒤였다. 하지만 그 시점에도 우리의 FM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이 곡이 가끔씩 흘러나오고 있었으며, 심지어 어느 덧 30대의 중간 지점을 지나가는 지금도 오전에 출근하며 라디오를 켤 때 가끔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듣게 된다. 이렇게 이 노래에 대한 개인적 추억으로 글을 시작한 것은, 1979년에 발표된 컨트리 팝/록 싱글 하나가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긴 생명력을 갖고 ‘All-Time Request’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컨트리 계열의 사운드는 한국의 팝 음악 팬들에게는 아무리 음반사가 홍보 공세를 퍼붓는다 해도 별로 반응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컨트리 아티스트로서 한국에서 음반을 잘 팔았던 아티스트는 거의 팝적인 크로스오버로 전향한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과 리앤 라임즈(Leann Rimes)가 유일하다. 그러나 1970년대로만 돌아가더라도 컨트리 팝은 한국에서 생각보다 매우 인기가 좋았다. 현재의 컨트리 크로스오버가 다분히 편곡을 팝적으로 변형하는 것에 있다면, 그 당시의 크로스오버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포크 록과 연결된 하나의 굵은 음악적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면, 팝 크로스오버로 전향하기 이전의 케니 로저스(Kenny Rogers)와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 비교적 정통파에 속하는 크리스탈 게일(Crystal Gayle) 등은 분명 컨트리 팝이었음에도 당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었다. 결국 이런 기록은 한국의 음악 팬들이 버터 냄새 강한 목소리가 아니라면 대중성만 갖추면 충분히 환영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분위기 속에서 제이 디 사우더의 이 노래도 마치 스모키(Smokie)의 [Living Next Door to Alice]처럼 본토에서의 아티스트의 커리어와는 별개로 긴 생명력을 발휘하며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이 디 사우더를 단순히 노래 한 곡 잘 만들어 반짝 본토에서 인기를 얻었던 원 히트 원더(One-Hit-Wonder)라고 착각하지는 말자. 그는 분명히 1970년대에 미국이라는 한계를 넘어 세계적으로 알려졌던 컨트리 록의 흐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중요한 뮤지션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대로 그와 끈끈한 유대를 맺은 음악적 동지들이 바로 이글스와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e),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였으며, 비록 솔로 히트곡으로서는 나머지 동료들의 명성에 따라가진 못했지만 그도 7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총 4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던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리고 정규 앨범으로는 28년 만에 발표한 이글스의 최근작 「Long Road Out of Eden」(2007)에서 그의 72년 작품인 [How Long]을 첫 싱글로 발표했었던 사례만 봐도 그는 추억을 넘어 팝 음악 역사에서 결코 잊혀지면 안 될 뮤지션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70년대 컨트리 록의 대표곡을 만들어냈던 제이 디 사우더의 음악 여정] 본명이 존 데이빗 사우더(John David Souther)인 제이 디 사우더는 1946년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지만, 곧 텍사스 주 아마릴로(Amarillo)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컨트리와 블루스, 로큰롤에 심취하며 성장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텍사스가 배출했던 최고의 록커빌리 싱어 로이 오비슨(Roy Orbison)의 음악을 좋아했는데, 로이의 양대 대표 싱글인 [Oh, Pretty Woman]과 [In Dreams]에서 느낄 수 있듯, 발라드에서는 컨트리와 포크의 향기를, 그리고 업 비트의 곡에서는 록커빌리와 컨트리가 결합한 제이 디의 음악 스타일은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성년이 되어 LA로 건너가 음악 활동을 하던 제이 디는 그 곳에서 같은 고향 출신의 기타리스트 글렌 프레이(Glenn Frey)를 만나게 되는데, 두 사람은 동향 출신이면서 둘 다 컨트리와 R&B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작은 아파트를 빌려 함께 음악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엮인 사람이 바로 훗날 우리들에게 [Road Out / Stay]로 잘 알려지게 되는 잭슨 브라운이었고, 세 사람은 함께 우정을 다지면서 이후로도 다수의 공동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제이 디 와 글렌이 의욕적으로 결성했던 포크 듀오인 롱브랜치 페니휘슬(Longbranch Pennywhistle)을 결성해 1970년에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제이 디는 음반 제작자이자 훗날 게펜(Geffen) 레이블의 주인이 되는 데이빗 게펜(David Geffen)의 권유로 크리스 힐먼(Chris Hillman), 리치 푸레이(Richie Furay)와 함께 사우더 힐맨 푸레이 밴드(Souther Hillman Furay Band)를 결성해 활동하게 되었다. 한편 글렌은 린다 론스태드의 투어 밴드에 고용되면서 돈 헨리(Don Henley)와 조우했고, 그 밴드에서 만난 멤버들과 함께 이글스를 결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게 되었다고 두 사람의 관계가 금이 간 것은 아니었다. 밴드 가입 직전인 1972년 발표했던 첫 솔로 앨범「John David Souther」에서도 글렌은 기타를 쳐주었고, 그 이후 제이 디는 이글스의 초창기 히트곡들을 작곡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Best of My Love], [Victim of Love], [Heartache Tonight], [New Kid in Town]이 모두 그와 글렌, 돈이 공동 작곡한 트랙들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백업해주었던 린다 론스태드에게도 그는 여러 곡을 주었는데, [Faithless Love]를 히트시킨「Hearts Like A Wheel」이나 이 앨범에도 실려 있는 [White Rhythm & Blues]가 처음 수록된「Living in the U.S.A」에서도 그의 작곡자-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은 컸다. 한편, 솔로 커리어에서는 밴드의 해산 후「Black Rose」(1976) 이후로 잠잠했던 그가 1979년 발표한 3집이자 지금 소개하는 이 음반 「You're Only Lonely」는 타이틀 트랙을 당당히 차트 7위까지 올려놓았고, 그가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에게 주고 듀엣으로 부른 싱글 [Her Town Too]가 11위에 오르면서 그는 솔로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MTV가 대중음악을 이미 지배했던 1984년에 발표한 4집 「Home By Dawn」은 이렇다할 성과 없이 묻혀버렸고, 그는 그 후 23년간 정식 앨범을 발표하지 않고 조용히 은둔하며 대중들의 시선에서 점차 잊혀져갔다. 하지만, 그런 은둔 기간에도 그는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 로이 오비슨을 위해 ‘Roy Orbison and Friends’ 헌정 공연을 기획했고, 1989년 영화 ‘영혼은 그대 곁에(Always)’에서 플래터스(Platters)의 곡을 리메이크한 [Smoke Gets In Your Eyes]를 부르기도 했다. (특히, 이 버전은 국내 FM 영화 음악 전문 프로그램들에서 단골 리퀘스트되어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렇게 90년대와 2000년대 중반까지도 별 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었던 그의 이름이 다시 불려지게 된 것은 바로 2007년 이글스의 복귀작의 싱글 [How Long]에 의한 것이었고, 그 역시 자신의 옛 전우들의 활약에 자극을 받아 25년만의 신보 「If The World Was You」(2008)을 발표하면서 팝 씬에 돌아왔다. 특히, 이 앨범은 정통 컨트리와 재즈-월드 뮤직이 결합한 독특한 작품으로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음악적 절정기에 발표된 그의 대표작「You're Only Lonely」를 다시 들으며......] 실로 오랜만에 이 음반을 다시 플레이어에 걸었을 때, (물론 음반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으나) 그의 활기차지만 특유의 멜랑콜리를 담은 보이스가 여전히 신선하게 들리는 첫 곡이자 타이틀 트랙 [You're Only Lonely]의 매력은 여전했다. 한 마디로 말해 향수와 낭만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전후 배경을 전혀 모르고 이 음악을 들은 혹자는 로이 오비슨의 히트곡 [Only The Lonely]의 표절(?)이 아니냐고 우기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이 곡은 로이 오비슨의 작곡 방식을 철저히 존중하는 방식으로 구현된 오마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방이 아닌 ‘로이 오비슨 록커빌리의 복고적 재창조’로 느껴지는 것은 그의 탁월한 멜로디 감각과 보이스가 1970년대에 부합하는 낭만주의를 첨가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 곡과 나머지 70년대 그의 히트곡이 전혀 분리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게다가 백 보컬로 잭슨 브라운까지 참여해 곡의 하모니를 한층 강화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이 타이틀곡 이후에 펼쳐지는 8곡의 트랙들은 더욱 제이 디 사우더의 음악적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이 당시 얼마나 음악적 감각이 최고조에 올라있었는가를 여실? 확인할 수 있다. 이글스 풍의 포크 록과 서던 록(Southern Rock)의 경계선에 더 가까운 [If You Want My Love]와 아예 글렌 프레이의 참여를 확인할 수 있는 ['Til The Bars Burn Down], 그리고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밴드 시절의 작품 [Trouble in Paradise]의 경쾌함은 현 시대의 로큰롤에게서 어딘가 빠진 듯한 부분을 확실히 채워주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전형적 트래디셔널 컨트리를 지향한 [The Moon Just Turned Blue]나 [Fifteen Bucks]에서 보여주는 강한 컨트리 록의 향기는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음악적 뿌리에 충실한 뮤지션인가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 앨범을 당시에 처음 구입해 들었을 올드 팝 팬들이나, 현재 이 앨범을 새로 처음 접할 분들에게 공히 사랑받을 만한 곡들은 포크-컨트리에 기반을 둔 그의 발라드 트랙들이다. [Songs of Love], 역시 글렌이 함께 작업에 동참한 [The Last in Love], 그리고 린다 론스태드도 불렀던 [White Rhythm & Blues]의 서정성은 발표된 지 30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아름답다. 컨트리 팝-포크 발라드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웅변이라도 하는 것처럼....... 90년대 초반 LP 재발매와 함께 이 음반도 함께 CD로 발매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공교롭게도 발매 30주년이 되는 시점에) 새로 프레싱되는 제이 디 사우더의 대표작 「You're Only Lonely」의 재발매는 여러모로 반가움을 안겨준다. 그 음악적 내용물도 훌륭하지만, 이글스와 함께 1970년대 컨트리 록-웨스트 코스트 사운드의 전형을 보여주는 앨범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 음반을 통해 추억을 되새기려는 음악 팬들에게나, 우연히 라디오에서 [You're Only Lonely]를 듣고 이 음반을 들을 신세대 팝송 팬들에게나 이 음반은 충분히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음악은 세월을 건너도 꾸준히 사랑받는다는 표현은 바로 이런 음반에 써야 적합한 것이다. - 2009. 2 글/ 김성환 (Pop Music Journalist - 뮤직 매거진 Hot Tracks 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