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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의 말
별자리 때문에 결혼식을 미룬 신랑 좋은 이름 나쁜 이름 시골 상인과 도시 상인 아무도 모르게 욕심을 부린 어부와 아내 듣기 좋은 소리 거꾸로 가는 코끼리 멋대로 값을 정한 감정사 음혜를 모르는 친구 떡잎의 교훈 가짜 도사의 거짓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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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아들을 물가에 남겨 두고 나만 목욕하러 물에 들어 갔는데, 갑자기 커다란 매가 자네 아들을 낚아채서 발톱으로 꽉 움켜쥐고 멀리 날아가는 게 아닌가. 내가 아이를 돌려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어쩔 수 없었네. 자네한테는 정말 미안하네."
그러자 도시 상인의 안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버럭 화를 냈습니다. "지금 나더러 매가 아이를 잡아갔다는 말을 믿으라는 건가!" 시골 상인도 지지 않고 대꾸했습니다. --- p.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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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우화’라고 하면 ‘이솝 우화’를 떠올린다. 동물들을 의인화한 이야기 속에 날카로운 교훈과 풍자를 담은 이솝 우화를 우화의 최고봉이라 보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어렸을 때 〈이솝 우화집〉 한번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솝 우화’가 바로 〈자타카〉라는 불교 우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비단 ‘이솝 우화’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역시 불교의 유입과 함께 그 이야기도 함께 전래되어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자타카〉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이야기로 「토끼와 거북」 「별주부전」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불교 우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 우리나라만인 것은 아니다. 불교 우화는 인도 종교의 전파와 함께 전 세계로 뻗어나가 이야기의 원천이 되어왔다. 섬세하고도 깊이 있는 우화를 써낸 톨스토이의 이야기도 그 모태는 불교 우화에 있다.
결국 우리 사회는 ‘불교’라는 종교적 색채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고의로든 아니든 우화를 외면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불교 우화가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뛰어난 교육 효과를 지니고 있음에도 동화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것이 불교 우화의 동화로서의 조명 작업이 미진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낌없이주는나무〉에서 기획·출판한 『거꾸로 가는 코끼리』는 〈자타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불교 우화를 동화로 완벽하게 꾸며낸 아동문학의 신호탄이다. 총 5권으로 발간될 예정인 ‘불교 우화 시리즈’의 첫 권인 『거꾸로 가는 코끼리』는 이제까지 종교라는 이름에 갇혀 우화의 가치를 외면당했던 이야기들 가운데 동화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선별하여 동화로서 재조명하였다. 『거꾸로 가는 코끼리』는 우화 본래의 기능, 즉 풍자된 등장인물을 통하여 그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는 교육적 기능을 충분히 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식상한 우화의 세계에 풍부한 읽을거리와 새로운 상상력을 더한다. 또한 동양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어 어린이들은 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소화하게 된다. 서양 우화에서는 볼 수 없는 ‘효 사상’과 같은 것을 불교 우화에서는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것이다. 〈자타카〉란 본디 부처님의 전생, 현세, 내세 이야기다. 그 중에서 전생의 이야기가 〈자타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즉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기 전에 여러 동물과 인간, 심지어 식물 등으로 윤회를 하면서 거친 구도의 과정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불교 우화 속엔 국왕, 왕자, 대신, 장자(長者), 어부, 심지어 도둑, 코끼리, 원숭이, 물고기 등 무척이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런 종교적 배경은 동물이나 식물도 인간과 다름없는 영혼을 지녔다는 사상의 바탕이 되어 우화의 뿌리를 이루면서 세계 각지로 전파되어갔다. 하지만 『거꾸로 가는 코끼리』를 읽는 데 이런 종교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는 필요치 않다. 실제의 불교 우화는 종교적 가르침을 깨닫게 하기 위해 쓰여졌지만, 우화란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그 속에서 다양한 이해와 교훈을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이 바로 우화가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다른 각 나라로 전파될 수 있었던 매력이기도 하다. 더욱이 불교 우화는 다른 여타 우화에 비해 더 풍부한 비유와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동화로 재구성된 이 책은 어린이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다양한 해석을 내릴 수 있고, 풍부한 비유와 기발한 착상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기고 있다. 아동학 전문가들과 교수들은 총 547편의 〈자타카〉 내용 중 65편을 분석하여 불교 우화가 도덕성 및 인내, 지혜, 이타적 행동 등으로 이루어져 아동 발달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대원 스님은 〈불전설화와 유아교육〉이라는 책에서 불교 우화가 아이들에게 한국인의 정서 및 가치관을 함양, 심화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아이들이 서구 중심의 편식된 우화만을 섭취하도록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동양의 우화를 통하여 자유로운 상상과 다양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또 어른들도 함께 몰랐던 불교 우화의 매력에 빠져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