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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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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개에 잠깐 눈을 팔았던 아이는 자신을 향해 빛나는 소녀의 눈동자와 새하얀 얼굴이 눈부셔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다시 속삭이듯 소녀가 말을 건네오고 있었다. “그럼 너 플란더처럼 해줄 수 있니?” 플란더? 아이는 또다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플란더가 무엇이지? 아이는 또 고민에 빠졌다. 소녀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다시 물어왔다. “너?플란더, 모르니?” 영어인 건 분명한데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었고, 그게 사람인지 물건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자 소녀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인어공주를 따라다니는 귀여운 물고기 말이야. 어디를 가든 인어공주를 따라다니는 물고기 플란더. 그래서 위험한 일이 생길 땐 인어공주 아리엘한테 미리 알려주고, 아리엘이 외롭거나 심심할 땐 친구가 되어주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아이는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렴풋이 인어공주 동화를 알고는 있었지만 인어공주의 이름이 아리엘인지, 그 공주를 따라다니는 물고기가 플란더인지는 모르는 아이였다. “그렇게 날 따라다닐 수 있니?”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플란더처럼 끝까지?” 아이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 pp. 132~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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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좋아하는 독일 시인 실러가 말했다.
‘희망 없는 사랑을 하는 자만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다’고. 사랑에 대해 난 아는 게 없다. 그 시인이 말하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 하지만 난 한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다. 아주 오랜 세월, 그 여자를 위해 세상을 살았고, 그 여자의 남자가 되기 위해 정상적인 삶을 포기했다. 하지만 내겐 ‘희망 없는’ 여자였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날 한 번도 남자로 보아주지 않은 여자였고, 그리하여 기나긴 세월이 흐른 후, 내게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다른 남자의 품으로 날아가버린 여자였다. 다신 돌아오지 않으리라 믿었던 여자였다. 다신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던 여자였고, 실제로 3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여자는 편지 한통, 전화 한통 보내오지 않았다. 가버린 여자를 물론 기다렸던 건 아니었다. 가버린 여자에게 무슨 희망을 가졌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여자였고,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고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내 눈물 같은, 내 문신 같은 여자였다. --- pp. 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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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저 반대편 아프리카의 나이로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전창희. 그가 한 남자를 찾아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다. 3년 전 결혼하여 자신의 곁을 떠난 여인, 그리고 이제야 홀연히 돌아와 남편의 실종을 호소하는 그의 사랑, 그렇듯 목숨처럼 사랑하는 여인 유희가 원하는 일이었으므로.
7살 나이에 7살 소녀 유희의 경호원이 된 고아 소년이 있었다. 햇살처럼 환하게 빛나는가 하면 양친이 없는 외로움에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듯한 소녀, 그녀의 곁에 오래토록 머물고 싶어하는 소년은 그러나 그녀의 충실한 하인일 수밖에 없었다. 두터운 상하관계의 벽을 넘어 외롭고 순수한 두 아이는 때로는 형제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서로를 깊이 의지하게 된다. 어느덧 열다섯 나이에 이른 소년에게 가혹한 운명이 다가오고, 그녀의 곁에 머물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이 제시된다. 학업을 포기하는 것과 자신의 몸에 슬픈 상처를 내는 것. 사흘 뒤, 소년은 수술대 위에 올라 깊은 상처를 내고 소녀의 곁에 머무는 길을 선택하고, 여고생이 된 소녀는 가정교사로 온 가난한 고학생 이상민을 짝사랑하며 사랑의 아픔에 방황한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이제 여인이 된 소녀는 창희에게 함께 동해 바다로 여행갈 것을 권하고, 그 바닷가의 호텔에서 스스로 창희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 그것이 이상민과의 첫밤을 위한 예행연습이었음을 고백하는 여인. 두 달쯤 뒤, 여인은 정말로 이상민의 아내가 되어 눈물 한 방울 없이 담담하게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뜨거운 빛이 내리쬐는 상하의 땅 케냐.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 가이드 하리부와 함께 연인의 남편 이상민을 찾아다니는 창희. 그러나 긴 여행 끝에 바투족 마을에서 찾아낸 이상민은 죽은 추장의 사위로 다시 태어나 바투족 전사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창희에게 비어 있는 이상민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아내였던 여자 유희와 자신의 딸을 곁에서 보호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