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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영 외국도서 MD (berrius@yes24.com)
2017.09.20.
집안에 풍파가 닥친 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반찬 열다섯개의 저녁은 구경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매일 새로운 음식, 신선한 나물을 먹었던 행복한 날들이 까마득하다. 지금은 글쎄, 끼니란 첫째로 굶주림을 때우는 일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끼니란 여전히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이기도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과도 같은 아침이기도 하고, 스트레스로 가득한 하루 중 잠시 쉴 틈을 주는 귀한 점심이기도 하다. 쉬는 날 친구와 연인과 굳이 찾아가는 맛집은 삶의 기쁨이다. 끼니가 식사나 요리의 개념으로 확장되면 이토록 중요한 여러 의미들을 가진다.
덴마크의 파인 다이닝 세계에는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요리가 꼭대기에 있었고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주식이었던 감자 요리를 파스타와 같은 남부 유럽식 요리들이 대체한지 오래였다. 북유럽의 내로라하는 요리사들 조차 자국의 요리는 투박한 것으로 여겼고 크게 가치를 매기지 않았다. 스물 다섯살 촉망 받는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의 생각도 별다르지 않았다. 이미 유명한 레스토랑을 오가며 두루 경험을 쌓아 마음만 먹으면 또 다른 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을 맡을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북유럽 요리를 컨셉으로하는 레스토랑 ‘노마’의 오픈 제안을 받게 되고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덴마크령 파로 제도를 여행하며 노르딕 퀴진의 가능성을 본다. 거친 땅에서 자란 제철 과일과 채소, 그들의 땅에서 나고 자란 소와 풍랑을 이겨내고 잡은 물고기들은 수입된 여느 고급 식자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롭고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었다. 2003년 오픈한 레스토랑 ‘노마’는 1767년부터 코펜하겐의 부둣가에서 창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한 곳으로 허브와 소금에 이르기 까지 지역성에 뿌리를 둔 철학으로 세계에서 가장 웨이팅이 긴 레스토랑 중 한 곳이 되었다. ‘노마’의 플레이트 위에는 계절이 담겨 있다. 북유럽의 자연을 담은 플레이팅은 한폭의 그림처럼 화려하고 유혹적이다. 200 페이지에 달하는 컬러 화보가 들어 있는 이 레시피책에는 주방장 르네 레드제피의 여행기와 ‘노마’를 세계에서 손꼽히는 레스토랑으로 키워낸 44명의 스탭들의 사진, 지역의 식자재 공급자들에 대한 소개도 함께 들어 있다. 책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레몬이 나지 않는 기후에서 신맛을 내기 위해 식용 개미를 얹어 냈다는 파격적인 에피소드는 그들의 혁신과 도전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가늠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