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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박영근 시선집을 묶으며(백무산 · 김선우)

제1부 솔아 푸른 솔아
서시
편지-어머니에게
솔아 푸른 솔아-백제 6
고향의 말 4
취업 공고판 앞에서
아버지는 잠들 수 있을까
서울 가는 길
소원-점례 이야기
智異山 4
눈먼 새
폐업

제2부 그 방
노래
빙벽
꿈속에서
CF를 위하여
천지를 생각하며
띳목에서
변산 기행
그 방
희망에 대하여
산울음
강의 꿈 1
눈물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십일월
동암역 근처

제3부 게 한 마리 가고 있다

늙은 산
저 꽃이 불편하다
해창에서
봄빛
게 한 마리 가고 있다
월미산에서
절정
흰빛
카타콤
나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봄비
꽃들
함흥집
어머니
물의 자리

제4부 몽골 초원에서

김수영 시비를 보며
임시 묘지의 시
물소리
자술서
겨울 선두리에서 2
눈길
몽골 초원에서 3
결핍
가을비
슬픈 눈빛
폐사지에서 1
인제를 지나며
이사

발문 ‘솔아 푸른 솔아’와 박영근 시인(김이구_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저자 : 박영근(朴永根)
1958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981년 『반시(反詩)』 6집에 시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취업 공고판 앞에서』(1984), 『대열』(1987), 『김미순傳』(1993),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1997), 『저 꽃이 불편하다』(2002), 산문집으로 『공장옥상에 올라』(1983),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2004) 등을 펴냈으며, 제12회 신동엽창작상(1994), 제5회 백석문학상(2003)을 수상했다. 2006년 5월 11일 타계했다. 2007년 유고시집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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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5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88g | 124*194*20mm
ISBN13
9788982181306

출판사 리뷰

우리 시대의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 시인
박영근의 58편 시 모음


고백하건대 나는 「어머니」 「흰 빛」 「길」 「눈이 내린다」 등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속으로 울었다.(신경림, ‘제5회 백석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결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은 그의 내성(內省)의 진정성이야말로 세기의 전환기에 우리 삶이 지불했던 역경과 도정의 쓸쓸함까지를 시적 성숙과 감동으로 이끌어낸 것이 아니겠는가.(황지우)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노랫말 원작자인 故 박영근(1958년~2006년) 시인 3주기를 앞두고, 1984년에 출간된 첫 시집부터 2007년에 묶은 유고시집까지 여섯 권의 시집에서 58편의 시들을 골라 엮었다.


‘눈물’과 ‘어머니’의 시인, ‘내성(內省)’의 시인

새떼들이 날아가고 있어요, 어머니
들판의 가득한 벼포기들도 오늘은
내 앞에서 자꾸만 흔들리고 있어요. 보고 싶은 어머니
만나야 할 얼굴들도 웬일인가요
고개 숙이고 내가 없는 곳으로
더 먼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가위질에 부르튼 손마디는 더 시리고
자꾸만 어디선지
눈물이 나네요, 어머니
외롭습니다.

- 「편지-어머니에게」 전문

이 시의 화자는 가위질에 손이 부르튼 사람이니, 농촌에서 상경해 피복 공장에서 일하는 십대 처녀일까? 흔히 노동시인, 노동자 시인, 민중시를 쓰는 시인으로 불려온 박영근 시인의 초기 시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지만, 시인의 목소리는 시대나 계층의 대변자로 나서고 있지 않다. 이 시가 담고 있는 정황과 심사는 박영근 시인에게는 체질적이라 할 정도로 매우 익숙하고 동질적인 것으로 다가온다. 대상을 ‘바라보는’ 자리에서가 아니라 대상 속으로 ‘들어가’ 노래하는 것이 서정시의 본령일 것이요, 그런 의미에서 박영근은 노동시인, 민중시인의 자리에 설지라도 거의 생래적일 정도로 서정시인의 호흡을 놓지 않는다.
이 시인의 ‘눈물’과 ‘어머니’의 세계는 ‘민중’이라는 범주로 대상화, 특권화할 세계는 아니요, 1970년대 이후 이땅의 보통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실상에 대한 애착이자 일종의 자기애의 표현이다. 따라서 박영근의 시는 이후 점차 세계와의 깊어지는 불화(不和)를 내면에서 새김질하며, 고통을 내성으로 감내하기 시작한다. 「CF를 위하여」 연작과 「천지를 생각하며」 와 같은 작품들에서 자본주의의 첨병인 광고에 대한 응시와 더불어 분단 현실에 대한 성찰이 겹쳐지고 있는바, 그는 내성으로 침잠해 들어갔다기보다 자본주의의 삭막한 독주와 일그러진 가난한 일상들, 착잡한 분단 현실을 시인이 마땅히 회피하지 말아야 할 주제로 끌어안고 문자 그대로 ‘사투’를 벌였던 것이다.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시인의
잊을 수 없는 목소리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대한민국 사람으로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해 대학가 집회나 거리 시위 등에서 주로 불리던 이 노래는 절절한 호소력을 바탕으로 널리 확산되어, 이른바 386세대를 중심으로 「광야에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등과 함께 애창곡으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이 김남주의 시로, 「우리가 어느 별에서」 가 정호승의 시로, 「타는 목마름으로」 가 김지하의 시로 만들어진 노래인 것처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가 박영근의 시로 만들어진 노래임에도 이러한 사실은 분명하게 밝혀져 오지 않았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는 「솔아 푸른 솔아-백제6」 을 근간으로 하여 박영근의 시 여러 편에서 구절을 취한 것이고, 여기에 덧붙어 있는 구절들 역시 박영근 시의 지향과 정서를 재료로 구성된 것이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는 절창인 후렴구를 비롯한 핵심 대목을 「솔아 푸른 솔아-백제 6」 에서 가져왔을 뿐더러, 시퍼렇게 쑥물이 든다는 비유법과 불어오는 바람, 갈라진 세상, 어머니의 눈물과 울음 등의 시상은 「취업 공고판 앞에서」 「고향의 말 4」 「들잠-백제 3」 「서울 가는 길」 등 그의 작품 곳곳에서 또렷하게 발견된다.

부르네 물억새마다 엉키던
아우의 피들 무심히 씻겨간
빈 나루터, 물이 풀려도
찢어진 무명베 곁에서 봄은 멀고
기다림은 철없이 꽃으로나 피는지
주저앉아 우는 누이들
옷고름 풀고 이름을 부르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부르네. 장맛비 울다 가는
삼년 묵정밭 드리는 호밋날마다
아우의 얼굴 끌려 나오고
늦바람이나 머물다 갔는지
수수가 익어도 서럽던 가을, 에미야
시월 비 어두운 산허리 따라
넘치는 그리움으로 강물 저어 가네.

만나겠네. 엉겅퀴 몹쓸 땅에
살아서 가다가 가다가
허기 들면 솔잎 씹다가
쌓이는 들잠 죽창으로 찌르다가
네가 묶인 곳, 아우야
창살 아래 또 한 세상이 묶여도
가겠네, 다시
만나겠네.
- 「솔아 푸른 솔아-백제 6」 전문


“울다가 일어서다가/만나는 작은 빛들”

박영근은 80년대에 쓴 「서시」 를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다.

가다가 가다가
울다가 일어서다가
만나는 작은 빛들을
시라고 부르고 싶다.

“울다가 일어서다가/만나는 작은 빛들”을 찾아 그는 생애를 다하여 시를 썼다. 박영근의 지향이 이런 초기의 시심을 잃지 않고 일관되고 있음은 후기작인 「가을비?에서 “길가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서 (…) 서로 얼굴을 파묻고/비에 젖고 있”는 자장면 그릇들에 애틋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그의 이 순정한 시심이 오늘의 독자들에게 다가가 “가다가 가다가/울다가 일어서다가” 만날 수 있는 ‘작은 빛’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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