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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처럼 행복한 남자는 없을 거야. 결혼해달라고 하니 군말 없이 해주고 이혼해달라고 하니 단번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거기다 고맙다는 말까지 덤으로. 내가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인 모양이군. 세상에 태어나서 착한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고맙다는 말까지 들으니 말이야.”
서현의 말을 부러 곡해하며 지혁은 비틀린 심사만큼 삐딱하게 굴었다. 그는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서현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진실로 받아들이려는 것에 대한 경고였다. “두고 갈 테니 읽어보고 도장 찍어. 읽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친절하신 안 변호사님께 물어보고. 그럼.” 지혁이 상황종료를 선언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테이블 위에 놓인 얇은 서류가 그의 움직임에 따라 살짝 요동을 쳤다. 그가 거칠게 등을 돌리려 하자 서현이 다급하게 외쳤다. “위자료…….” 서현의 입에서 나온 ‘위자료’라는 단어가 결정타가 된 모양이었다. 아주 잠깐 그녀에 대해 연민을 느꼈던 지혁은 비로소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실소를 터트렸다. 그가 흥미로운 눈길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위자료? 위자료가 뭐? 계속해.” 지혁이 팔짱을 끼고는 그녀를 채근했다. 고저(高低) 없는 목소리와 달리 그녀를 꿰뚫어보는 그의 눈은 냉기로 가득 차 있었다. “주실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주세요.” 혹시라도 서현이 위자료는 필요 없다는 말을 하면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까 고민했던 지혁은 오물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지혁이 입매를 한껏 일그러트리며 비아냥거렸다. “좋아, 원하는 대로 최대한 많이 주지. 민지혁을 속이느라 애쓴 공로는 물론이고 그닥 지루하지 않았던 잠자리 비용까지 포함해서 넉넉하게 지불토록 하지.” 잔인한 눈초리로도 성이 차지 않는 듯 그는 욕설을 내뱉듯 거침없이 그녀에게 퍼부어댔다. 그가 한마디씩 내뱉을 때마다 가슴이 도려내지는 아픔을 느끼면서도 서현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입술을 꼭 다문 채 벽에 걸린 작은 액자만 무심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고마워요.” “천만에!” 지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을 나섰다. 쿵 하고 닫히는 거친 방문 소리가 이제 완전히 끝이라는 걸 말해주었다. 악 다문 입술이, 좀처럼 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주먹이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