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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개나리 소나무 경계 계단 벚꽃 구름 코스모스 감나무 담쟁이 잣잎 ... 가로등 나반존자 불두 함박웃음 황소 손바닥 발바닥 방생 부처 악수 에필로그 사진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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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여정에서 만난 시
이 책에 실은 모든 사진은 즉석카메라인 폴라로이드로 작업한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과 사물을 시인의 눈으로 풀어낸 감각이 독특하고 특별하다. 평범한 사물도 시인의 감성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따뜻한 눈길이 가슴을 훈훈하게도 하고, 코끝을 찡하게 울리기도 한다. 때로는 예리한 독설과 풍자로 잠시 고된 삶을 잊고 감로수를 맛보는 기분이다. 날카로운 칼을 휘두를 때는 사물에 대한 맹랑한 착각이 절묘하리만치 통쾌하다. 이뿐 아니라 이런 것도 시인가, 싶은 파격적인 해학의 공간으로 독자를 떠다밀어 어리둥절할 때도 있다. 흔한 말장난 같은 희롱으로 세상을 관조하기도 하고, 애매하고 모호한 글귀로 사람을 감질나게 하는 구절도 다시 곱씹어 보면 사람과 소통하고자하는 시인의 따듯한 가슴을 느낄 수 있다. ‘어? 이거 내 이야기네’ 하는 구절도 있고, ‘내가 늘 하는 말이잖아!’도 만나고, ‘고 못된 인간에게 이 구절을 던져줘야겠다’고 낄낄거리는 웃음이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친절하게 말하다가도 어느 구절에서는 네 맘대로 느끼라고 툭, 던져놓고 짐짓 딴청을 피울 때는 당혹감으로 어리둥절하다. 고달픈 세상사에 대해 ‘어? 그래? 한번 웃고 말지 뭐’ 하는 서글픈 여유도 좋고, 다 말하지 않고도 공감을 나눌 수 있는 함축의 극대화를 통해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지나친 생략과 십자말풀이 같은 공백을 만나면 대체 무슨 말이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도 소리 내 몇 번 곱씹다보면 ‘아, 하!’ 하며 시인이 펼쳐낸 기발한 재치와 순발력 넘치는 묘미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백의 함정에 빠져들다 나오는, 강렬한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시집 그야말로 아는 만큼 느끼고, 아는 만큼 통쾌한 웃음이 나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보는 즉시 알아채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지나친 말놀이로 감상을 흩트려놓아 애정으로 대하던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엉뚱하고 맹랑한 뒤집기 발상을 알아채고 나면 쓴 인생 맛처럼 그만 쓴웃음이 나온다. 시인은 일부러 만들어 놓은 여백의 함정에 독자가 빠지도록 만들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다른 길을 찾아 함께 걸어가자고 조바심 내며 기다리는 것이다. 또한 비약이 심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구절을 만나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그 빈 공간에 숨은 낱말을 발견할 때는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야말로 시치미 뚝 떼고 지긋이 웃음을 머금은 채 기다리는, 시인의 짓궂은 숨결을 바로 곁에서 느끼는 듯하다. 한방에 날려버리듯 말해서 통쾌하기도 하고, 단어 하나하나를 주무르는 재미 속에 빠져들다 보면 ‘나도 한 수쯤 읊조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때론 에둘러 가면서 못 다한 말이 더 큰 공명을 불러오기도 한다. 시인이 곳곳에 일부러 감춰둔 말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그야말로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지는 묘미가 감칠맛난다. 태어나고 삶을 마감하는 인생길이 똑같아 보여도 들여다보면 다 다른 것처럼 시와 사진을 감상하다보면 시인이 사물을 대하는 깊은 애정과 순발력이 넘치는 재치, 예기치 않은 반전의 해학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시인이 사물을 통해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소통에 대해 누누이 강조하는, 깊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한 현대인의 삶에 ‘행복을 느끼고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말처럼 『폴라로이드 로드포엠 Polaroid Road Poem』을 통해 상처입고 정신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위안과 기쁨이 되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