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Gay Hendricks
|
나는 여전히 찜찜한 느낌으로 그 사건을 다시 떠올렸다. 눈을 감고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감각을 소환해야 할 때가 가끔 있다.
콕 쏘는 향기가 코를 가득 채웠다. 잘못된 호흡과 깊은 포트홀,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걔를 찾아주시오. 아직 어린애야.” 차에서 내려 우리 집 거실까지 9미터를 씩씩거리며 걸어온 마브 루돌프는 내게 몸을 바짝 기댔다. 초밤과 담배 냄새가 섞인 악취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 탱크가 소파 아래로 달려 들어갔다. 아마 같은 이유인 것 같았다. “그녀를 다시 찾아달라는 뜻은 아니지요?” “어떤 뜻이든 상관없어.” 마브는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그의 16살 난 딸 하퍼에 대해 자세히 말한 적이 있다. 여섯 달 전, 그녀는 가족이 사는 맨션을 뛰쳐나가 어둠의 세계―이 경우엔 스키드로 근처의 아담 거리 였다―를 맛보기 위해 처음으로 가출을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딸이 브론코 포트레라스라는 마약밀매상과 함께 시내 구석진 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브가 사진을 건네주었다. 자세히 보았다. 하퍼는 엄마를 닮은 것이 틀림없다. 하트형 얼굴에 검은 곱슬머리와 커다란 회색 눈을 지닌 소녀였다.……(중략) 카펫이 깔린 구부러진 계단을 올라가니, 3개의 문이 있었다. 그중 두 개는 약간 열려 있었다. 복도 끝에 있는 잠긴 문으로 가서 목재 문에 귀를 댔다. 흥분한 목소리. 하나는 낮고 하나는 높다. 다투고 있는 건가? 살짝 문을 열었다. 나체의 근육질 남자가 가냘픈 젊은 여성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경보가 울렸다. 2-6-1! 2-6-1! 성폭행!……(중략)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 바람에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탱크가 무릎에서 뛰어내렸다. 목과 어깨를 돌렸다. 사건을 온전히 회상할 때면 난 약간 멍해진다. 특히 사건을 해결한 지 한참 지난 후엔 더 그렇다. 휴대폰을 들고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안녕, 형사님.” “안녕, 텐. 어떻게 지내?” “그냥 그래, 빌. 그러저럭 잘 지내. 데크에 나와 멋진 석양을 즐기고 있어.” “염장을 지르는군.” 빌 보해넌, 강도/살인 부서의 LAPD 형사다. 그는 나의 전 파트너이자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그와 나는 우리를 죽이려는 폭력배에게 총을 겨누며 남자끼리의 유대를 극한까지 나누는 등, 온갖 난관을 함께 겪어냈다. 최근 그는 사무업무로 전환했다. 나는? 난 직업을 바꿨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 텐. 어젯밤에 골치 아픈 사건이 발생했어. 유명한 할리우드 제작자가 죽었어.” 피부가 따금거리기 시작했다. “서장님이 너에게 전화해보라더군.” 당연히 그랬겠지. “피해자 이름은 루돌프야. 마브 루돌프.” 당연히 그렇겠지. --- 본문 중에서 |
|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진 두 개의 사건?!
아름답고 화려한 스타의 도시, 할리우드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사건! 티베트인 승려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의 사원에서 승려로 자라온 텐. 어렸을 적 동경하던 셜록홈스를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와 경찰이 되었고, 지금은 사설탐정이 되었다. 텐은 기존의 탐정들과는 달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법칙에 따라 사건을 해결하는 독특한 매력의 탐정이다. 로스앤젤레스의 사설탐정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텐은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 마브 루돌프가 가출한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수사에 들어가고, 마브의 딸을 찾아낸다. 하지만 집을 가출했던 딸을 무사히 찾고 6개월이 지났을 때, 마브 루돌프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살인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텐의 수사가 펼쳐진다. 그리고 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른 나이든 독지가 줄리어스 로젠을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줄리어스 로젠이 텐에게 2차 대전 중 잃어버린 자신의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 것이다. 이렇게 두 개의 사건을 수사하던 텐은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았던 이 사건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흔들리는 우정, 오랜 아버지에 대한 분노, 연애 콤플렉스…… 이 혼돈의 심리 속에서 ‘진실은 선입견 너머에’ 있다는 것을 깨닫다. 그렇게 텐은 사건을 해결해 나가지만 아버지로 인해 연락이 끊긴 친구들, 그로인한 아버지에 대한 해묵은 분노, 실패했던 연애의 콤플렉스 등으로 텐의 심리는 복잡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덩달아 사건의 해결은 점점 어려워져 간다. 그 순간, 텐은 자신의 두 번째 법칙을 생각하며 그 모든 것들과 정면대결하기로 결심하고 마침내 진실을 깨닫는다. 전작인 『첫 번째 법칙』에서 여러 사건이 만나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이번 『두 번째 법칙』에서도 사용된다. 하지만 1권보다 더 짜임새 있고, 새로운 등장인물로 인해 사건은 더 흥미롭고 긴박하게 흘러간다. 또한 할리우드라는 미국의 부유하고 화려함의 상징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사건은 그 아름다움 속에 감춰져 있던 추악하고 탐욕적인 인간들의 맨얼굴을 보여주며 한층 더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흡입력 있게 만든다. 그리고 책의 제목처럼 자신만의 법칙을 하나씩 만들며 그 안에서 생기는 혼란과 갈등을 이겨내고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 또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첫 번째 법칙』을 읽는 독자라면 반드시 이 책 『두 번째 법칙』을 읽어봐야 한다. 더욱더 미스터리해진 사건과 한층 더 성숙해진 주인공 텐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텐의 추리세계로 다시 한 번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될 텐징 노부 미스터리 시리즈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