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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요시무라 아키라吉村昭

제1장 진눈깨비의 계절
제2장 이런 죽음, 저런 죽음
제3장 빛과 생명

납관부 일기를 쓰고 나서
후기
문고판을 위한 후기

발문-고사명高史明

저자 소개

저자: 아오키 신몬(靑木新門)
1937년 도야마현富山縣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 중퇴 후 도야마 시내에서 카페를 경영했으나 도산했다. 문예잡지《문학자文學者》에 소설 발표. 신문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고 관혼상제회사에 취직하여 입관入棺하는 일을 시작한 후 전무이사를 거쳐 감사로 근무했다. 저서에 시집 『설원雪原』과 에세이집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날의 풍경』 등이 있다.
역자: 조양욱
한국외국어대학 일본어과를 나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일본 교도통신(共同通信) 기자,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국민일보 도쿄 특파원 및 문화부장을 지냈다. 『일본지식채널』 『괴짜가 산다』 『열 명의 일본인, 한국에 빠지다』 등 여러 책을 썼다. 일본 라디오 단파방송의 제8회 ‘아시아상’과 (재)일한문화교류기금의 제2회 ‘문화교류기금상’을 수상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90g | 135*195*20mm
ISBN13
9788970754703

출판사 리뷰

1. 삶과 죽음을 진지하게 되묻는 아름다운 영혼의 기록

1993년 일본에서 출간된 『납관부納棺夫 일기』는 독자들의 입소문에 의해 매년 재판을 거듭하는 스테디셀러가 된 책이다. 그리고 2009년 일본 영화 최초로 「굿’바이」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자, 그 원작이었던 『납관부 일기』는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납관부 일기』는 저자가 1973년 현재의 관혼상제회사에 입사한 다음부터 쓴 일기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저자는 입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염습과 입관이라는 특이한 작업을 맡았기에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한, 마음의 갈등과 생사에 관한 탐구 등을 기록한 것이라고 하였다. 저자는 후기에서 “일기이므로 독자를 의식하여 쓴 것이 아니었다. 한두 줄짜리가 있는가 하면, 실없는 소리까지 적어놓은 생활 기록이다. (중략) 일기라고 제목을 붙였으면서 일기도 아니고, 자서전이나 소설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종교서적도 아니고 철학서적도 아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논픽션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렇게 잘라 말하기도 어려웠다.”라고 말했듯이 뚜렷한 장르로 구분하기 어렵다.

저자는 남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를 시작했으나, 글을 써나가는 동안 ‘죽음’이란 무엇인가, 불교에서 말하는 ‘왕생’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등등의 어려운 질문에 몇 번이고 부딪혔다고 한다. 또한 ‘납관부’ 일을 계속해 가는 중에 몇 번이나 그 일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납득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고비를 넘겼다. ‘납관부納棺夫’는 죽은 사람을 깨끗하게 씻겨서 마지막 작별의 화장을 해주고, 영원한 여행을 떠나기 위한 의상을 입혀(염습) 입관入棺하는 사람을 말한다. 장례회사에서 10년간 납관부로 일한 작가 아오키는 “납관부는 ‘시체 처리사’가 아니라, 죽은 이가 안심하고 사후의 세계로 갈 수 있게 돕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와세다 대학을 중퇴하고 문예잡지《문학자文學者》에 소설을 발표한 작가 아오키 신몬은 카페를 경영하다 도산하고 생활에 쫓겨 무슨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 채 관혼상제회사에 입사한다. 그는 납관부라 불리며 시신을 관에 안치하는 작업을 계속해오던 중 알지 못하던 편안한 삶의 시심詩心을 깨치게 된다. 그리고 “깨달음이라는 것은 여하한 경우에도 태연하게 죽는 것이라고 여긴 것은 잘못이었고, 깨달음이라는 것은 여하한 경우에도 태연하게 사는 것이었다”라는 말을 체득하게 된다. 『납관부 일기』가 빛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순간 한 순간 체험한 삶의 소중함이 ‘빛’처럼 선명하게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2. 사자死者를 응시함으로써 바라보는 생生의 본원적인 빛

어린 시절의 원原체험은 그 사람의 생애를 통해 깊은 영향을 미친다. 납관부가 된 것을 힐책하는 숙부로부터, 어째서 이런 직업을 선택했느냐고 추궁당했을 때 좀처럼 대답할 수 없었던 저자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이 일을 계속하게 된 이유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죽음의 체험 때문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내가 입관 일을 택한 것도, 그리고 숙부의 나무람을 귓전으로 흘려들으며 일을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도 마찬가지이리라. 동생들의 주검을 화장터에 내려놓고 직립부동으로 선 채 입술을 앙다물고 올려다본 하늘이, 묘하게도 환하고 해맑았던 소위所爲였던지도 모른다.”고 밝힌다.

“내가 부모를 따라 구 만주(지금의 중국 동북부)로 건너간 것은 네 살 때였다. 전쟁은 여덟 살 때 끝났다. 현지에서 태어난 여동생과 남동생은 철수를 기다리던 난민 수용소에서 차례로 죽어갔다. 엄마도 발진티프스로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었기에 모르는 아주머니와 함께 많은 시체가 쌓여 있는 곳에 여동생과 남동생의 주검을 버리고 온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저자인 아오키 신몬은 이 책에서 똑바로 사자死者를 응시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열린 ‘생’을 바라봄으로써 가능하다. 저자는 사자를 응시함으로써 우리가 상실한 생의 본원적인 빛을 회복시키려 한다.

어느 날 저자는 홀로 살던 노인의 시신을 입관했다. 이 노인은 죽은 뒤 구더기들과 함께 몇 달간이나 이불을 덮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생’의 시각으로서만 아니라 ‘생과 사’를 함께 바로 바라보는 저자로서는 노인을 입관한 뒤 구더기들을 쓸어내는 과정에서 구더기들이 붙잡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구더기’들도 빛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깨우쳤던 것이다. “구더기도 생명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구더기들이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또한, 교통사고를 당하여 두 어린 자녀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젊은 어머니의 시신을 입관할 때, 그 집 마당에서 본 한 마리의 실잠자리에게는 몇억 년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몇 주일이면 죽어버리는 조그만 잠자리가 몇억 년 전부터 뱃속에 한 줄로 알을 차곡차곡 쌓은 채 생명을 이어온 것이다. 그렇게 여기자 눈물이 그칠 줄 모르고 자꾸만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바로 죽음 앞에 함께 놓인 생명에 대한 감동이며 경외의 눈물이었다.

3. 죽음과의 만남을 통해 얻게 된 진실의 지혜

저자 역시 삶을 생과 사로 나누어, ‘사’ 쪽에는 뚜껑을 덮어둔 채 다른 한쪽인 ‘생’만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시기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 때 저자의 인생은, 깊은 허구를 끌어안고 있었다. 다시 말해 무엇을 해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어렵사리 대학에 적을 두게 되었으면서, 학업을 닦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장사에 손을 대지만, 여기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문학에 경도되어 가지만, 문학의 세계에서도 결코 납득할 만한 작품의 완성을 보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그것이 왜 그런지 자각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때까지 저자의 삶은 실패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 아기의 분유조차 살 수 없는 곤궁에 빠졌던 것이다.
그런데 저자가 기회를 얻은 것은, 바로 그 곤궁의 밑바닥에 떨어져 있을 때였다. 어느 날 ‘관혼상제 상조회사 사원 모집’의 신문 구인광고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저자는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여기에 응모했다. 아기 분유를 살 돈이 아쉬웠다. 저자와 사자들과의 만남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어떤 시신은 좀처럼 수의 소매에 팔을 끼워 넣어 주지 않았다. 온몸을 딱딱하게 경직시키고 있었다. 또한 어떤 시신은 굽은 허리로 인해 관의 뚜껑을 덮을 수 없었다. 무릎을 누르면 이마가 튀어나오고, 이마를 누르면 무릎이 튀어나오는 식이었다. 게다가 세상에는 죽음과 시신을 기피하는 시선이 있었다. 저자는 세상의 이런 시선에 가로막혀, 터부의 세계에 발을 디딘 것 같은 불안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불안은, 저자 자신에게도 똑같은 어두운 시선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스로가 죽음을 기피하는 생자 중심의 눈길을 지니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시신과의 만남을 통하여 그 같은 가슴속의 어둠을 씻어낸다. 요컨대 죽음과의 계속된 만남을 통하여 진실의 지혜로 이끌려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옛 연인의 아버지, 그 시신과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이때 생자 중심의 시선에 담겼던 어둠이 송두리째 씻겨 나갔다. 염습을 하면서 저자는 문득 옛 연인의 손이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조용히 닦아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 사람의 맑은 눈동자에는 슬픔의 눈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저자는 눈물이 가득한 그 눈동자에서 빛을 발견한다. 저자와 옛 연인은 깊은 슬픔의 눈물이 흐르는 한복판에서 재회하였고, 그 눈물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을 차별하고 대상화하는 생자 중심의 눈동자의 어둠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이날부터 저자에게 모든 것이 이전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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