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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코스 : creative walk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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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면 천하의 재수덩어리가 되고, 50만 원짜리 술을 마시면 대단한 호쾌남이 되는 이 비논리를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술을 싫어한다는 진실이 왜곡되는 상황들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저 술 못마시는데요’ 라고 말하면 ‘에~ 거짓말’ 이런 식 말이다. 정말 난감하다.
--- p.30 고생 끝에 낙 온다 란 말이 있다. 하지만 나로 말하면 불행히도 고생 끝에 병 온 사람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요컨대 속담에도 동전의 양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애를 낳아야만 진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애늙은이 같은 아이와 철떡서니 없는 어른이 동시에 잘 섞여 사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를 싫어하거나 아이보다 애완견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이고 준엄한 국가라 해도 말이다. --- p.45 모든 연애는 내게 늘 어떤 교훈을 남겼다. 그가 내게 남긴 건 ‘기다리면 전화는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에고이스트’라는 향수 덕분에 그는 내게 영원히 이기주의자로 남아 있다. 사랑의 영역에선 어떤 향수를 쓰느냐 하는 사소한 문제도 그 사람의 잔상을 완전히 뒤바꾼다. 향기란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 p.55 나이 서른이 넘기고서야 하는 시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장만큼 멋진 곳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좋은 레스토랑들엔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바로 테이블 위에 계절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계절의 원형이 ‘시장’에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에 싱싱한 시간들이 찰랑찰랑 고여 있다. 등 푸르고 팔딱거리고, 쌉쌀한 시간 말이다. --- p.67 우리는 바야흐로 예술이 놀이인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갖다 버린 현수막을 주워 장바구니를 만드는 재활용 예술가가 존재하고, 한국 도로교통 공사가 설치한 과속방지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아트’라고 외치는 사진가가 존재하는 시대 말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예술적으로 잘 노는 것’에 있지 않을까. --- p.110 옷 못입는 게 검소하고 소박한 것의 상징인 시대는 갔다. 스타일 없고, 옷은 못입어도 내면과 지성은 알랭 드 보통에 셰익스피어 뺨친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나로 말하면 내면은 깊은데 표면적으론 예의도, 맵시도 없는 사람은 질색이다(외면도 알 길 없는데 하물며 내면은 어찌 다 안단 말인가!). 담배 피는 여자가 이들에게 정서적 폭력이라면, 그들의 허리춤 위로 껑충 올라간 벨트나 왕뽕이 나 같은 사람에겐 무지막지한 시각적 폭력이니까 말이다. --- p.153 패션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프라다를 좋아하냐고? 오브 코오스, 물론이다! 그런데 프라다보다는 프라다 스타일의 옷을 더 많이 사 입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니까 내 말은 뭐냐 하면, 진짜 만고의 진리란 수요 공급은 언제나 늘 불일치하는 거, 그거다, 그거. 사고 싶은 옷은 많다. 하지만 돈은 늘 없다. 천하의 사라 제시카 파커도 옷장 앞에선 입을 옷이 없다고 툴툴댄다고 하니, 과연 신은 공평한가. --- p.158 학습해야 할 ‘나쁜 것’이 이렇게 많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그건 분명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 아닐까. 안타까운 건 ‘나쁜 여자’ 라는 타이틀이 자신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 나쁜 여자들의 그 대책 없는 나르시시즘이다. 어린 시절에 먹었던 ‘아폴로’나 ‘쫀쫀이’의 불량스런 맛은 쉽게 잊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한 번만 빨아도 혓바닥 전체가 새까매지던 ‘죠스바’의 무시무시한 매력은 어떤가. 하지만 불량식품은 나쁜 음식일 뿐이다. 매일 먹을 수도, 매일 먹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쁜 게 좋다고 자꾸 우기지 말자. --- p.1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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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에 향수를 바르는 여자, 소설가 백영옥의 유행산책기 talk, style, love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의 작가 백영옥은 서울에서 태어나 죽 도시에서 자란 도시여자이다. 소설가가 되기 이전에 패션지 기자였던 그녀가 문화, 패션, 사회에 관한 다방면의 트렌드를 이야기한다. 향수를 레이어드해서 뿌리는 것에 멋스러움을 느끼며, 패션과 스타일을 무시하는 남자를 혐오하고, 가짜로 밝혀진 명품 화장품을 선물 받고선 버릴까 말까를 고민하고, 요즘 인기있는 각종 미국 드라마에 중독된 그녀는 누가 뭐래도 현대도시여성이다. 하지만 수입자동차보다 자전거 탄 남자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마트나 백화점보다는 계절이 살아 있는 시장에 가는 것을 즐기며, 소설을 ‘낭독’하는 문화를 동경하고, 뉴욕이나 파리보다는 자신이 33년을 산 서울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그녀에게선 그녀만의 남다른 향기가 느껴진다. 그녀는 마치 이런저런 향수를 체험한 뒤 자신의 체취와 잘 어울리는 향수를 찾아내는 것처럼, 정신없이 빠르게 바뀌며 넘쳐나는 트렌드 속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낸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트렌드에 그때그때에 맞는 향수를 바르는 여자이다. 여성들의 쇼핑로망 1위인 뾰족한 굽의 섹시한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고 화려한 파티에 가는 대신 맑은 공기 속에 바람과 새소리를 즐기며 유유히 ‘산책을 하는 것’은 그녀에겐 불편함이 아닌 일종의 즐거운 놀이처럼 보인다. 이 책에서는 작가 백영옥만의 발랄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자신의 재미있는 놀이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섯 개의 코스, 다섯 가지 산책 트렌드샷 이 책은 다섯 개의 코스와 각각의 특성있는 다섯 가지 산책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산책(creative walking)에서는 일상의 세심한 멋들을 엿볼 수가 있다. 낭만적 이별의 방식, 향수에 대한 철학, 커피 한 잔의 가벼움, 아이 대신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에 관한 흥미로운 관심사들을 풀어놓았다. 두 번째 산책(slow walking)에선 인공적인 것을 거부하는 최신의 트렌드 ‘에코이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취미란에 10년째 ‘걷기’라고 쓸 정도인 걷기 마니아, 고생 끝에 오는 건 ‘낙’이 아니라 ‘병’이라는 느림의 철학, 동안童顔과 안티에이징의 트렌드지만 뭐니뭐니해도 자연미만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세 번째 산책(fresh walking)에선 예술도 놀이로서 즐기고 솔직한 것과 끔찍한 것의 차이에 대한 생각 등 신선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산책(stylish walking)에선 전직 패션지 기자답게 명품트렌드, 다이어트, 한국남자들의 패션 등 ‘진짜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 코스(look around)에서는 미디어와 방송, 사회적 관심사 등을 돌아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