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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_5
책머리에 _10 여는 글: 헬조선의 우울에서 빠져나오기 위하여 _19 촛불혁명의 수수께끼 _21 결손 민주주의 _24 시민의 부재라는 문제 _29 민주주의와 교육 _35 사람에서 시민으로 _40 I. 세월호의 아이들과 괴물이 된 청년들 _45 ‘가만히 있으라’고? _48 괴물이 된 청년들 _53 유교적 근대성 _57 메리토크라시의 발흥과 교육 병리 _64 메리토크라시의 배반 또는 헬조선 _69 자존감 없는 자아들의 폐허 또는 모욕 사회 _73 II.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과연 좋은가? _77 실질적 메리토크라시 _81 메리토크라시적 인정 질서의 인간학적 근거 _85 민주적 인정 질서와 민주공화국의 이상 _90 민주주의적 정의의 우선성 _95 형성적 기획 _99 III.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_103 민주주의적 교육 정의 _106 교육에 대한 민주주의 패러다임 _112 민주적 삶의 양식과 민주적 학교 _117 IV. 촛불혁명의 일상화 _125 민주적 시민성 _129 ‘공중’으로서의 시민 _133 시민적 역량 _139 민주적 가치(관) 및 태도 _147 민주적 인성 _155 시민적 자존감: 한국 민주시민교육의 특별한 초점 _160 V. 정치 교육이 어떻다고? _163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 다시 보기 _167 헌법애국주의 _171 ‘민주적 사회통합’의 이념과 논쟁으로서 민주주의 _174 ‘논쟁성의 원칙’ _184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위한 실천성의 원칙 _191 VI. 민주주의를 통해 성장하기 _201 민주시민교육의 세 차원 _204 독일의 학급평의회 _207 서울·경기 혁신학교의 ‘다모임’ _214 창원 태봉고등학교의 ‘공동체 회의’ _221 김해 봉명중학교의 혁신교육을 통한 민주시민교육 모델 _229 진해 제황초등학교의 ‘공론장’ 모델 _238 주석 보기 _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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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민주시민교육에 관해 논의들이 의외로 많았음을 확인했다. 거기서 많이 배웠다. 그러나 내 관심사 나 ‘취향’과는 거리가 먼 것들도 많았다. 논의 대부분이 심각하게 병 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적 성찰에서 출발하 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고, 예외가 없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연구들 이 외국의 논의들을 ‘기계적으로’ 소개하기만 하는 듯했다. 또 철학자인 내가 보기에 많은 논의들이 어딘가 조금 가볍게만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무언가 우리 교육 현실에 맞는 나름의 접근 방식을 찾아내 고 우리나라에서 발전시켜야 할 민주시민교육에 튼실한 철학적 기반 같은 것을 정리해 보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포부의 산물이다. 이 책은 말하자면 ‘철학적 교양서’로 서 궁극적으로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와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호소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기에 일반 독자들과 교육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좀 더 친숙하게 주제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다.
--- 본문 중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민주공화국은 본디 그저 단순한 수동적 구성원이 아닌 참된 주인이자 주권자로 이해되는 시민이 국가의 기본적인 틀을 짜고 방향을 결정하는 국가다. 여기서는 헌법을 비롯한 법을 만들고 정부를 구성하며 국가를 운영하는 데서 시민이 중심이고 또 시민이 궁극적인 정당성의 원천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시민 없는 민주공화국은 존재할 수도 작동할 수도 없다. 오직 유능한, 역량 있는 시민만이 이 민주공화국을 민주공화국답게 만들 수 있고 올바르게 꾸려갈 수 있다. --- p. 30 간단히 말해, 모든 아이가 그 어떤 차별도 없이 중요한 인간적 삶의 모든 차원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표의 추구, 바로 이것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가진 정의 지향의 핵심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지향은 교육적 성취의 결과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가피한 불평등 상태 같은 것은 그 자체로 문제 삼지 않는다. 가령 교육받은 모두가 모든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하거나 박사 학위를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새 패러다임은 누구든 사회 속에서 저마다의 좋은 삶을 꾸리는 데 필요한 기본역량만큼은 반드시 갖춘 채 공교육의 장을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요구한다. --- p. 109~110 민주주의 패러다임에서 민주주의는 교육의 목적이자 대상이며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를 위해 교육하고, 민주주의에 대해 교육하며, 민주주의를 통해 교육해야 한다. 여기서 민주주의는, 단순히 어떤 특정한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이 아니라, 모든 교육의 비전과 원리와 교육적 일상 전체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틀을 부르는 이름이다. 그리고 단순히 ‘기회의 균등’ 같은 분배 정의의 이상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이 새 교육 패러다임의 핵심축이다. --- p.113 사실 그 어떤 인간적 좋은 삶도, 그것이 타인에 대한 지배와 억압을 전제하는 것이 아닌 한, 오로지 민주주의를 통해서만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 비록 우리가 정치적 삶을 그 자체로 최고의 인간적 삶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개인적 수준에서 온전한 시민적 역량과 자질을 갖는 것은 좋은 삶을 위한 필수적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오직 자기 삶의 사회적 조건을 형성하는 데 스스로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때만 낯선 힘에 끌려다니는 수동적이고 예속적인 존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좋은 삶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기 위해서도, 또 자신들이 처한 사회적 지위나 재화의 불의한 분배 상황을 교정할 수 있기 위해서도 충분한 시민적 역량을 지녀야 한다. 이렇게 보면 개인의 잠재력 계발과 시민적 역량 및 자질의 함양이라는 목적은 서로서로 강화하고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사실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고 해야 더 적절할 것 같다. 왜냐하면, 오직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만이 모든 성원의 온전한 잠재력 계발과 실현을 그 도덕적 목적으로 삼을 것이고, 또 거꾸로 그러한 도덕적 목적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민주공화국의 시민이란 자신의 인간적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이 지니는 저마다의 잠재력을 제대로 계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은 ‘좋은 시민(good citizen)’을 길러내는 교육일 수밖에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오래전 칸트의 통찰에 기대어 말한다면, 이런 좋은 시민들만이 민주공화국을 제대로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만이 온전한 좋은 시민의 양성에 관심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 p.116 민주시민교육으로 학생들은 도대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그것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원리나 규칙을 가지는지, 그것은 어떻게 형성되었고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민주주의를 더 잘 발전시키고 운용할 수 있을지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계속 강조해 왔지만, 민주시민교육은 이런 목적을 가진 교육을 단순히 지식의 전수라는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식 교육이 아예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시민교육은 지식 교육을 하더라도 학생들이 비판적이고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사유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 p. 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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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민적 주체는 왜 약한가?
대통령의 등 뒤에서 특권을 행사하고 제멋대로 헌정 질서를 유린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조차 자신을 수사하는 특검을 향해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라고 외친다. 누구나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내걸고 자신의 옳음을 주장하는 시대, ‘민주주의라’는 말이 참으로 가치 없는 미사여구로, 장식물로 전락해 있다.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개 ‘다수결, 선거, 절차 지키기’ 정도의 무미건조한 제도나 규칙을 떠올릴 뿐, 개인의 존엄, 인권, 예의와 배려 등의 민주적 가치가 좋은 것이기는 해도 영양가 있는 가치는 아니라는 직관 때문에 쉽사리 무시된다. 저자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쟁취한 지 30년이 되도록 민주주의가 성숙하기는커녕 구멍이 숭숭 뚫리고 심지어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비자유 민주주의’로 떨어졌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민주공화국의 이상이 시들어버린 근본 원인으로 ‘시민적 주체’가 매우 약하다는 사정에 주목한다. 우리 사회의 비민주성을 빗대어 ‘헬조선, 갑질공화국’과 같은 자조 섞인 풍자가 끊임없이 떠돌아도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시민적 주체가 왜 이토록 허약한지 분석하고 새롭게 시민적 주체를 형성할 길, 특히 미래 세대의 교육, 민주시민교육에 집중하여 탐색한다. 능력지상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와 교육 시민적 주체 형성의 방해물로 저자는 능력지상주의(메리토크라시)와 유교적 근대성을 지목한다. 한국적인 문제 상황을 정치철학의 눈으로 성찰하는 것이다.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해준다면 능력과 성과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부와 명예를 누리는 게 정의롭다는 능력주의 사고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근대 자본주의 사회 모두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생각이다. 이는 세습을 정당화하던 봉건적 특권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에 결정적으로 공헌했고 근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기회 균등을 이뤄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그 폐해는 긍정성을 넘어서서 승자 독식과 다수 패배자의 비굴함을 강요하는 또 다른 신분 사회를 만든다. 저자는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조선의 ‘과거 제도’처럼 유교 질서 속에 이 능력주의 원리가 작동했고, 유교의 영향력 아래 근대화가 이루어져 그 폐해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유교적 근대성과 결합한 우리 사회의 능력지상주의는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끈 정신력의 비밀이기도 하지만 서구 사회보다도 더 극심한 물질만능주의를 낳게 했다. 능력지상주의가 활개 치면서 능력과 업적에 따라 특히 성적과 학력에 따라 사회적 인정이 쏠리고 부와 지위가 몰린다. 상대적으로 능력과 업적이 낮은 대다수 사회 성원을 차별하고 배제하며 이를 당연하게까지 여긴다. 결국, 새로운 신분 질서가 생기고 “돈도 실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서 ‘고교 평준화, 반값 등록금’ 등이 교육의 ‘기회 균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이라는 논리가 대안으로 나오지만 여기에 멈춰선 주장들을 저자가 비판하는 대목은 참으로 돋보인다. 교육에 대한 민주주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사회 전반에 능력지상주의(메리토크라시)가 판치는 한 교육은 학생의 능력, 즉 성적에 따라 줄 세우는 과정이 되어 버린다. 저자는 대다수가 패배자로 전락하여 자존감을 살릴 수 없는 우리 교육의 근본 구조를 민주주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존감을 가지고 공론에 참여하여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사회적, 정치적 질서를 정하는 시민으로 학생들이 커나가야 민주공화국이 더 나은 민주공화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공중’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지배의 형식이기 이전에 인간적 삶의 양식, 곧 모든 성원이 인간적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그 평등한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도덕적 목적을 중심에 둔 사람들의 공동생활 양식 그 자체이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의 관점에서 학교는 민주적 삶의 양식의 기본 단위가 된다. 그렇다면 민주 시민은 어떤 존재인가? 저자는 ‘공중’(the public)이 되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공중’이란 민주적 공론장 안에서 토론과 논쟁과 성찰의 과정에 함께 참여하여 ‘공적인 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 다른 성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의견, 곧 공론을 형성해 내는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공중으로서의 시민이 가져야 할 ‘시민적 역량’과 ‘민주적 가치(관) 및 태도’에 대한 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의 근본 지향이 되어야 한다고 정리한다. 사회에서 논쟁적인 것은 교실에서도 논쟁적으로 일관된 논리 전개의 귀결로, 저자는 민주적 시민성을 기르는 교육에서 지켜야 할 원칙 몇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인 ‘민주공화국’의 이념에 대한 헌신을 뜻하는 헌법애국주의 원칙이다. 그다음은 우리나라와 같이 이념 대립의 골이 깊은 곳에서는 학문과 사회에서 논쟁적인 것은 교실에서도 논쟁적으로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논쟁성의 원칙’이라고 밝힌다. 마지막으로 ‘실천성의 원칙’도 함께 제시하는데, 이것은 민주시민교육이 단순한 이론 교육이나 훈화 같은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하고 살아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저자는 독일사회의 통합과 번영을 이룬 토대라 평가받는 독일의 정치교육 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소개한다. 이론적-철학적 고찰에서 그치지 않고 저자는 독일의 학급평의회(Klassenrat)부터 경남 진해의 제황초등학교의 ‘공론장’ 모델에 이르기까지 실제 학교 교육 현장에서 살펴볼 만한 민주시민교육의 실천 모델을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