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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통의 합격 통지서
일생일대의 특권 묻지 못한 이야기 고백 선택하지 못하다 나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의학적인 만남 초밥의 맛 성탄 전야 치어들 선택 첫눈이 내리지 않은 해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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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난자는 건강했고, 나는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있는 존재였다. 굳이 인류 멸망을 막는 데 기여한다는 거창한 이유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실은 내게도 이상한 안도감이 손톱만큼 전해 져 오긴 했다. 평소에는 별로 의식하지 못했지만 내게 는 몸이라는 게 있었고, 그 몸이 생각보다 괜찮은 상태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기묘한 기분이었다. 나는 생명체였다. 그것도 선택받은 생명체. --- p.19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혼도 양육도 선택 사항이었다. 물론 국가가 대놓고 입양을 권하진 않았다. 태어난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기 위해서는 꽤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고 혜택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어 떤 사람들이 말하듯 우리 같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그게 현명한 선택일지도 몰랐다. 난임이 일상화된 세상에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을 받고, 손을 흔들고 원래 가려던 길을 가는 것. --- p.77 “남편은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한 사람이고, 아이를 보면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 이렇게 피켓 들고 나온 날이면 죄책감이 느껴져서, 집에 돌아가서는 조용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그런데 말이에요. 정말로 내 가 이 모든 걸 선택한 걸까요? 난 왜 자꾸 아닌 것 같죠? 일 인 시위 같은 걸 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나 따위 여기 서 있다고 뭐가 어떻게 될 거 라는 기대 같은 것도 없어요. 그냥, 숨이 막혀서, 내가 지금 이렇다고 누구한테 말이라도 하고 싶었어요. 내 가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는 게 너무 무서워서.” --- p.109 그때 뭘 했든 결국 지금은 위원회 같은 데 들어가서 꽤 높은 월급 받으면서 편하게 살고 있잖아. 까놓고 말해서 그 선생님은 난자 검사 같은 거 받아본 적도 없고 받을 필요도 없었잖아. 인류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아름다운 말로 치장하면서 우리 같은 애들을 짝짓기시키고, 그렇게 태어난 애들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솔직히 겁나 편리한 사고방식 아니냐? 출산율만 높이면 되니까. --- p.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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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문제에 허를 찌르는 발칙한 상상의 칼날
선택 없는 선택은 과연 선택일까 졸업을 앞둔 열아홉 소녀, 나는 두 통의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하나는 대학 합격 통지서, 그리고 또 하나는 출산 가능 통지서. 내 난자의 등급이 A0라고 했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니 선택을 하라는 통지서였다. 가까운 미래,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오염되었고 사람들은 더는 생선을 먹을 수 없었다. 어른들은 어릴 때 물고기도 먹고 버섯이랑 돼지랑 닭도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것이 어떤 맛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 미래를 책임지라며, 우리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물론 아이를 낳는다면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내 대학등록금은 물론 엄마와 내가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만한 생활비,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돈과 베이비시터까지. 그야말로 로또가 따로 없는 셈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정말 온전히 나의 선택일까? 그리고 나는 과연 행복할까? “점점 더 나빠져만 가는 세상에서 ‘청소년’ 여러분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을지 저는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지만 반쯤은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다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회가 원하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제때 성장할 수도 없고,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게 여러분의 잘못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