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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적의 침입으로 지옥과 같았던 하루를 보낸 도촌리. 의병들의 활약으로 왜적은 소탕되었지만 주민들에게 남겨진 상처는 쉬이 사라지질 않는다. 나무에 목을 매단 한 여인의 밑에는 저 세상으로 떠난 부인을 타박하는 남편과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울어대는 아이가 있다. 어떤 이들은 주변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조용히 이사를 떠난다. 불과 하루 사이에 생긴 일이건만 그 상처는 너무나 크다.
마을 최고의 유지인 안 진사댁 또한 사정은 다를 바 없다. 안방마님은 치욕의 순간 목숨을 버렸다. 안 진사의 아들 안정환은 나날이 술독에 빠져 자신의 신세에 대한 한탄만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새아씨 영임의 위패는 보이지 않는다. 대들보에 목을 매달아 그 집 귀신이 되려 했건만 안 진사는 영임을 집에서 쫓아버린다. 나무에 목을 매고 돌덩이를 들고 물에 빠져 저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보려 했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번번이 삶의 문턱으로 되돌아온다. 이도 저도 못한 채 상원사에서 목숨을 유지하고 있건만, 자신의 신세에 대한 한은 풀리질 않는다. 뒤늦게 영임이 왜적의 아이를 가졌단 얘기를 들은 똥스님은 돌쇠에게 부부의 연을 만들 것을 부탁한다. 또 혜령은 정인홍의 성은을 받아 아이를 갖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1년 후 두 명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 정하림과 희정이다. 시간은 흐르고 정유재란이 벌어진다. 이순신 장군이 투옥되었고, 백성들의 원성은 잦아들 줄을 모른다. 세상을 향해 칼을 놓았던 칼을 집어든다. 세상은 다시 새로운 혼돈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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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계의 진정한 장인, 정열의 작가, 권가야의 불꽃 같은 역사극화가 시작된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간직한 <남한산성>이 대서사 만화로 생생하게 살아난다! 한국만화의 역동성을 보여줄 이야기의 힘! 그림의 매력! 소설 <남한산성>과 비교하라! 역사는 이야기의 보고(寶庫)다. 권가야의 <남한산성>은 (재)부천만화정보센터가 지원한 경기도 기전문화원형 만화창작화사업의 첫 결과물이다. 만화전문출판사 거북이북스에서는 한국판 그래픽노블을 꿈꾸며 탁월한 필력을 가진 권가야 작가와 함께 역사 속 이야깃거리를 찾았다. 무수히 산재한 경기도의 기전문화원형 중에서 시대의 줄기를 타고 이야기가 겹겹이 쌓인 ‘남한산성’에서 소중한 문화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남한산성’은 민족의 한(恨)과 치욕과 불멸의 혼(魂)이 한데 서린 역사의 현장이다. 말랑말랑한 웹툰이 넘치는 만화계에 선 굵은 서사만화의 귀환이 오히려 반갑고 신선하다.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창출하고 연출의 묘미를 장쾌하게 살린 <남한산성>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임진왜란에서 병자호란까지 질곡의 역사가 절절하게 이어지며 가슴을 때릴 대서사만화! 바로 <남한산성>이다. 권가야는 만화계에 숱한 화제를 뿌린 <해와달>, <남자이야기>의 작가다. 개성으로 튀는 캐릭터 설정과 상상의 극한을 보여주는 스토리, 치밀하게 파고드는 그림의 디테일로 단숨에 만화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권가야의 작품은 집요함과 치열함의 산물이다. 독특하고 화려한 연출과 사실적인 묘사, 철학적 사유가 물씬 묻어나는 스토리, 시처럼 운율을 이루는 현학적인 대사는 흉내 낼 수 없는 매력을 뿜어낸다. 신작 <남한산성>은 권가야의 새로운 시도이며 도전이다. 그 누구와도 그 무엇과도 닮지 않은, 권가야만의 스타일을 보여줄 작품이다. 가벼운 웹툰이 트렌드인 시대, 선 굵은 대서사 역사만화의 귀환이 반갑다. 66년생이니 20년 넘게 만화를 그려왔는데 이야기에 대한 진지한 탐구, 그림에 대한 우직한 열정, 사소한 한 칸에도 목숨 거는 미련함은 한결같다. 이런 만화가가 있어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