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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사람, 시간이 함께 소통하다
사진가 이동춘은 자연을 닮은, 그래서 꽃처럼 아름다운 한옥을 앵글에 담았다. 문설주와 기둥을 찍고 우물 마루와 대청 마루를 찍고, 처마와 지붕도 찍었다. 매화와 산수유 흐드러진 봄 풍경도 찍고, 해사한 여름 풍경을 배경으로 멋들어진 우리 차 문화도 앵글 속에 담아냈다. 해가 더해 가면서 한옥의 풍경은 춘하추동, 다른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그의 사진 속에는 한옥이 가진 비움과 채움의 미학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누구나 넓게 품을 줄 아는 선조들의 아량이 숨결이 능수버들 같은 처마에, 튼실한 서까래 기둥에, 나지막한 댓돌에 굽이굽이 서려 있다. 그는 특히 한옥의 열린 마음을 앵글에 담았다. 한옥은 수많은 문과 창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수많은 풍경들을 내보여주는 뚫린 액자 같은. 그 액자를 통해 바라보는 자연은 언제나 집안으로 자연스레 흘러 들어온다. 한옥은 자연을 닮아있어 언제 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그렇기에 2천 년 동안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로 삼 칸 지어내니 나 한 칸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 일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능선을 따라 그린 것 같은 유려한 한옥의 처마,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한옥의 풍정. 자연, 사람, 시간조차 한옥에 머문다. 오래 묵은 오늘로 미래를 이야기하다 한옥이 점점 사라지면서 우리 고유의 생활 문화 역시 우리 곁에서 조금씩 멀어져 간다. 사진가 이동춘은 자연, 사람, 시간이 함께 머물고 어울리던 한옥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소통’의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자연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면서 자연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스스로 벽을 쌓아 점점 더 고립되어 가고 있다. 차가운 시멘트 벽, 좁은 공간과 같은 아파트 주거 양식은 현대인의 개인적인 성향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한옥을 바라보고, 한옥에서 서로 부대끼며 정을 쌓던 삶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세월의 더께를 얹은 한옥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준다. 한옥은 늘 비어 있기에 열려 있고, 열려 있기에 언제든 채워질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오래 묵은 풍경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미래 사회를 바꾼다. 오래된 한옥을 찾아내고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얼마나 많은 귀한 우리의 자산이 빛을 잃고 사라지고 있는가.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집인 안동의 임청각은 원래 99칸의 대저택이었으나 일제에 의해 집 안으로 기찻길이 생기면서 75칸만이 남았다. 수 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귀한 문화재에 아직까지 일제 시대에 만든 기찻길이 남아 있다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이다. 선진국일수록 자신의 문화를 제대로 돌 볼 줄 안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다. 그나마 선조들의 아름다운 정신을 되새기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몇몇의 후손들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들 덕에 사진으로 영원히 그 풍경을 남길 수 있었다. 사진가 이동춘은 우리 문화의 상징인 한옥이, 이를 후세까지 지켜 나가려는 종손들의 삶이 결코 잊혀지지 않길, 사라져버리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렌즈 속으로 옛 풍경을 담는다. 책에는 전 안동문화원장 외 2명의 서문과 작가의 글을 비롯해 해남, 강진, 보성, 정읍, 산청, 안동, 경주, 강릉, 양평 등 에서 촬영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된 50여점의 사진들이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