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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고통의 꽃, 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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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우리의 삶을 견디게 하기 위해 예술이 존재한다고 했지요. 이런 식으로 자기 삶을 견디면서 남의 삶을 견디게 하면 좋습니다. 즉 아주 사적인 체험과 감정 생각이 동기가 되어 개인적인 것이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은 시입니다.--- 정현종(시인)
행복은 개인적인 것이죠. 남이 알아주든 말든 자신만의 것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다는 것은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한 감정이지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증폭되는 힘이 있어요. 그것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설이 예술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는 예술이겠지만, 물론 언어미학이 뛰어난 소설도 있기는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소설이란 대화의 한 방식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방식. 언어를 가지고 예술을 하고 싶었다면 아마도 나는 시를 썼을 겁니다. --- 성석제(소설가) 세상의 모든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세히 보면 다 기막힌 서사가 있어요.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죠. 정말 애정을 가지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자세히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요. 그게 사랑인가도 싶고……. 모든 인간은 다 죽습니다.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확실한 미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삶을 이야기하지요. 그것이 바로 오늘입니다. 나는 이 오늘을 씁니다.--- 윤대녕(소설가) 사랑의 본질은 타인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놔두는 거, 그냥 그대로 두고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이렇게 했으면 저렇게 했으면, 할 때가 있지요. 하지만 그거 사랑이 아닌 거 같아요. 자신의 마음일 뿐, 그냥 아이들 생긴대로 두고 보는 거 그 녀석이 어떤 삶을 살든 응원해주는 거……. --- 공지영(소설가) 소설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많이 살아서 경험이 풍부해질수록 그 문장엔 보이지 않는 무게가 실립니다. 세상에는 보이는 삶과 보이지 않는 삶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마흔이 가까워져서인지 인생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곤 합니다. 그렇잖아요. 나 슬프다, 나 무지하게 슬퍼 죽겠다, 라고 하기보다는 그것을 짐작하게 하는 한 문장의 힘이 사람을 더 움직입니다. 그런 연륜 있는 소설 문장이 소통의 문장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릴 때는 많은 말을 해서 서로 이해시키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들이 있듯이 보이지 않는 삶을 한 문장으로 쓰기 위해서는 경험이 풍부해야 될 겁니다.--- 김연수(소설가) 제 소설이 생명의 체온이었으면 좋겠어요. 그저 따뜻한 손난로 같은 것이 아닌, 인간과 자연의 체온 말이죠. 체취 같은 것. 그 사람을 좋아하면 알게 되는 그 사람만의 체취와 체온이 묻어 있는 그런 소설이었으면 합니다. 그래요. 제 소설을 읽을 때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강아지를 좋아한다면 강아지를 품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 신경숙(소설가) 시 쓰는 일은 자기 삶을 표현하는 한 양식입니다.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기 삶을 표현하는 양식이 있습니다. 그 삶의 양식으로 저는 시를 선택했을 따름입니다. 누구나 자기 삶의 양식을 충실히, 그리고 열심히 표현한다면 그의 인생이 바로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끔 새벽에 일어나 청소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내 삶의 양식이 저들 삶의 양식보다 더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반문합니다. 아마 내 진정성이 그들보다 더 떨어질 겁니다. 청소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요. 한 자리와 안 한 자리가 너무나 명징하게 드러나지요. 과연 나의 시도 그러할까요? --- 정호승(시인) 열심히 살면서 말이야, 가끔은 멈추어야 한다고. 요즘 얼마나 빠른 세상이야 정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들 달려가고 있지. 정신이 없어. 그럴 때 가끔 멈추어서 뒤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성찰’하는 거 말이야. 그래서 뭔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고, 새롭게 또 가는 거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삶은 재미없어. 삶의 재미는 그런 게 아니니까. 삶은 고속도로가 아니야. 저기 보이는 섬진강 물줄기처럼 휘어지기도 하고, 깊기도 하고, 얕기도 하고, 잠깐 멈추기도 하는 거야. --- 김용택(시인) 시 쓰는 일도 쓰면 쓸수록 외로운 곳으로 가는 것 같아요. 점점 더 외로운 곳으로 들어가고 그것을 견디는 것, 그것이 시 쓰는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 문태준(시인) 저는 소설을 같은 둥지에서 한 어미의 품에서 태어나는 새가 아니라, 글로 짓는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를 짓느냐, 초가집을 짓느냐, 아니면 목조주택을 짓느냐에 따라서 건축 공법이 달라지지요. 나무로 짓는 집과 돌로 짓는 집을 어떻게 같은 색깔로 지을 수 있겠습니까? 이리고 쳀런 생각도 합니다. 작품마다 이것은 이순원표다 라는 딱딱 나와야 할까? 이런 집들은 흔희들 이야기하는 집장사들의 비슷비슷한 싸구려 집 아닙니까? --- 이순원(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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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재훈 시인이 만난 우리시대 작가 21인의 행복론
정현종 · 성석제 · 은희경 · 윤대녕 · 공지영· 김연수 · 신경숙 · 윤후명 · 조정권 · 정호승 · 김형경 김용택· 도종환 ·문태준 · 박상우 · 전경린 · 조경란 ·구효서 · 이순원 · 김선우 · 김인숙 이 책에는 시인 원재훈이 2년 동안 취재를 통해 만난 우리나라의 대표 시인과 소설가 스물한 명의 삶과 문학, 사랑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정현종, 성석제, 윤대녕, 은희경, 공지영, 김연수, 신경숙 등 작품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던 이 시대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직접 말하는 그들의 어린 시절과 성장과정, 작가가 되기까지 지나온 인생길, 작품에 관한 이야기, 글쓰기의 행복과 고뇌, 삶과 사랑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담았다. 필자인 원재훈은 시인의 감성과 작가로서의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작가들과의 만남, 그 작가의 작품 속의 말과 글의 행간을 읽어낸다. 깊이 있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글은 마치 스물한 명의 작가가 쓴 산문집을 보는 듯 각자의 색깔을 잘 녹여냈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작가들의 대표 시와 소설 속의 문장들은 읽는 감동을 더한다. 작가들과의 만남은 주로 그 작가의 작업실이나 혹은 집, 카페나 술자리에서 이루어졌는데, 책 에 함께 실린 작가들의 사진을 통해 그들만의 작업실 풍경, 서재, 삶의 터전, 일상의 흔적들을 엿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사람이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문학은 탄생했다. 세상의 어떤 사람의 이야기도 결국은 쓰는 이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타인을 쓰려고 했는데 자신을 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내가 만난 시인과 소설가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는 그런 경험을 하곤 했다. 어, 이거 내 이야긴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간혹 그러한 경험을 할 것이다. 그건 매우 두려우면서도 즐거운 일이다. 내가 아직 보지 못하고 짐작도 못한 이야기가 시나 소설이 되어 녹아 있을 때, 꽃이 되어 활짝 피어 있을 때, 두렵고도 즐거운 것이다. 작가들은 각양각색으로 고통을 품고 있었다. 나는 안다. 그 고통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작품의 뒤에 숨겨진 존재들이다. 그들이 일상을 살면서 일상을 문학이라는 꽃으로 피워내는 과정은 어떠하며 그 원천은 무엇일까? 시인 원재훈은 작가들의 그 창작의 원천을 들여다보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 원천은 바로 고통과 고뇌에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고뇌와 고통이 없다면 시와 소설은 없었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외로움, 고통과 슬픔 그리고 기쁨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렇게 잘 버무려진 작품 속에서 독자들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온기와 사랑, 행복과 즐거움, 위로와 카타르시스를 맛본다. 소설가 윤대녕은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고 말했다. 아마 대부분 작가들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의 이면에는 그 반대의 모습인 고통이 숨어 있다. 삶을 버티게 하는 힘, 고뇌를 승화시키는 힘은 작가들에게 있어서 글 쓰는 일이다. 그러니 고통과 행복은 그저 종이 한 장 차이다. 작가들의 창작의 원천을 들여다보면서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