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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사진 또한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우리 몸속 전체에 퍼져 영양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나르는 핏줄. 그 가느다랗거나 굵은 핏줄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막힐라치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다. 우리 몸의 핏줄과 같이 이 나라 구석구석으로 뻗어 연결되며 나아가 반도의 나라를 벗어나 거대한 아시아, 유럽 대륙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길은 그저 차와 사람이 다니는 통로에 그치지 않는다. 길은 관계이며 소통이다. 그러한 쓰임이 필요치 않는 곳에 만들어지는 길은 없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관계와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 즉 우리는 모두 길가에 살고 있다. 조금씩 생활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길을 따라 이어져 동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7번 국도. 남쪽의 부산에서 북쪽의 휴전선까지, 동해 바닷가를 따라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휴전선이 막고 있지 않았다면 함경북도에 가 닿는 길이다. 사진기를 손에 든 한 무리 사람들이 어느 날 그 길 위에 섰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길에 늘어서서 그날 하루 길가에 사는 사람들, 사람들의 흔적을 사진기로 기록해보기 위해서이다. 하나의 길에 맞닿아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고 관계와 소통을 만들어내는 길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해서이다. 한편 사진기로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 사진기는 어느 한 순간,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몇 초의 시간을 기록하며, 그 시각에 렌즈가 향하고 있는, 렌즈가 커버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모든 것을 기록한다. 빛의 세기나 바람의 강도, 미세한 공기의 흐름까지 담아낸 사진은 그 시각 나의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이미지를 기록한다. 그러나 사진기의 기록이 이러한 기계적인 저장에만 그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의미를 절반 밖에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사진기는 저 혼자 작동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조작해야 하는 인간의 행위가 포함되어야 하는 기계이다. 사진기를 작동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행위는 바로 ‘들여다봄’이다. 렌즈가 포착하는 장면이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기. 그것이 시작이며 결국 전부이다. 들여다보기. 그것은 곧 관심이다. 인간이든 풍경이든, 무엇에든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차를 타고 뻗어 있는 길을 그저 지나치는 게 아니라, 사진기로 기록하기 위해 멈추어 그 길을 걷고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멀리서, 가까이서 관찰하는 것이다. 관심은 소통을 낳고 관계를 만든다. 사진기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그 날, 그 시각, 그 도시, 그 거리, 그 사람들에 관심을 보인 사진가들은 그들의 결과물로, 이미지로 독자들과 다시 소통하기를 원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이 사진을 만나 새로운 길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새로운 관계를 닦게 된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길은 무수히 늘어날 것이며, 새로운 관계를 알게 된 독자 또한 새로운 길을 닦으러 사진기를 들고 길 위로 나서게 될 것이다. - 사진집단 일우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진동한다. 무릇 죽어 있는 모든 것조차 진동한다. 그리고 진동하는 모든 것은 공명한다. 나는 공명하고 싶었다. 산 자의 공명은 죽은 자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걷기 시작했다. 아니, 알기 전에 걷기 시작했고 걸으면서 알게 되었다. 딛고 선 것이 땅이었고 함께 한 것이 사진기였다. 다 죽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땅은 내가 밝으면 살아났고 사진기는 시간을 벨 때마다 영겁 속에서 찰나로 살아났다. 죽은 것들이 진동하는 것은 산 것을 만날 때였다. 산 것이 진동할 때도 죽은 것을 만날 때였다. 나도 진동했고 나의 사진기도 진동했다. 그리고 공명했다. 함께 공명하기를 바라는 친구들과 사진집단 일우를 만들었다. 사진집단 일우는 지구촌을 걷고 있다. 당신이 원한다면 함께 걸을 준비도 되어 있다. 사진집단 일우는 당신과 함께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공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김홍희/사진가 - 서문 모든 길은 사람을 잇는다 모든 사진 또한 사람을 잇는다 사진집단 일우는 하늘 열린 날 2005년과 2008년 10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길을 잇고 사람을 잇고 길과 사람과 사람과 사람을 이었다 사진집단 일우는 사진기를 든 순례자로 7번 국도를 순례하여 이제, 지구의 모든 길을 순례하리라 7번 국도에 부쳐 - 김홍희 / 사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