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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힘든 아내
훌륭한 아내 여자 화장실 화난 김에 야구를 잘 몰라요 남자의 뒤처리 보물 훈계 격언을 믿지 마라 검은 스웨터 이러지 마세요 남자의 술주정 서로를 알다 남자의 S 여자의 세 가지 즐거움 도토리 키 재기 종이연극 운명의 장난 불쌍한 여류 작가 술을 따르다 악역에게 포상을 못된 마음으로 자립한다 염병할 여자가 끼어들면 흥이 깨진다 옛날 여자 한가한 인간 보디 브러시 학교 신기록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 지울 뿐 원자력 발전소의 무서움 남자가 재미있어하는 것 부부의 수다 남자가 한창일 때 여자가 한창일 때 부부싸움 하는 방법 아내의 복수 나쁜 벌레 안 좋아 노처녀 재판 집단 출가 밤의 술집 이야기 파도타기 대중 현대 여자 귀차니스트 미국의 와카 해설-쓰치야 겐지 옮긴이의 말 |
Seiko Tanabe,たなべ せいこ,田邊 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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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이 직면하는 매일매일의 페미니즘
다나베 세이코는 신문이나 잡지,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접한 다양한 사건 사고, 혹은 작가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일상을 소재 삼아 개개의 이야기 문을 연다. 세상의 그 수다한 사건 사고, 작가 자신의 사적 에피소드란 대개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둘러싼 것이다. 『하기 힘든 아내』에서 작가는 세상의 적절한 균형을 위해 분투한다. 그 균형이란 남녀의 권리와 인식의 균형이다. 작가는 그 균형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특유의 넉살 좋은 태도로 일관한다. 남녀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발언하면서도 연애소설을 통해 고도의 감수성과 재치를 보여 준 작가답게 그러한 기류들을 문학적 풍취로서 풀어낸다. 다나베 세이코는 낙선한 어느 여성해방 운동가에 쏟아지는 보수 언론의 비난에 맞서 “머리가 딱딱하게 굳은 고루한 인간이 많고, 또한 안달복달하며 최대한 여성을 압박하려 드는 반동 세력이 날뛰는 세상에서는 난폭한 여자 무사가 있어야지, 안 그러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일침을 놓고(‘훌륭한 아내’), “남성 비평가도 그렇고 남성 작가도 그렇고 ‘여자가 하는’ 일은 늘 몇 퍼센트쯤 빼기를 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여류 작가의 애환을 토로하기도 하고(‘불쌍한 여류 작가’), 관계나 학계나 정계가 거의 남자들의 성역이 된 건 남자들이 실로 해괴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면서 “이걸 하나하나 타파해 가려면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남자의 뒤처리’). 뭐 그렇게까지 정색할 거 있습니까 정색하고 이런 쓴 소리를 힘주어 말할 때, 뭐 그렇게까지 심각할 거 있냐며 “젠더 문제를 남녀의 잠자리 문제로, 사회 비판을 음담패설로 바꿔 버리는 패악을 저지르는” 인물이 가모카 아저씨다. 가모카 아저씨는 『여자는 허벅지』에서 다나베 세이코 자신인 오세이 상과 만담 수준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기막힌 조합을 보여 준 인물이다. 작가는 일종의 문학적 기교, 이야기의 밸런스를 위해 가모카 아저씨를 등장시키는데, 이 캐릭터는 지극히 평범한 1980년대 당시 남성의 의식을 대변한다. 다나베 세이코는 어쩌면 평범한 중년 남성과의 대화를 통해 당대의 여권에 대한 사회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작가가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고, 남성들의 고루한 의식을 꼬집고, 여성의 권리와 자유, 성적 능동성”을 힘주어 말해도 무엇보다 집 안의 한 남성(가모카 아저씨는 책 속에서는 옆집 아저씨로 설정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나베 세이코와 서른여섯 해를 함께한 그녀의 남편이다)을 설득하는 것조차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가모카 아저씨가 여성의 우군 ‘남자 잔 다르크’를 자청한다 해도 말이다. 서로의 생각이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고 신랄한 비평이 따라 붙을 때도 있지만 세상사에 대한, 남녀 관계에 대한 두 중년의 타협하는 듯 눙치는 듯, 그러면서도 할 말 다 하는 입씨름은 여전히 팽팽하고 흥미진진하다.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왜 좋은가 다나베 세이코의 에세이를 보는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작가로서의 일상, 세상 물정에 대한 감각, 가치관 등 소설에서는 좀처럼 선명하게 감지되지 않는 부분이 어떻게든 드러난다는 데 있다. 그녀의 에세이는 소설적 장치(‘오세이 상’과 ‘가모카 아저씨’라는 캐릭터 설정)가 있긴 하지만 마치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나베 세이코는 스스로를 쿨하게 게으름뱅이라고 말한다. 여러 날 글을 쓰지 않고 있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고 연필을 어떻게 쥐는지조차 잊고 흘러가는 구름을 한가롭게 바라보는 사람. 늘 원고 마감 기한을 못 맞춰 출판사 편집자에게 미안해하면서도 게으름만 피우려 들고 밤이 되면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쌩쌩해지는 사람. 다나베 세이코의 이런 솔직하고 소탈하고 느긋한 성격에서 비롯된 관조와 그녀 특유의 익살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이러지 마세요’ ‘악역에게 포상을’ ‘염병할’ ‘한가한 인간’ ‘지울 뿐’ ‘파도타기 대중’ ‘현대 여자 귀차니스트’와 같은 글에서 인간의 습성을 관찰하고 그걸 예리하게 짚어 내 문학적 재치와 유머로 풀어 가는 다나베 세이코의 재능이 얼마나 근사한지 무릎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주 사소하고 작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밖에 없는, 혹은 예상치 못한 소재와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골몰하는 그 태도에서 세상과 인생과 사람의 이치에 대한 기막힌 ‘발견’이 탄생한다. 문학을 위한 특별한 소재가 있는 게 아니라 무엇이 됐든 문학적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한 것임을 다나베 세이코의 에세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어깨 힘을 빼고, 젠체하지 않고 다나베 세이코는 일본의 대표적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에 1971년부터 1990년까지 20년에 걸쳐 칼럼을 연재했다. 엄청난 연재 기간을 자랑하는 이 칼럼은 연재 직후 15권에 이르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칼럼은 일본에서 지금도 여전히 두고두고 읽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고, 소설가 미야모토 테루는 “다나베 세이코 씨의 대단함을 가장 많이 느꼈던 작품이 바로 『슈칸분슌』에 연재한 에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기 힘든 아내』는 그 칼럼 중 1980년대에 쓰인 글을 골라 엮은 것이다. 조금 오래전에 쓰인 글이지만 작가의 사회적 문제의식이나 비판의 지점은 여전히 현실성을 갖는다. 다나베 세이코는 세상살이의 ‘정답’을 조급하게 내놓고 단언한다는 게 어리석고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사려 깊게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고, 좌우를 잘 살핀다. 무엇보다 작가는 어깨에 힘을 빼고 젠체하지 않는 어른의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에 읽는 사람도 부담 없이 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인간의 어리석음과 천박함을 무자비하게 들춰내지만, 그 근저에는 언제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다. 더구나 그렇게 지적할 때 체면을 생각하고 허세 부리는 일이 없기 때문에 독자의 마음 밑바닥까지 가 닿는 설득력이 있다.”(‘해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