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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격랑에 휩쓸린 일엽편주
30년 만에 찾은 아프가니스탄 동화 속의 유년 시절 해방 공간과 공산 치하의 5년 사선(死線)을 넘어서 포로수용소는 제 3의 전선 포로 석방, 허를 찌른 결단 2. 척박한 땅 인도에서 새 삶을 뉴델리에 둥지를 틀다 난민 신세 면하고 정착 조국의 경제발전에 힘입어 무역업으로 3. 무엇 하나 단순한 게 없는 나라 인도 생활 속에서 느끼는 인도 인도인 인도의 정치 사회 개혁 개방 10년―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인도 속의 한국인 밖에서 본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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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뒤안길에는 숱한 개인의 가슴 아픈 삶의 선혈이 곳곳에 배어 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한반도에 거세게 몰아쳤던 좌우 이념 대립의 광풍은 끝내 우리 민족을 두 동강 내고 급기야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였다. 그 피비린내나는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상처받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또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기구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가 얼마나 많은가.
열여덟 살 어린 나이에 인민군 중위가 되어 한국전쟁에 참여했다가 반공 포로로 제3국을 택했던 현동화씨 역시 그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을 온몸으로 부대끼며 지나왔다. 『격랑의 세월 인도에 닻을 내리고』는 그러한 현씨의 파란 많은 인생 역정을 그린 책이다. 당사자인 현씨가 구술하고 부산대 국제지역문제연구소 소장이었던 정동현 교수가 정리했다. 현씨의 기억력은 놀라워서 글로 옮긴 정동현 교수조차 감탄할 정도다. 그 시대와 상황을 경험했다고 해서 누구나 가치 있는 증언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 『광장』과 실제는 조금 달라 반공 포로로 제3국을 택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최인훈의 소설 『광장』을 통해 비교적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현씨도 조국을 등진 채 당시 인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싣고 떠났던 76명의 포로 중 한 사람이다. 그 때문에 소설 속 주인공 이명준처럼 남과 북에 환멸을 느껴 제3국을 택한 것으로 알기 쉽지만, 그가 제3국을 택한 동기는 조금 다르다.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제3국을 택했던 것이다. 현씨는 소설 『광장』의 내용과 실제는 좀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제3국을 택한 동기가 이명준의 그것과 똑같지 않다는 것이다. 『76인의 포로들』을 쓴 주영복씨처럼 남과 북에 모두 실망하여 이도 저도 아닌 제3국을 택한 경우도 있지만 자유롭게 기업을 경영하고픈 생각에서, 또는 그 밖의 다른 개인적 이유에서 제3국을 택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다. 또 자신들이 타고 간의 배의 이름도 타고르호가 아니라 아스토리아호였으며, 배의 크기도 3천 톤이 아닌 2만 4500톤의 대형 선박이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홍콩 다음에 들른 곳이 마카오가 아닌 싱가포르였다면서 항로도 소설 내용과는 좀 다르다고 지적한다. 시대의 아픔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격랑에 휩쓸린 일엽편주?에서는 현씨가 태어나서 우여곡절 끝에 인도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실려 있다. 일제 강점기의 어린 시절, 해방 직후의 북한 사회상과 한국전쟁에 참여하여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던 일, 그리고 포로수용소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체험담들이 그의 놀라운 기억력에 힘입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2부 '척박한 땅 인도에서 새 삶을'에서는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어 인도에 정착한 이후의 삶을 그렸다.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국 땅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겪었던 숱한 어려움과 좌절, 고난 극복의 과정들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당시 한국과 인도의 외교 관계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나 기업들의 진출 과정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화들은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소중한 자료로서의 구실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3부 '무엇 하나 단순한 게 없는 나라 인도'에서는 반세기에 이르는 인도 생활을 통해 그가 체험한 인도의 문화, 인도 사회의 특징, 인도 사람들의 삶 등이 소개되어 있다. 오랜 체험을 통해 체화된 그의 인도에 관한 이야기는 현재 기행문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인도 소개를 한 단계 뛰어넘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씨는 인도와 한국을 비교해 보고 밖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에 대한 나름의 비판적 생각들도 피력하였다. 사실 제3국을 택했던 반공 포로에 관한 책은 아주 드물다. 게다가 관련 당사자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관련 당사자의 생생한 증언으로 꾸며진 이 책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시대의 아픔이 살아 숨쉬는 역사의 산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현동화씨의 개인적 신념이나 입장을 떠나 생생한 역사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포로수용소 내에서의 생활이나 미지의 사회 인도에서 새 삶을 개척하면서 겪었던 갖가지 일화들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미군 수용소장도 깜짝 놀랄 정도의 영작 실력을 가졌던 김일성대학 출신 김 교수의 이야기라든지, 포로들이 숨겨 놓은 무기들을 빼앗기 위해 옷을 벗겨 강 이쪽에서 저쪽으로 헤엄쳐 가게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은 무척 재미있다. 그런가 하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연불 플랜트 수출인 카불섬유 공장을 짓기까지 그가 맞닥뜨렸던 숱한 어려움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날 등진 조국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일을 진행시켜 마침내 성사시킨 사연은 퍽 감동적이다. 이밖에도 노신영 대사나 이범석 전 외무부 장관에 얽힌 에피소드며 수자타 아카데미를 세운 법륜 스님 이야기 등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