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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 고 원(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한글구체시 작가)
1. 순교와 그 이중성 2. 육체를 이긴 영혼 3. 순교라는 사이코드라마 4. 기독교 덕목 5. 유혹과 전희 6. 육체적 행위 7. 절대악 8. 희생 9. 죽음 10. 영신수련 11. 세속화한 순교 에필로그를 대신하여 |
Gabriele So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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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쾌락의 광기가 만들어낸 억압의 신화
순교와 포르노그래피. 이 두 가지 주제를 어찌 감히 한데 묶어 제목으로 삼았을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본 독자라면 누구나 처음 떠올리는 생각일 것이다. 호기심에 앞서 거부감을 느끼고 불경하다 여기는 독자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극처럼 보이는 이 둘은 역사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많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서구사회의 순교문학과 포르노그래피는 더욱 그러하다. 저자는 성인의 순교와 영적인 삶을 그린 성인전설에서 사도마조히즘적인 고문장면이 다채롭게 묘사되는 것에 주목한다. 동정녀는 벌거벗은 채 고문대 위에 누워 형리에게 잔혹한 고문을 해달라고 애원하고 형리는 온갖 가학적 행위로 순결한 동정녀의 육신을 욕되게 한다. 이는 포르노그래피에서 볼 수 있는 음란하고 폭력적인 성행위와 매우 유사하다. 물론 순교는 ‘고통’을 통해 영적인 존재인 신과 하나가 되려 하고, 포르노그래피는 ‘쾌락’을 통해 세속적인 욕구만을 채운다는 점에서 양자는 반대의 지점을 갈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둘의 행위는 피와 땀, 그리고 상처로 범벅된 육체적 요소들이 주된 텍스트를 이룬다는 점에서 분명한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포르노그래피의 기원을 순교문학에서 찾고 있다. 기독교의 금욕주의에 반발해 생겨난 것이 포르노그래피지만 이는 오히려 순교문학에서 시작된 육체혐오 사상과 남성 중심의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육체를 그리면서도 육체적인 것을 비하하고 수많은 여성 순교자가 탄생했음에도 여성성을 열등하다 여기는 기독교의 이중적 시각은 포르노그래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선정성을 극대화하여 이를 사회적으로 소비하게 하는 점 역시 둘 간의 공통적 속성이다.(역사적으로 기독교는 이와 같은 자극적인 문학을 유포하여 신자들이 육체를 저버리고 순교자의 뒤를 따르도록 독려했다.) 저자의 논조는 차분하고 분석적이다. 종교적인 희생과 순교, 그리고 쾌락과 육욕에 대한 인간의 이중적 심리에 대해 긴장감 있고 명료하게 전개해 간다. 서양의 기독교적 전통이 우리 사회에 주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잘 보이지 않는 점을 보완하며 교정해 준다. 또한 본문에서 직접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학생운동, 노동운동 등을 통해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이 땅에서 이 책은 국가와 죽음, 그리고 자살에 대한 진지하고 비판적인 안목을 키우는 데도 일조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