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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시혼, 남도에서 피다
퇴계가 남쪽으로 간 까닭 퇴계의 남행 기록 남도에 젖어든 퇴계의 숨결 합천 지역 고운 선생이 떠난 지 이미 천년 공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찾은 남정 남도에서 보는 아름다운 경치 의령 지역 탁영 선생을 그리며 강심에 떠 있는 나뭇잎 같은 배 한 척 가슴에 묻은 둘째 아들 시를 재촉하는 빗줄기 함안 지역 달과 나, 그리고 내 그림자 망년지교를 보내며 마산 지역 달이 전하는 고운 선생의 마음 유쾌한 등산, 알 수 없는 슬픔 진주 지역 비 소리로 듣는 그대의 시 모였다 흩어지고, 살고 죽고 미소로 굽어보는 남강의 모래톱 사천 지역 시 짓는 신선이 사는 곳 밀물과 썰물, 그 알 수 없는 원리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거북이 전해준 위대한 뜻 거창 지역 전가에서 느끼는 인생의 참 즐거움 구름 낀 벼랑에 쓴 시 기타 지역 넘치는 시흥 당당한 함양은 일두 선생의 고을 효도하다 죽었으니 무엇을 원망하랴 효심과 애민, 그리고 절의 남도의 퇴계와 남명 이야기 색은 참기가 참으로 어렵소 솥장수 퇴계와 숫돌장수 남명 퇴계와 남명이 먹다가 뱉어 낸 물고기 퇴계와 남명의 시세계 부록 나의 위대한 스승 퇴계 : 《도산사숙록》 |
鄭羽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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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시적 감수성과 깊은 서정이 어우러져 있는
대시인 퇴계 이황의 문학을 재조명하다 春風吹不盡 落日在橋邊 攪得愁情處 芳洲一帶烟 舟臥長橋側 亭高絶壑邊 渚沙白於雪 春水綠如烟 봄바람은 불어 그치지 않고, 지는 해는 다리 가에 걸려 있네. 근심스런 마음 어지러이 일어나는 곳은, 향그런 풀 돋아 난 모래톱의 한 줄기 안개. 배는 긴 다리 곁에 누워 있고, 높은 정자는 깎아지른 골짜기 가에 있네. 물가 모래는 눈보다도 희고, 봄 강물은 푸르기가 연기 같다네. 서정시인 퇴계 이황 퇴계의 시는 의령에 핀 봄꽃처럼 따스하며, 남강의 푸른 모래톱처럼 깨끗하다. 그리고 옛 법륜사의 서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처럼 영롱하다. 이것은 냉혹한 세상에 가슴을 베인 자들을 치유하는 위대한 생명이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서정공간은 위태롭다. 나뭇잎이 햇살에 살을 부비며 마음껏 생명을 구가하던 산기슭은 아파트 단지가 되었고, 달빛이 밤마다 내려와 조개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갯벌은 죽은 생물들의 시체로 가득하다. 이 때문에 퇴계가 남도를 여행하면서 보았던 곤양의 바닷가가 더욱 그립다. 퇴계는 그 바닷가를 보면서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신선을 이야기 하면서 생명을 노래했다. 길이 끝나지 않을 듯한 노래를! 퇴계 이황의 또 다른 면모를 살피다 세간에 떠도는 퇴계와 관련된 하나의 우스개 소리가 있다. 저승에 가 보니 퇴계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뼈에 구멍이 숭숭 나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뼈에 구멍이 왜 그리 많이 나 있습니까?”라며 여쭈어 보았더니, 퇴계가 하토下土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씀하시더라는 것이다. “저 아래에 있는 것들이 나를 하도 삶아대서 이렇게 되었네.” 여기서 말하는 ‘삶는다’는 것은 ‘이야기 하다’ 혹은 ‘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퇴계에 대한 이런저런 글이 너무 많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 같은 우스개 소리로 만들어 냈던 것이다. 얼핏 보아 퇴계와 남도는 생소하다. 여기서의 남도는 경남을 의미하는 바, 남명학단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굳건히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성호星湖 이익李翼은 ‘중세 이후에는 퇴계가 소백산 밑에서 태어났고, 남명이 두류산 동쪽에서 태어났다. 모두 경상도의 땅인데, 북도에서는 인仁을 숭상하였고 남도에서는 의義를 앞세웠다. 유교의 감화와 기개를 숭상한 것이 넓은 바다와 높은 산과 같았다. 우리의 문명이 여기에서 절정에 달하였다.’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이 역시 경상도를 상하로 나누어 이해하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퇴계는 경상우도, 즉 경남지역과도 깊은 인연이 있었다. 그의 처가가 의령 가례와 거창 영승에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두 지역은 그의 인맥을 형성하는 중요한 거점이 되었던 것을 알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종자형從?兄 오언의吳彦毅는 함안에, 조효연曺孝淵은 창원에 살았다.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권규權逵나 이원李源 역시 산청을 배경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정李楨이나 오건吳健, 임운林芸 등의 주요 제자들 역시 경남지역의 인물이다. 이 같은 사정으로 퇴계는 전후 아홉 차례나 경남을 다녀갔다. 문헌에 밝혀지지 않은 것을 염두에 두면 그의 경남방문은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을 중심으로 퇴계문학의 생성공간을 살피다 이 책은 남도, 즉 경남을 중심으로 퇴계문학의 생성공간을 살핀 것이다. 퇴계의 초기시는 대부분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창작된 것이므로 퇴계시 연구자들은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학계에선 이념을 지향하는 이취시理趣詩 일변도로 퇴계시를 보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물론 퇴계시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시각이다. 그러나 퇴계의 초기시는 다르다. 뛰어난 시적 감수성과 깊은 서정이 어우러져 대시인 퇴계를 가장 잘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주리적主理的 사유세계가 무차별적으로 침투하던 중년 이후의 시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적어도 이것을 살피는데 일정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퇴계와 경남이 어떤 인연으로 맺어져 있으며 그의 남도여행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주로 다루었다. 제2부는 지역별로 나누어서 합천·의령·함안·마산·진주·사천·거창 등과 관련된 시문을 주로 다루고 남는 부분은 기타의 지역을 설정하여 다루었다. 제3부는 경남지역에 전해지는 설화 가운데 퇴계와 남명이 함께 등장하는 것을 중심으로 몇 가지를 살폈다. 경남지역 사람들은 남명을 거론할 때 흔히 퇴계와 병칭하는데 이것은 설화 공간에서도 충분히 확인된다. 한 통의 편지를 전한 것이 언제던가?一紙相傳知幾時 월아산 절에서 이미 약속 있었네.月牙僧舍有前期 나그네 꿈 봄 석 달을 격?다고 혐의하지 말게나,莫嫌羈夢三春隔 단지 즐겁게 하룻밤을 더디게 뢺내길 바란다네.但願淸歡一夜遲 조랑말은 길을 잃고 지쳐 걷고,迷路倦行惟款段 사미승만 문을 나와 웃으며 맞이하네.出門迎笑只沙彌 등잔불 돋우고 홀로 누워 있노라니 서창에 비 때리고,挑燈獨臥西窓雨 도리어 낭랑하여 그대의 시를 듣는 듯하네.還似琅琅聽子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