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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당신도 마음을 접고 부모님이 원하는 여자와 결혼하면 되겠네요.”
“뭐라고?” “마음 좀 없으면 어때요? 부모님께 효도한다 생각하고 명문가의 아가씨와 결혼하면 되잖아요. 그 논리 아니에요? 도도하고 고고한 당신은 그러면 안 되고 쥐뿔도 없이 남자 잘 만나 결혼 잘하면 인생이 펴는 난 그따위로 살아도 될 것 같아요? 난 마음 없이 뭐든 된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삐뚤어진 당신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이입시키려 하지 마요.” “기분 나쁘다 이거지? 내가 정곡을 찔러서 기분이 나쁜 거 아니야? 내숭 떠는 거라면 그만 두시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혁 형 정도면 누구나 탐내는 사람이니까.” “그 선배는 수진이한테 관심이 있다면서요? 그래서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한 사람이 누군데 이제 와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직 세상을 모르는군. 욕심나는 건 빼앗으면 돼.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해. 내가 좋은데 남한테 양보할 필요가 뭐 있겠어? 친구가 무슨 소용인데?” 조강이 선숙의 잔에 술을 따르며 이죽거렸다. 선숙은 슬슬 열이 받아 술을 단번에 마시고는 쾅 내려놓았다. “당신은 남자가 너무 쪼잔해요.”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내 신경 자극하지 말고 당신도 내 마음을 빼앗아보지 그래요?” 조강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쪽 입가를 치켜뜨며 조소를 지었다. 선숙은 그의 조롱에 잔뜩 화가 났다. 이 사람처럼 깐족거리면서 감정을 자극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내가 질투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질투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여자한테 배신당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반항하는 당신보다는 내 삶이 더 윤택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뭐가 어째? 지금 날 자극해서 어쩌겠다는 거야?” “당신한테는 마음이 하나뿐인가 보죠? 한번 지나간 마음은 다시 되살아나지 않아요? 물론 나 역시 남자에 대해 마음이 죽어 있어요. 그렇지만 난 남자를 꺼리지는 않아요. 왜냐면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존재니까요. 결혼도 해야 하고 결혼을 하게 되면 내가 믿고 의지해야 할 사람이니까요. 사랑이요? 난 사랑이 뭔지 몰라요. 사랑 없이 무슨 결혼을 말하느냐고 비웃을래요? 그것이 당신이 말하는 이상형이라고 말할 거예요?” “내 생각하고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가치관의 차이죠. 난 사랑과 정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당신한테 말했잖아요. 정이 든 것 같다고요. 정이 든 것이 사랑을 말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녀의 논리에 그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헤아릴 수가 없었다. 마음을 빼앗아 보라는 것이 그냥 깐족거리는 말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편안하게 술 한잔 같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서혁이 끼어드는 바람에 원하던 시간이 어긋나고 있었다. 그를 스스럼없이 부른 그녀에게도 화가 났다.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 물어보지도 않고 멋대로 구는 것도 꼴불견이었다. “그럼 정이 생겼으니까 나와 결혼도 할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건가?”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