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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토지 그래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젊음은 씨도 없이 꽃을 피워낸다 천축 두고 가는 나를 용서하라 새들은 가지 없는 가지에 발을 걸치고 첫사랑 항해 놋쇠탄 철책선 세 마리 새의 죽음 2월 타오르는 지옥의 산책(DMZ) 가랑잎 한 장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지뢰에 안전핀을 채우듯 유리조각 너는 잃은 것도 없이 소망했던 것을 얻으리라 인간의 길 그대와 나 기름에 튀긴 씨앗 소녀의 초상 비 맞은 새처럼 파고드는 소녀가 있었다 새벽편지 즐거운 날들 사랑하지 못했네 사랑하는 마음 아니라더라 행복하면 좋겠어요 유토피아 여우의 지혜 난 큐브 꽃은 언제 피어나는가? 전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남아 있는 시간들 부석사 산수화 설중매 연보랏빛 등나무 벤치 삼사라 그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카리타스 이유를 물을 까닭이 어디 있겠습니까 파이돈 외출 탄트라의 불꽃 노을사원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던가요? 공중정원 무사(武士) 유리알 유희 비밀의 경계 내가 주워 담은 것들 문 다리 카니발의 주인공 폭풍의 항구 사람 아닌 사람이 되어 사랑하리 황금빛 찬란한 본성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때론 가슴이 울컥합니다 오직 순간에 자리하는 그대만이 삶이란 붉은 돼지의 꿈 카스트 인간뼈 염주 영혼의 시그널 오월의 여왕 맛 나의 마음, 너의 삶 로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칼파타루 가을의 천둥 빛으로 영혼을 채우기 전에 내 안에 잠들어 있다 찢어진 우산 힘이 남아 있을 때 푸른 잉크 잡으려 하지 않네 몽 단 한 개의 촛불이 꺼져도 은빛 연어 친구를 만나러 간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꽃인가 보다 바람도 없이 바람 분다 담벼락 없는 천국의 놀이터 그래도 나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당신이 느끼기 전에 미소에 입을 맞춥니다 불안 백년초 하루를 평범하게 땀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시조(詩鳥) 가슴이 찢어지는 소리 폐허의 골조 그 길을 가렵니다 인디고, 미래의 아이들 자연으로부터 받은 생명 독생자 해탈경 나의 거울 뒷골목의 왕 울루와뚜 사원의 원숭이 꿈에서 깨어나며 빛의 실험실 델록(delok) 시간의 수레바퀴 이별을 고한 영혼들 이젠 그래야 할 때입니다 침묵 속에서 수정(水晶) 어디에 향을 사르든 내 스승의 이름처럼 천국에 이르는 길 해인게송(海印偈) 우송(雨偈) 나는 저 새를 사랑합니다 산새를 가두지 마세요 귓가에 자장가를 불러 주세요 웃을 때마다 아침의 명상 마음이 불안할 때 니르바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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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없이 바람 분다
언제 이렇게 쌓였나 언제 또 비우려나 가진 채로 비우는 길 아무리 모색해 봐도 가진 채로 비우는 길 찾을 수 없어 다시 또 비우려 하니 향기 없는 향 그윽하고 바람도 없이 바람 분다 --- 본문 중에서 공중정원 생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 않던 날 생명은 흘러넘쳤네 가질 것이 없었던 나날 빈손인지도 모르고 흡족해했네 사소하고 작은 것에 고마움 느꼈기에 삶은 활기차고 아름다웠네 새를 쫓는 허수아비처럼 긴 시간 느긋하게 눈 감지 않으며 긴 말뚝 하나에 수수한 차림새 고운 장식은 필요하지 않았으니 욕망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피어난 꽃들로 충분하였기에 그러나 오늘 나를 위해 장식한 꽃다발 하룻밤에 시들어 허공의 뜨락에 흩날리고 내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해 흔들어댄 낭랑한 종소리 바람을 따라가 돌아오지를 않네 --- 본문 중에서 여우의 지혜 인간이 장소의 차이로 짐승의 야만성과 신들의 신성함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까닭은 마음에 성소를 마련하여 짓지 않고 지상 위에 성소를 세워서다 양피지 두루마리가 마르기도 전에 약속과 기도는 온데간데없고 일상의 생활은 성전에서 분리된다 온땅을 털로 덮으라고 명령한 왕에게 털로 자신의 발을 감싸라고 조언했던 판챠탄트라의 여우를 떠올리며 성소는 마음 안에 짓는 것임을 되새긴다 다섯 손가락 중에서 네 손가락을 차례대로 접는 찰나에도 내 마음은 극락과 저승을 오고 갔는데 그대는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신성했으며 짐승 같았는가?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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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관조, 그 고고한 울림
현대인들이 스스로를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도 없이 속도와 물량 위주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지금 시대에는 명상과 철학의 소중함이 더욱 요구된다. 불교적 명상을 근간으로 한 이 시집은 인간의 격정과 허영을 냉혹하게 질타하면서도 따뜻하고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폭넓은 사색의 공감대와 대화의 장을 제공해 줄 것이다. “주변의 사소한 다툼과 인류적 대립/ 오늘따라 그런 세상도 아름답다/ 아무도 이 땅에 영원히 남지 않으며/ 돌아온다는 보장 할 수 없어라// 하얀 거품 일으키는 파도에 묻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똑똑히 보아야지/ 낯선 두려움 앞에서도 의연할진대/ 익숙한 삶에서 왜 깨어 있지 못하리” (「남아 있는 시간들」 中) ‘참 나’를 알고 찾아가기 삶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어느 책의 제목처럼 ‘그때 내가 이것을 생각했더라면, 진작 알았더라면, 그런 실수나 실패를 하지 않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순간을 겪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신, 존재, 인생, 운명과 같은 철학적이고 필연적인 명제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순간순간 겪는 고민과 역경의 본질은 대체 무엇일까? 시인은 모든 문제는 우리가 만든 분별이고 구분에 불과할 뿐이며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여 ‘참 나’를 찾아야 해법에 도달할 수 있다는 멘토링을 제시한다. “되돌아보는 일이란 늘 그렇습니다/ 내면을 더듬으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껄끄러운 진실과 마주치게 됩니다// (중략) 그러나 지뢰에 안전핀을 채우듯/ 천천히 과거를 돌아본다면/ 과히 위험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뢰에 안전핀을 채우듯」 中) 우주적 섭리는 모두 내 안에 있네 시인은 통찰과 반성을 통해 삶을 순수하게 보고 우주적 섭리를 따르고자 하는 존재이다.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서도 우주의 역사와 비밀을 직감적으로 읽어내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 또는 사건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소통을 열망하고 있음을 느끼는 자가 바로 시인이다. 이 책에서 이밀향 시인은 모든 현상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이어서 사리판단과 경계를 둘 수 없고, 객관은 곧 주관이고 주관은 곧 객관이며, 모든 것이 우주적 섭리임을 피력한다. “모든 사물에는 거리가 있네/ 모든 물질에는 거리가 있네/ 모든 비물질에는 거리가 없네// 우리에겐 거리가 있으며/ 또한 거리가 없네/ 일체는 분리될 수 없네// 잡으려 하지 않네/ 하나가 되려 하지 않네/ 그래서 하나가 되네” (「잡으려 하지 않네」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