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권 버펄로 소녀들아, 오늘 밤에 나오지 않을래?
제2권 바이다 제3권 지하 저장소에 전화 걸기 제4권 티후아나 제5권 세 번의 임신중절수술 제6권 영웅 해설 브라우티건 도서관의 뜻을 기리며 |
Richard Brautigan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다른 상품
|
우리는 책을 분류하는데 듀이의 십진분류법이나 다른 분류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 도서관 장서 원장에 등록한 다음에는, 그 책을 저자에게 돌려주어 그가 원하는 곳, 또는 그의 필이 꽂히는 서가에 직접 꽂도록 하고 있다.
책은 어디에 두어도 아무 상관 없는 것이, 아무도 그걸 빌려가기 위해 찾아오거나 도서관에 와서 읽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는 그런 도서관이 아니다. 이곳은 다른 종류의 도서관이다. --- pp.20-21 “나하고 자고 싶어요?” 내가 물었다.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녀가 대답했다. “당신에게는 나를 편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어요.” “내 옷 때문일 거예요. 그게 사람들을 편하게 해준답니다. 언제나 그랬어요. 나는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옷을 고를 줄 알지요.” “난 당신 옷하고는 자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와 자고 싶어요?” 나는 물었다. “도서관 사서하고는 같이 자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99퍼센트 나를 바라보며 그녀가 말했다. 나머지 1퍼센트도 점차 나를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나머지 1퍼센트도 나를 바라보는 것을 확인했다.--- pp.58-59 여자와 잘 때 위에서부터 시작할지 아래에서부터 시작할지는 어려운 문제다. 특히 바이다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건 심각한 문제였다. 그녀가 어색하게 손을 뻗어서 내 얼굴을 감싼 채 조용히 계속해서 키스했을 때, 나는 어디서부터든지 시작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내내 나를 바라보았고, 마치 내가 활주로나 되는 것처럼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바꾸어 이번에는 내가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그녀의 얼굴은 내 손 안에 든 꽃이 되었다. 나는 키스하는 동안 손을 약간 아래로 내려 그녀의 목과 어깨를 어루만졌다. 내 손이 그녀의 가슴 경계에 도달했을 때, 나는 미래가 그녀의 마음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스웨터 아래 그녀의 유방은 아주 크고 완벽해서 처음 그것을 만졌을 때 나는 사다리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 p.63 |
|
미국 문학사 최고의 천재 혹은 최고의 이노베이터 리처드 브라우티건
조금 서툰 남녀의 순수하고 엉뚱한 연애 이야기 이야기는 조금 특별한 도서관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출판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저술이든 보관해주는 공간으로, 누구든 직접 방문해서 저술에 대한 간단한 변을 밝힌 다음, 원하는 서고에 꽂을 수 있다. 남녀 두 주인공은 이 ‘낭만적인’ 도서관에서 처음 만나 이내 사랑에 빠진다. 남자 주인공 ‘나’는 이곳 도서관 관리를 맡고 있는 사서이다. 도서관에서 먹고 자면서 벌써 몇 해째 바깥출입도 없이 지내는 다소 폐쇄적인 인물이지만,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스물네 시간 두 팔 벌려 환대하는 성실한 사서이기도 하다. 여자 주인공 ‘바이다’는 어느 밤에 원고 뭉치를 안고 찾아온 도서관 손님으로, 세 남자가 지나가면 그중 한 명은 사랑에 빠지다 못해 평생을 함께하자고 프러포즈를 해오는 통에, ‘37-17-36’이라는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거추장스러워하며 삶을 저주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만난 지 오래지 않아 서로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음을 알아차리고 뜨거운 연인이 되어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이다는 임신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서툰 연인은 상의 끝에, ‘지금은 부모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위해 멕시코로 향한다. 절제된 언어, 감각적인 문장, 잔뜩 날선 풍자!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소개하는 걸작 장편 『임신중절 _어떤 역사적 로맨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임신중절 _어떤 역사 로맨스』의 서사는 일견 엉뚱한 듯 보이지만,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이 늘 그렇듯 작가 특유의 목가적 주제에 대한 탐색과 다채로운 은유, 미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 있다. 주인공 ‘나’는 도서관의 ‘서른다섯 번째나 서른여섯 번째 담당자’인데, 이는 미국의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브라우티건이 작품을 쓴 당시 미국은 존슨 대통령 시절이었고, 22대와 24대 대통령을 두 번 역임한 클리블랜드로 인해 존슨은 서른다섯 번째 인물이자 제36대 대통령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도서관은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빗댄 장소로도 읽힌다. 그밖에도 작품 곳곳에 숨어 있는 상징들의 이면적 의미를 찾으며 읽으면 독서의 즐거움이 배가될 것이다. 옮긴이 서울대학교 김성곤 교수는 다음과 같이 귀띔한다. “『임신중절 _어떤 역사 로맨스』를 읽는 한 가지 방법은, 브라우티건이 끊임없이 추구하고 탐색했던 ‘잃어버린 목가적 꿈과, 기계문명 속 메마른 현실에서 좌절하는 현대인의 이야기’로 읽는 것이다. 과연 모든 좌절한 작가들과 아마추어 작가들의 글을 받아주는 도서관은 현실세계와는 다른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곳이며, 그곳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역시 현실에 오염되지 않은 순진하고 순수한 사람이다. 어느 날 원고를 들고 도서관을 찾아온 아름다운 바이다 역시 낭만적인 여인이다. (…중략…) 사랑의 결실로부터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지 못하고, 중도에 제거되고 죽게 되는 ‘임신중절’은 곧 각박한 현실과 비정한 기계에 의해 밀려나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꿈의 상실을 의미한다.” 또한 ‘임신중절’이라는 도발적인 소재와 그에 꼭 맞는 직설적 제목에 주목하며 읽어도 흥미로울 것이다. 비트제너레이션의 소위 생태주의 작가로 분류되는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임신중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아이러니일 것이고, ‘바이다(Vida: 스페인어로 ‘생명’ ‘삶’을 의미)’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중절을 시술하는 것 역시 브라우티건 특유의 블랙유머를 담은 결과일 것이다. 무엇보다, 폴란드의 검은 월요일, 검은 시위대의 물결이 재현되고 있는 오늘의 한국 사회에는 더더욱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작품을 집필하던 1960년대 당시 캘리포니아는 임신중절이 불법이었다. 하지만 1970년 출간을 즈음하여 캘리포니아 주 역시 임신중절이 합법화됨에 따라 중절을 위해 멕시코로 떠나는 이야기는 자연스레 역사 속 에피소드로 남게 되었다. ‘An Historical Romance’라는 부제는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제목으로 낚시책인 듯 분야를 혼동시킨 전적이 있는 작가가 이번에는 ‘임신중절’로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문득, 이번 책은 서점에서 의학 분야로 분류되지 않을까 하고 잠깐이라도 상상했다면, 그리고 부제에서, 철자를 일부러 틀리게 쓰는 브라우티건의 작은 위트를 발견하고 미소를 머금었다면, 이미 당신은 브라우티건의 팬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