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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해석에 관하여
제1부 사건 사건적 진리로서의 혁명─보편성은 정치와 문학에 어떻게 도래하는가 안티고네의 노래─낯선 시간을 호출하는 목소리들: 김행숙·김언·김경주의 시 아이들, 가족 삼각형의 비밀을 폭로하다─진은영·이민하·김민정의 시 삐딱한 아이들의 희생제의─정재학·이원·황병승의 시 균열, 불면, 기화 그리고 여백은 어떻게 정치적인 것이 되는가 ─김민정·이민하·김행숙·하재연·이근화의 시 무력하고 통속한, 부조리하거나 난처한─권혁웅·이기인·이민하의 시 권태의 섹슈얼리티, 불모성의 시 쓰기─김언희·김이듬·안현미의 시 제2부 시간 역사와 계급 의식, 리얼리즘의 깃발을 들고 일어서다─현대 소설사와 혁명 이 시대의 혁명, 이 시대의 니힐리즘─2000년대 중후반의 문학과 혁명 모더니티와 니힐리즘의 시학─전통과 반전통의 변증법에 관하여 우리의 포스트모던적 모던─미적 모더니티와 시적 아이러니에 관한 에세이 미학과 정치 사이, 대중비평이라는 딜레마─우리 시대의 비평이 처한 한 난처함에 관하여 제3부 존재 어느 지게꾼의 시적 귀향─김신용의 시 외경 혹은 긍휼히 여겨지는 생의 존재들에 대하여─이경림의 시 오, 유한자의 무력한 발설이여─위선환의 시 연애시의 현상학─최정례의 시 땅에다 쓴 시, 더 이상 세상에 매달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최문자의 시 제4부 현상 이토록 문학적인 삶, 당신은 지금 기소되었다─진은영의 「문학적인 삶」 시적 실패 또는 애도의 한 형식에 관하여─장석원의 「동방의 서점에는」 원한의 시학은 고행을 수행할 수 있을까─최금진의 『새들의 역사』 악공(樂工/惡公/Rock工)은 미래의 음악을 살고 있는가─신동옥의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실재와 만나는 희생제의─김근의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얼굴과 이별하다─김행숙의 『이별의 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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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평집에 실린 비평들이 정치적인 것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된다고 하면서도, 재현representation이나 총체성totalite의 관점에서 문학 현상을 이해하는 ‘전통적’ 문학관이나 ‘소통’ 자체를 문학이 성취해야 할 어떤 진보적 대의와 동일시하는 비평 일부의 관점과 충돌하는 듯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반복하건대 내가 의문부호를 다는 것은 문학의 정치성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주의이며, 세계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는 식으로 세계의 존재론적 근거를 확실한 ‘실체’로 확증하려는 조급한 독단론이다. 원리로 환원할 수 없는 완강한 현실이 있고, 지식은 유한하나 세계는 무한하다는 사실(김인환)에 대한 겸허한 수용은 비평가에게도 기본적 윤리가 되어야 한다. 가라타니의 ‘종언론’이 보여주는 현실 인식에 부분적으로 공감하지만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형식의 선언적 담론에 내재한 조급한 독단주의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선언’의 담론 형식은 ‘(지금도 생성 중인) 사건’을 언제나 선언 주체의 관점에서 전적으로 포획하고 근거 지으려 하며, 자신이 선 자리를 ‘하나의’ 관점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과잉된 자아(‘주체’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기 바란다)가 행하는 담론 형식이다. 하지만 확실히 강조하고 싶은 일은 이러한 관점들이 녹아 있는 이 비평집의 주장들이 실천에 대한 어떤 낙망이나 비관론 또는 반대의 낙관론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카프카의 공허와 블랑쇼의 고독, 벤야민의 권태나 바타유의 일반경제나 르페브르의 아이러니가 그러했던 것처럼, 또는 김수영의 사랑이나 최인훈의 관념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는 세계의 존재론적 공허를 직시하면서도 그 위에서 새로운 정치를 개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겸손하게 탐색하고, 나아가 정치 자체를 새롭게 ‘발명’해야만 한다. 물론 이는 사물화된 제도 정치를 넘어서, 보이지 않는 삶의 에토스를 쇄신하고 개인의 모럴을 창조적으로 정초하는 일을 포함한다. 비평은 잠재태로 존재하는 텍스트의 가능성을 현실태로 바꾸는 해석학적 기투를 통해 이러한 일들에 개입하는 ‘사건’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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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으로 열어 밝히는 텍스트의 잠재성
새로운 문학을 위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그리고 전망 30대 신예 비평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축에 자리한 비평가 함돈균의 첫 비평집『얼굴 없는 노래』가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발간되었다. 「아이들, 가족 삼각형의 비밀을 폭로하다」를 문예중앙 봄호(2006년)에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2년간의 글들 중 가장 핵심적이고 담론적인 23편의 글을 모은 이번 평론집 『얼굴 없는 노래』는 2000년대 초입을 뜨겁게 달군 ‘젊은 시’의 한 단락을 정리하여 한국 시단을 전위적인 담론의 자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건, 시간, 존재 그리고 현상 『얼굴 없는 노래』는 “비평도 역사적 사건”이라는 김우창 교수의 명제를 분석하며 시작한다. 비평을 ‘주석’이 아닌 ‘해석’으로 받아들이는 저자는 니체의 능동적 해석학의 입장을 취하며 비평(해석)은 텍스트-세계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스스로 세계의 ‘어떤 효과’가 됨을 천명한다. 즉, 비평은 텍스트에 대한 사후적 주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기호가 되어 텍스트의 기호들과 맞선다는 것이다. 이로써 (해석적)비평은 그 스스로 역사적 사건이 되며, 텍스트의 잠재성을 밝혀내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새로운 기호를 생산하기 위한 실천의 한 방식이자, 지나간 사건을 현재로 호출하고 오지 않은 사건을 ‘예견’하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일견 도전적으로까지 읽히는 이러한 시각은 비평문학의 미래이라는 입장에서 하나의 가능성으로 읽힌다. 텍스트와 비평의 대등한 지위, 텍스트와 비평의 싸움에서 저자가 얻어내려는 것은 ‘승리’가 아닌 새롭게 호출되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으로 비평가 함돈균은 2000년대 문학, 그중에서도 시에 접근한다. 미래파라고 명명되어온 그들, 젊은 시인들의 ‘새로운’ 텍스트를 해석하기 위해서 저자가 호출하는 것은 “안티고네의 목소리”이다. “안티고네의 목소리”란, 폭압적이고 클리셰한 여기-지금의 언어가 아닌, ‘죽은 자들의 목소리’이다. ‘죽은 자들의 목소리’는 사라진, 잊힌 것이 아니다. 이는 신들의 법이기도 하며, 다른 세계의 질서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목소리를 갖은 것이 2000년대의 새로운 언어체계, 새로운 문학이다. 지금의 문학은 낯익은 목소리를 읽어내는 기존 질서로는 읽을 수 없다. 오로지 새로운 방식으로, ‘텍스트의 주석’으로의 지위를 버리고 ‘해석’이라는 태도로만 읽어낼 수 있다. 비평집 『얼굴 없는 노래』 2천년대의 언어 현상, 그 전위에 놓여 있는 시들과 ‘얼굴 없는 목소리’로 대화를 시도한다. “아포리즘적인 언어보다는 무지하지만 삶의 공허를 직시하고 그것을 무의식적인 견인주의적 언어”에 귀를 기울이며 “이데올로기에 침윤된 공교로운 말이 아닌 순정한 무의식을 보존하는 말들”에 관심을 갖는 저자의 비평적 태도는 핵심적이고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을 제시할뿐더러 ‘새로운 문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이해를 보여준다. 1부 사건은 권혁웅·김행숙·이민하·진은영·김언·김경주 등 한국 시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 젊은 시인들에 대한 비평들로 꾸려져 있다. 진은영·이민하·김민정의 시를 ‘아버지-어머니-나’라는 가족 삼각형의 폭로와 해체로 분석하는 등단작, 「아이들, 가족 삼각형의 비밀을 폭로하다」를 포함한 7편의 비평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문학, 시를 하나의 현상이 아닌 ‘거대한’ 사건으로 파악하는 함돈균 고유의 시각을 잘 확인할 수 있다. 2부 시간은 문학론 전반을 다룬다. 한국의 리얼리즘 소설의 계보와 혁명사를 밝힌 역사와 「계급 의식, 리얼리즘의 깃발을 들고 일어서다」를 비롯 이장욱·하재연을 니힐리즘의 새로운 전통으로 분석하는 이 시대의 혁명, 이 시대의 니힐리즘 등 다섯 편의 비평들이 들어 있다. 3부 존재는 김신용·이경림·위선환·최정례·최문자의 시를 분석한다. 4부 현상은 진은영·장석원·최금진·신동옥·김근·김행숙의 최근 시집들과 그들의 사유를 분석하는 글로 꾸려져 있다. 함돈균은 머리말에 해당하는 프롤로그에 “새로운 정치를 개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사물화된 제도 정치를 넘어서, 보이지 않는 삶의 에토스를 쇄신하”는, “잠재태로 존재하는 텍스트의 가능성을 현실태로 바꾸는” 것이 비평의 역할임을 밝히고 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텍스트와 대등한 지위로의 비평 그리고 이에 대한 실천이 비평집 『얼굴 없는 노래』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