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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세상의 ‘구석’에서 ‘혼자’를 외치다] 1988년생 작가의 데뷔작이자 노르웨이 문화부 문학상 수상작. 치열한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며 ‘와, 미쳤네 정말.’ 혀를 차며 ‘삶은 사람들과 얽히지 않아야 비로소 순탄해진다.’고 단언하는 열아홉 소녀의 ‘혼자’ 인생론. 불투명한 청춘들을 위한 우아한 마니페스토. - 문학MD 김도훈

책소개

저자 소개

저자 : 리브 마리트 베베르그
1988년생. 노르웨이 아동도서협회에서 작가 교육을 받았고, 노르웨이 오슬로에 살면서 오슬로 대학에서 북유럽 문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서툴게 독립하는 청소년과 성인 들을 위한 유쾌한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첫 책 『다행히 아무도 나를 모른다』로 노르웨이 문화부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다행히 아무도 내가 필요 없다』를 발표했다.
역자 : 한주연
1989년생. 라디오, 신문, 노르웨이 교환 학생을 통해 노르웨이어를 배우다 2011년 여름, 처음으로 노르웨이를 여행했다. 몇 년 후 노르웨이 남쪽의 작은 시골 마을 비르켈란에 머물며 폴케회이스콜른 쇠를란네를 졸업했다. 지금은 춘천에서 노르웨이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다행히 아무도 나를 모른다』가 첫 역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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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31쪽 | 272g | 128*185*20mm
ISBN13
9788994368610

책 속으로

매일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는 모든 이들을 상상해보라. 사람들은 드러나고 보여진다. 한 개도 아닌(당연한 소리지만) 수많은 눈들을 통해서. 그게 어떨지 그냥 상상해보라.
우선 언제나 사람답게 행동해야만 할 것이다. 단 하루라도 비인간적으로 살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비인간적이라 함은 즉 무례함, 뻔뻔함, 사악함, 더러움 같은 부정적인 성질들을 뜻한다. 사람들은 비인간적인 남들을 보고 나면 그들을 탓하는 동시에 자신을 돌아볼 것이다. 그러한 삶이다.
반면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하루 종일 그래도 된다. 일부러 사람답게 있을 필요가 전혀 없다. 아무도 나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애잔한 심정을 담아 보낸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어깨가 들썩거리고(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 p.68~69

겨울잠을 자는 습성은 오늘날 굉장히 과소평가 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그렇다. 청소년들은 삶의 토대를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받고 돈을 번다. 그 돈을 절약해서 주택 시장에 입성해야 한다. 거기에 함께 뛰어들 더 나은 반쪽도 찾아야 한다. 쉼 없이 미래를 생각해야만 한다고, 모두가 부추긴다.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소리다. 나는 간혹 자는 겨울잠이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믿는다. 잠에서 깨어 다시 일어나면 더 많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게 내 계획이다. 나는 휴면할 것이다. --- p.76~77

삶의 공이 저 아래 구렁텅이나 더러운 하수구를 향해 굴러간다.
삶의 공은 애초에 아래로 구르고 있다. 그러다 위쪽으로 살짝 움직이기도 한다. 또다시 위로 움직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조금 올라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쓸모없는 일이다. 짧은 비행 후에는 긴 추락이 이어진다.
추락은 점점 길어지고 가속도가 붙는다.
그러나 여기서 훌쩍 뛰어내릴 마음은 들지 않는다.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말이 결국 무슨 의미인지 알면서도.
그렇다, 나는 계속해서 살아간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정처 없이 계속 살아갈 뿐이다. 좀비처럼, 다른 사람들처럼.
더는 버틸 수 없다 해도, 내게 그 어떤 미래도 없다 해도. --- p.152

구글에서 이혼 변호사들을 검색해본다. 내가 제대로 처신한 건지 확인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스스로가 참 대견해서 웃다가 눈물이 다 나온다.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전부 미친 듯이 비싸다. 변호사를 쓰지 않는 편을 장려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내 경우 그러한 상황에서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 리 없다. 혹시 내가 이혼을 하게 된다면 변호사가 한두 명쯤 필요할 거라 확신한다.
그 말은 즉, 내 사전에 이혼이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에 언급했던 대로 나는 무능하다. 유감스럽게도 절대 돈을 벌 수 없을 거다. 변호사를 사기에 충분한 돈 말이다.
따라서 나는 평생 결혼도 못 할 거다.
홀가분한 미소를 띄우며 침대에 드러눕는다. 아주 올바른 선택을 했다. --- p.194

“언젠가 더 나은 데로 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원래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 거죠.”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침울하게 한숨을 푹 쉰다.
“세상에, 당신은 누가 봐도 아직 젊어요. 벌써 포기한 거예요?”
안경이 빙그레 웃는다. 뭐가 재미있어서 웃는 건지 모르겠다. 울컥한다.
“당연하죠. 이 세상에서 ‘어리다’보다 더 나쁜 말은 없어요.”[…]“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는 어리고 멀쩡해 보이겠죠. 슬슬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만 빼면, 뭐.”
“그렇군요, 정말 멋진데요.”
“하지만 동시에 아니에요.”
“아닌가요?”
“제 앞에 펼쳐진 전부가요.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해하실지 모르겠네요?”
안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경을 살짝 고쳐 쓴다.
나는 안심하고 하던 얘기를 이어나간다.
“저는 항상 모든 일이 끝나고 난 순간만을 바라며 살아왔어요. 가장 맛없는 빵 조각을 가장 먼저 먹어치우는 식으로요. 제 말, 이해하시는지 모르겠네요?”

--- p.206~208

출판사 리뷰

‘혼자’이고 ‘혼자’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혼자인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다. 보통은 삶의 공이 언제나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으리라고 믿게 마련이다.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삶은 앞으로 가거나 뒤로 가거나,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떨어지거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러라는 법은 없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삶의 공은 정말 미동도 없이 멈춰 있을 수 있다. 그 자리에서 내내 헛돌 수도 있다. _본문 39쪽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이른바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서툰 젊은이들이 단골로 듣는 질문이다. 『다행히 아무도 나를 모른다』 소설의 주인공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생각은 있다. 그러나 밖에 나가 뭔가 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없다.
비록 전문대이긴 하지만 대학에도 입학했고, 학교에서 우연히 만난 ‘평범한 소년’과 교제를 하기도 했지만 주인공은 곧 그런 사회적인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행히 미리 확보된 학자금 대출에 의지해 혼자만의 생활에 돌입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일단 시작된 혼자만의 생활은 굴러가는 공에 가속도가 붙듯이 점차 가속도가 붙는다.

On my own~ 나는 속으로 즐겁게 노래한다. 그러고 보니 왜 제목에 ‘혼자’가 들어가는 노래들은 대부분 슬픈 걸까? 이상하다. 개뿔도 공감이 안 된다. _본문 106쪽

사람이 말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불필요한 말은 안 하느니만 못 하다 해도 말이다. 최대한 오래 진심을 말하지 않는 것이 보통 좋은 결말을 불러오곤 한다. _본문 120쪽

주인공이 보기에 매일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수많은 눈들에 드러나고 보여지는 삶, 언제나 사람답게 행동해야만 하고 하루라도 비인간적으로 살 수 없는 삶이란 ‘애잔하고’, ‘안타까운’ 삶이다. 그러므로 주인공은 ‘집 안에만 있는 게 현명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혼자일 자유를 선택한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 기간이 끝나버린다.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일용할 양식을 얻으려면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주인공은 방한용 장비를 복면처럼 뒤집어 쓰고 공원에 나가 노숙자들에게 빈 병 찾는 법을 배워 보려고도 하지만 결국 쫓겨나고 만다. 노동복지부의 도움을 받아 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취직한 주인공.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부모에게 있어서 최고의 순간은 바로 짐받이를 놓아버리는 때일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는 날 뒤에 서서 붙잡아주었던, 그 짐받이로부터 진정으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정작 자전거 위의 아이는 별로 기쁘지 않다.
아침에 눈을 떠 오늘이 첫 출근 날임을 자각할 때는 특히 더. _본문 104쪽

진심으로 울고 싶어진다.
내가 고작 작은 시련 하나 극복하지 못해 이러는 게 아니다. 살면서 겪는 시련을 극복해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나는 다만 준비되지 않은 시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_본문 115쪽

고통스럽다고 할지라도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물론 대다수일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도 ‘살면서 겪는 시련을 극복해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간혹 자는 겨울잠이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믿는다. 잠에서 깨어 다시 일어나면 더 많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쉼 없이 미래를 생각해야만 한다고 모두가 부추기는 가운데 무모하게 휴면을 꿈꾸는 주인공은 우리 모두의 깊숙한 속마음을 대신 투덜거려주면서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자신의 두 발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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