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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제1장 침묵 속에서 눈뜨다 3월의 시 | 사촌 누이 | 나는 누구일까? | 내 모습은 알거지 | 스물다섯의 가정법 | 흔들리는 자아 | 절망의 미학 | 비존재의 삶 | 살아 있는 공간 | 봄의 공간 | 나 혼자의 성탄 전야 | 색깔 없는, 사과 | 사랑의 성립 | 목련 | 너를 그린다 제2장 빗속에서 시간이 멈추다 슬픈 기억의 종말 | 나를 위한 연가 | 고독의 영상 | 무관심한 친구 | 지친 바람이 되어 | 캔버스에 비친 나 | 불의 예술론 | 욕망의 시간 | 논리의 함정 | 캔버스론 | 자기 암시 | 불편으로부터의 탈출 | 촛불 | 손톱 부처 제3장 고요한 오후의 일상 목이 타는 계절 | 전화 | 지금의 것 | 어떤 초조함 | 저쪽 | 오후의 갈증 | 오후의 자화상 | 먼지 | 정오의 표정| 후회에 대한 변명 | 한 장의 종이 | 노랑나비 제4장 꿈꾸는 달 그녀의 시는 | 나는 가야 할 그곳으로 간다 | 무상한 시간 속으로 | 새벽녘의 꿈 | 심판적 관계로서의 인생 | 밀폐된 황무지 | 죽음의 그림자가 형님을 찾았다 | 농아의 노래 | 비밀 이야기 | 별에까지 가야 한다 | 저녁노을 | 내가 그리고 싶은 달 | 새벽 | 꿈꾸는 달 제5장 그림의 그림자 모딜리아니와 백제 목공 | 마음의 제단 | 책갈피 속의 네잎 클로버 | 그림의 그림자 | 머리 위의 새 | 독백의 방 추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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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침묵하는 순간,
화가 박항률은 시어를 본다 그것은 생의 꽃그늘…… “고요와 침묵의 화가 박항률이 가슴에 담아두었던 위로의 언어들!” 시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시를 만난다! 2009년 9월 서울(2009년 9월 4일부터 27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27번째 개인전을 갖는 박항률 화백이 그림시집 『그림의 그림자』를 웅진씽크빅 문학임프린트 시작에서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예전에 절판되었던 『그리울 때 너를 그린다』에 새로 쓴 시를 추가하여 다시 구성한 것으로 1977년부터 30여 년에 넘게 화가로서 활동한 그의 삶이 45점의 ‘그림’과 50여 편의 ‘시’, 여섯 편의 ‘수필’과 함께 이 시집에 들어 있다. 가장 힘들고 참담했던 시절을 박항률의 따뜻한 그림으로 위로받고 싶었다던 소설가 박완서의 말처럼, 그리고 박항률의 그림과 시에서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품게 된다는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화가 박항률이 가슴에 담아두었던 위로의 언어를 이번 시집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아련한 기억 속에 매달려 있는 / 회색 벌집의 틈바구니로 / 바람을 몰아간 듯한 / 텅 빈 육각형들, / 그리고 모진 추위에 견디다 못한 / 산토끼들마저 숨어버린 / 을씨년스런 황무지는 나에게는 /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책을 / 되뇌이게 하는 / 마르지 않는 샘과도 같다. // 그때 그 시절 / 죽음을 초연한 사촌 누이의 / 티 없이 맑은 눈동자는 / 곱사등 너머로 영민한 광채를 띄우고 척박하기만 했던 / 나의 마음 밭에 단비를 / 내려주곤 했다. // 어쩌면 내 그림 속에 / 빈번히 등장하는 / 까까머리 소년의 모습은 / 아직도 내 마음속을 / 차가운 정적으로 / 응시하고 있는 그녀의 눈망울에 비친 / 내 자신의 모습일는지 모른다. -「사촌 누이」전문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 박항률에게 시적 감수성을 깨우쳐주었던 사촌 누이. 그녀는 화가 박항률에게 시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시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떠났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원래는 디자이너를 꿈꾸던 학생이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으리라. 만약 모딜리아니와 백제 목공이 아니었다면 우리들은 지금 누구의 그림에서 아픈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많은 동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하나 있다. 디자인을 공부하던 고교 2학년 때 아버님께서 유럽 여행을 다녀오시며 선물로 사오신 모딜리아니의 작은 화집이 있었는데 그 그림들이 어찌나 큰 감명을 주었던지 그만 전공을 회화로 바꾸고 말 정도였다. 그중에 특히 온 정신을 마비시키듯 눈길을 끌었던 그림이 한 점 있었다. 그 그림은 천도복숭아 같은 갸름한 얼굴에 홍조 띤 뺨과 붉은 입술, 오똑한 코가 당당하게 앞을 응시하는 눈동자에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단아하게 땋은 갈래머리와 이마를 자연스럽게 덮은 애교머리가 창밖의 푸른 배경으로 인해 애잔한 슬픔으로 다가오는 소녀의 초상화였다. -「모딜리아니와 백제 목공」 중에서 박항률의 작품을 보다 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침묵’이다. 그 침묵 속에는 시가 있고, 그림이 있다. 박항률은 침묵을 통해 삶에 아파하는 이들을 어루만진다. 현대인의 삶을 위로해주는 그의 그림들처럼, 그의 시 또한 아름답고 고요하다. 그의 그림에서 위안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도 그의 시를 통해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고요한 눈으로 시를 그리는 화가 박항률! 화가 박항률은 그림에서 자신의 시간과 공간이 늘 텅 비어 있는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고, 또 그 비어 있는 공간에서 새롭게 태어날 의미들을 찾는다. 낯설지 않지만 새로운 만남은 그의 그림이 확고한 형상과 의미가 아닌 포괄적인 상징과 은유를 통해 빈 화폭과 만나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그림들은 어두운 고요 속으로 침잠하여 다시 여명의 빛으로 되살아나는 표정을 담아내면서 미완의 시적 언어로 예기치 못한 의미들을 일깨운다. (미술평론가, 경희대 교수 박신의) 박항률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언어를 만들며 캔버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고뇌를 함축적으로 표현해오고 있다. 그가 그려내는 그림들은 투명한 인물의 표정과 화면의 구도가 잘 어우러지는데 특히 그림 속 인물들의 침묵하는 표정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너를 그린다, 꿈이 가라앉은 우울한 눈을 가진. / 그리고 본다, 소멸하는 불꽃처럼 춤추는 너를. / 듣는다, 네 귀에 속삭여대는 바람의 합장을. // 태양이 이미 너, 보기를 포기한, / 저무는 안개는 재색, 황혼을, / 하늘과 바람이 맞잡고 도는 언덕 위, / 홀로 선, 소나무의 황량한 혼백처럼 / 스스로 윤곽을 상실하는, / 밤의 시, 무언無言이여! -「너를 그린다」전문 위의 시처럼 박항률은 그림을 그릴 때 자신만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가 작품 속에 자주 등장시키는 고구려 벽화 속 상상의 동물, 비어飛魚, 천마天馬, 삼족오三足烏, 인면조人面鳥 등처럼 나라의 역사나 무속신앙과 관련된 전설, 신화 속 시각적 이미지를 연구하여 자신만의 새로운 그림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 박항률의 작품은 정오, 낮, 오후, 새벽, 저쪽, 꽃그늘 등 어휘에서 풍겨나오는 의미가 그림과 일치하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탄탄한 기초를 갖추었지만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등 미술의 형식과 장르에 자유로웠던 화가 박항률은 그림에 ‘시’라는 문학적 감수성까지 얹어 작품과 연결시킨 것이다. 끊임없는 노력과 그림을 향한 사랑이 바로 지금의 『그림의 그림자』로 재탄생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