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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영상 문화
앤드류 달리 저 / 김주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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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역사
형성기 : 사실주의, 시뮬레이션, 상호작용
계보와 전통 : 대중오락으로서의 기계적 스펙터클
전통의 형성 : 현대적 맥락

2. 미학
시뮬레이션과 극사실주의 : 컴퓨터 에니메이션과 TV 광고
내러티브의 쇠퇴 : 새로운 스펙터클 영화와 뮤직 비디오
'기표의 시대'의 디지털 이미지

3. 관객
게임과 라이드 : 이미지 서핑
표면 놀이와 소비의 공간

저자 소개

역자 : 김주환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 당선, 미술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자 : 앤드류 달리(Andrew Dareley)
영국 서리 아트 & 디자인 인스티튜트의 비평. 이론 연구 수석강사로 재직 중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41g | 153*224*20mm
ISBN13
9788987057729

책 속으로

한편 컴퓨터 게임의 '상호작용성'은 브레이크와 다소 유사하다. 관객이 물리적으로 관여하여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변화시키거나 그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능력과 기대감은, 좀 더 중요한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시뮬레이션 경험은 여행을 하거나 라이드를 타는 것보다 무엇인가(비행기 조종, 자동차 운전, 탐험과 발견, 전투와 생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관객에게는 제어 장치 비슷한 것이 제공된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게임 프로그램의 제한을 받지만, 지금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제어 능력을 갖는 한 대체 세계의 전적인 움직임을 통제하게 된다. 게임에 자체적으로 구축된 여러 척도에서 게이머는 선택 사양을 고를 적당한 '자유'를 지니며, 이로써 허구 세계에서 일정한 수준의 대행 능력이 허용된다. 동영상에서 표면 사실주의가 증대되고 실시간의 그래픽 표현이 정교해지고 1인칭 시점이 이용되면서 게임의 허구 세계 공간에 게이머가 실제로 존재하고 대행한다는 느낌은 극도로 믿을 만하게 느껴진다.

---p. 216

출판사 리뷰

스펙터클: 더 진짜처럼, 더 짜릿하게
저자는 우선 디지털 미디어의 역사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19세기에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요술환등(판타스마고리아)과 디오라마가 시각적 스펙터클의 두 가지 양상을 반영한다고 본다.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설득력 있는 초자연적인 이미지를 만들려는 것이 그 하나요, 자연을 그럴듯하게 모방하고 재현하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이 이중의 욕망은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상당 부분 디지털적인 수단을 통해 충족된다. 현대 디지털 영상문화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이처럼 시각적 스펙터클에서 얻는 핍진성, 즉 진짜처럼 보이기를 추구한 형식들에서 출발하고 있다.
한편 달리는 20세기로의 전환기에 유행했던 초기 영화와 놀이공원의 대중적 인기에서 비롯된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놀이공원에서 관람객들은 즐거움을 위한 스펙터클에 감각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초기 영화에서 관객들은 스크린에 제공된 이미지뿐 아니라 동시에 그것을 가능케 한 기술에 매료된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감각적 자극과 기술에 대한 매혹이야말로 스펙터클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제안한다.
이런 면에서 과거와 맥을 같이하는 현대의 스펙터클은, 첨단 디지털 기술과 공생하면서 관람자의 감각과 본능을 최대한 자극하고, 있을 수 없는 장면들을 현실의 사건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

표면 놀이: 교묘한 이미지 조작과 센세이션의 폭발
<터미네이터 2>에서 경찰관의 얼굴로 철창을 통과하던 액체인간의 모습에 아찔해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순간 그 엄청난 시각적 충격에 숨죽이지 않은 이들은 얼마나 될까? 이때만큼은 영화의 서사적 구조도 인물의 성격도 무용지물이다. 관객의 이성은 정지된 채 장면에 빠져들고, 긴장이 풀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졌던 현실 아닌 현실을 가능케 한 기술에 탄복할 뿐이다.
달리는 디지털 시대 영상문화의 가장 큰 특징을, 의미의 깊이가 사라져 천박할 정도로 한눈에 뻔히 보일 듯한, 정의할 수도 파악할 수도 없는 피상적인 기표만 남아 형식을 이뤄가는 ‘표면 놀이’로 지칭했다. 여기에는 뮤직 비디오나 TV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혹적이고 짜릿한 이미지들을 아무 맥락 없이 이어붙이는 방식,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건을 마치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만들어내는 방식, 반면에 현실을 소름끼치도록 상세히 재현하는 방식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저자가 보드리야르, 제임슨, 에코 등에게서 ‘복제가능성’ ‘반복’ ‘상호텍스트성’ ‘시뮬라시옹’ 등의 용어들을 빌어 자신의 설명틀을 마련한 까닭은, 더 이상 ‘새로운’ 뭔가를 생산하는데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 잘 알려진 것들을 변형하고 짜맞추며 융합하는 방식을 통해서 영상의 스릴과 스펙터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구별할 것도 없이,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작가의 시대는 지나갔고, 그 방점은 관객에게로 옮겨졌다.

신 호접몽: 현실이 가상인가, 가상이 현실인가
지난 2월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19세 소년이 부모를 살해했다. 그는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이 입었던 검은 가죽코트 차림에 영화 소품과 유사한 총을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중학생이 게임에서 경험해본 살인의 기분을 알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친동생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왜 이들은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영화와 게임의 어떤 특성이 이들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동하게 만들었을까? 과연 실재와 가상적 시뮬레이션의 경계가 분명하기는 한가?
임무를 띠고 적을 섬멸해 나가는 컴퓨터 게임, 영화 속 사건에 직접 뛰어든 것 같은 시뮬레이션 라이드, 뼛속까지 뒤집히는 듯한 놀이기구. 이들의 공통점은 관객 또는 게이머는 자기 자신의 모든 감각에만, 실제 시간만큼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내가 현실에서 투여하는 시간과 가상공간의 내가 겪는 시간이 동일한 만큼 실제로 ‘그곳에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게이머가 실제로 그곳에 있는 것처럼, 그래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내가 스스로 상황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듯하지만, 실은 극대화된 시뮬레이션의 환각적 공간 안에서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 내에서 움직일 뿐이다. 오히려 능동적으로 읽고 찾고 해석하던 예전의 관객보다 실질적인 ‘참여’의 측면은 약해졌는지도 모른다.
소비공간: 극장에 갈까, 집에서 볼까?
이제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과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놀이공원에 갈 수도 있지만 수만 명 뒤에 얼굴을 숨긴 익명의 관람객이 될 수도 있고, 극장에 갈 수도 있지만 집에 편히 누워 DVD 리모콘을 눌러댈 수도 있다.
달리가 관객의 경험을 논하면서 새롭게 제기한 문제는, 관객과 영상문화의 형식들 간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의 의미다. 스펙터클을 소비하는 공간이 다양해지면서 공적인 공간에서의 경험과 사적인 경험을 결정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이며, 그 두 가지 경험은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점차 자기관능적인 즐거움에 탐닉하면서 폐쇄된 공간에 빠져드는 관객을 우려하며 다가올 미래에 해결책을 미뤄두었지만, 지금 우리는 PC방이라는 공적이자 사적인 공간에서 수만 명이 팀을 꾸리고 적을 만들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온라인 게임을 보며 이미 두 영역의 교집합을 경험하고 있는 듯하다.

영상문화 담론의 안내서
저자는 디지털 영상문화의 표면 놀이와 스펙터클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탐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아트에 대한 비평과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그가 남긴 문제는 대중문화 연구자뿐 아니라 미술사가와 비평가들에게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텍스트가 되어 시각문화를 둘러싼 담론 전체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영상문화에 대한 학회가 구성되고 각계에서 관련 논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급속히 변화하는 우리의 시각문화 환경 그리고 기존 세대와 완전히 단절된 듯이 보이는 영상세대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주장들만 넘쳐난다.
『디지털 시대의 영상 문화』는, ‘영상’이라는 표현 아래 각자의 관심거리에 매몰되어 있는 영화, 사진, 미술, 게임 등 각 분야의 종사자들에게 현재의 시각 환경을 이루는 형식들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위치를 점검하고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달리 자신이 말한 것처럼 ‘특별한 미학적 공간’을 탐사하는 데 동참하고 싶은 이들과 현대 시각문화와 매체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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