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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남은 자신의 발을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가 마치 서커스 단원들이 재주를 부리는 외줄과도 같이 느껴졌다.
생(生)과 사(死)를 가르는 경계. 그 경계를 걷고 있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걷고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앞으로 나가기만 했으면 좋겠다. 이곳에선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걷다가 힘들면 쉬어가고, 또 걷고 걸을 뿐. 길 위를 걷고 있는 복남은 더 이상 비극 속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 p.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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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범에게 딸을 잃은 복남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인터넷의 자살 클럽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위한 여행을 준비한다. 한편, 영화감독 지망생인 구열은 옛 여자친구를 대신해 연쇄 살인 사건의 희생자 장례식에 취재를 나갔다가 피해자의 아버지인 복남을 만나게 된다. 복남의 부탁으로 구열은 ‘상처를 치유하는 모임’에서 기획한 다큐멘터리인 줄 알고 여행 과정의 촬영을 맡게 되는데, 이 도보여행에 자살 클럽 회원인 미미와 소진도 동행한다. 저마다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이들은 여행이 시작되면서 소소한 갈등과 마찰을 겪으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구열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표현되는 이미지의 실제와 왜곡 속에서 이들의 여행은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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