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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 안개길 아침이슬 십구공탄 나비 닮은 꼴 안개 길 운동 살펴보기 나의 시는 똥 향기 호박 앵화 여름 끝 산수유 화전(花煎) 임진신춘(壬辰新春) 눈물 2. 어떤 맹세 그네 길을 가다 바람의 실체 내가 시를 쓰는 것은 어떤 맹세 오래된 거울 제비, 돌아오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면 가을날 해오 표류하는 강희동 산을 내려가는 물의 노래 소리에 대한 변명 3. 어느 날 문득 북한산에는 북한이 없다 문상 어느 날 문득 금강송 이주촌 합창 목어(木魚) 봉정사 범종소리에 붓꽃 지누나 가을날 산림별곡 2 산림별곡 3 달력에 젓가락 비긋는 날 길의 흔적 4. 밥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이 되어 밥 이야기 밥줄 꿈속의 길을 혼동하며 동태국을 먹으며 안동 찜닭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고사리를 꺾으며 두릅을 꺾으며 출사표 던진 김윤한에게 숲속에서 일어나는 일 세한도 5. 이별 즈음 이천 십 육년 설날 강가에서 이별 즈음 고려장 아내에게 봄이 오는 길목에 봄빛 병원 앞에서 어버이날에 마르는 젖줄 아버지 6. 선자령의 몽유 만대루의 가을 간월도(看月島) 비 먹은 제부도 탄도항 모락산 일기 계사년 벽두 청계령에서 수리산 연가 선자령의 몽유 문수산정에서 휘이 돌아보며 블라디보스토크의 아침 겨울 주산지 둥지 경계측량 집짓기 공구리를 치고 해설 | 방민호, 홀로 걸으며 정관하는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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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동 시인의 시집 『금강송 이주촌』은 세상살이 밑바닥에 근거를 가지면서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자기에 비추어 성찰하여, 날카롭게 냉소하지도 하지만 결국은 넓은 이해와 포용을 거쳐,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 나가는 진정한 모색 과정을 담고 있다. - 방민호(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그의 시집 여기저기에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들이 풍자되어 친밀하게 다독거린다. 소리글자인 우리말의 아름다운 특성을 중의법을 통하여 이미지로 전달하고자 한 실험적인 시들이 여러 곳에 보인다. 도시에 머물면서 자연을 삶 속으로 끌어들여 풍자하는가 하면, 때로는 본래의 곳으로 돌아가려는 회귀의식이 이 시집 속 곳곳에 녹아 있다. 그가 이야기 하듯 자기 자신의 목소리와 보법으로 변별력 있는 제 색깔의 시를 쓰고자 고민한 시들이 여러 편 돋보인다. 그의 시를 평한 두 시인의 내용을 인용하면 이 시집의 평으로 적절할 것 같다. 그의 친구 김윤한 시인에 의하면 서울 살이 수십 년에 서울 말 한 마디도 배우지 못한 사람은 강희동 뿐이라 한다. 강희동은 서울 살지만 천상 안동 사람이다. 시에서도 안동 말은 고집스레 버티고 있다. 해가 젖어 ‘희미꾸리’ 하고, 새소리가 ‘흐지부지’ 흐르고, 호랑나비가 할매 꽃을 향해 ‘허 벌 허 벌’ 난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고집은 시작 태도와도 연결된다. 많은 시인들이 언어의 실험을 하며 새로운 시를 모색할 때도 그는 모국어의 어법의 경계를 넘지 않은 일상어의 틀을 굳게 지켰다. 그래서 그의 시는 누구에게나 쉽게 읽힌다. 그의 네 번째 시집 『금강송 이주촌』에는 쉽게 읽히면서도 결코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깊이의 명편들을 만날 수 있다. 오로지 한길을 걸어온 한 시인의 녹녹치 않은 성과이리라. - 권서각 (시인) 시를 건축하는 일에 종사하는 동업자로서 보자면 강희동시인은 분명히 성공적으로 시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마음이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제한이 없다. 무엇을 보든지 새롭게 받아드리고 느끼고 해석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시인이다 ‘평등의 슬래브’를 꿈꾸며 물과 모래 시멘트가 서로 어울려 ‘단단한 골조가 되기 위하여 뜨거운 날’을 견디듯 강희동시인은 그렇게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 강상기(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