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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04
Case 001 : 청춘을 위한 멘토는 없다 ................ 08 Case 002 : 인공지능 제갈공명 ............................. 66 Case 003 : 아버지의 이름으로 ............................. 126 Case 004 : 당신들의 정치 ...................................... 200 에필로그 ......................................................................... 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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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글로 말한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논리와 근거로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변호사의 무기가 화려한 말솜씨로 그려지지만 한 번이라도 법정에서 재판을 방청해 본다면 적어도 대한민국 법정에선 그런 장면이 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서로 기록하고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여 싸우는 것이 실제 변호사의 세계다.
그런 점에서 민혁이 건넨 비밀유지서약서는 더 픽서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실질적인 명함 역할을 했다. 정말 깔끔한 문서.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 딱 체로 걸러낸 느낌. 한마디로 프로였다. 특히 호감을 주는 것은 문서에 담긴 태도였다. 허세를 부리거나 압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정중하게, 그렇다고 허술하지도 않았다. 기분 좋게 사인하도록 이끌지만 만약 분쟁이 생긴다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그런 문서였다. 더 픽서가 다루는 업무 성격을 대략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승원은 문서를 다 읽기도 전에 무언가에 이끌려 사인을 하고 말았다. “내려가시죠. 바로 케이스 시작입니다.” --- p.19 그러나 승원은 어딘가 분했다. 돈을 벌기 위해 웃음을 팔던 아가씨가 잘난 척하고 싶은 중년 사내에게 무참하게 폭행당한 대가로 신데렐라가 될 기회를 잡은 것은 어쩌면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모든 것은 강지수의 인권을 위해서도 아니고 허 교수의 인격을 위해서도 아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사건을 수습하길 원했던 클라이언트를 위한 일이었다. 윤식의 말처럼 드럼통에 담겨 바다에 던져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결말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승원의 마음 한쪽에서는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그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땅에서 잘 살아가겠지?’ --- p.60 더 픽서의 케이스 하나를 경험한 승원은 법무법인 문지로 돌아온 뒤 주변 휴민트를 돌려 더 픽서와 차민혁에 대한 뒷조사를 했었다. 언론사 기자들, 서울경찰청 정보과, 여의도 찌라시 작성팀, 국정원에 있는 사법연수원 동기까지 선을 댈 수 있는 곳이라면 다 찾아서 물어보았다. “차민혁? 내 편이라면 천군만마고 적으로 만났다면 당장에 죽여야 할 놈이지.” “더 픽서에 대해서는 별 얘기가 다 돌아. BH 보안손님에 프리패스 멤버다, 아니다 백악관 라인이다라는 얘기까지. 사실 여부는 모르지. 내가 아는 팩트만 얘기하자면 차 대표가 맥킨지에서 워싱턴DC로 파견 갔을 때, K-STREET 쪽 사람들이랑 일하면서 생긴 네트워크 가지고 시작한 일이다 정도야. 원체 베일에 싸인 팀이라 자세한 것은 몰라. 그런 데 갑자기 더 픽서는 왜 물어보는 거야? 거기서 일하려고? 당신 하고는 안 맞아.” “걔네들 온갖 그럴듯하게 포장은 하고 있지만 사실 범법자들 아냐? 가까이 하지 마. 언젠간 다들 법정에 서게 될걸. 하긴 변호사로서 잠재 고객관리 하면 되겠네.” “한마디로 힘 있는 자들의 용병이야.” --- p.76~77 ‘사악해지지 말자’가 구글의 슬로건이라 했던가? 기업을 하다 보면 사악해져야 할 때는 충분히 사악해져야 한다. 철저하게 악당이 되어야 한다. 다만 내가 악당이라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난 뒤 마 회장이 얻은 교훈 중 하나였다. 특히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오래도록 기억될 상징적인 장면은 어지간하면 남기지 않아야 좋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에서 자본주의 법칙으로 생존해야 하는 마 회장의 철칙 중 하나인 것이다. --- p.124~125 “인터뷰 영상 같이 보셨습니다. 달콤한 붕어빵이 씁쓸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공익을 위해 저는 부득이 청소년의 얼굴을 노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사진의 주인공이 저에게 연락해 온다면 변호사로서 모든 역량을 발휘해서 그동안 생부의 무관심으로 빼앗겼던 권리들을 되찾아드리겠습니다.” 영식은 잠깐 눈물을 머금으며 말을 멈추었다. 이 정도 연기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김수일 판사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김수일 판사님, 헌법재판관이 그렇게 되고 싶다면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고 자유입니다. 다만 이 불행한 소년을 위해 인간의 길을 외면하지는 말아주기 바랍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말씀드립니다.” 시청자가 최대한 자극받도록, 감정선을 끌어 올리며 영식은 멘트를 마무리 지었다. --- p.189~190 “힘 있는 몇몇 사람만이 쓰던 컴퓨터가 이제는 모두의 손에 있는 것처럼, 누군가 우리 눈을 가리고 우리 손에서 빼앗아간 정치를, 그 정치를 다시 우리 손안으로 가져올 수는 없을까요? 우리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그 정치를, 여의도에 있는 그 양반들이 감춰놓고 나눠주지 않는 그 정치를… 우리 손안으로 돌아오게 할 수는 없을까요?” --- p.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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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는 없다!
두 눈이 가려진 채 살아온 평범한 시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대한민국 스캔들 보고서’ ‘최순실 사태’라는 헌정 사상 최악의 스캔들은 결국 ‘현직 대통령 탄핵 및 파면’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1,600만이 넘는 시민들이 매주 주말 광화문에 운집하여 촛불을 들었고, 이 평화적 시위는 대한민국의 성숙한 시민 문화와 민주주의의 위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대내외 수많은 언론의 극찬이 쏟아졌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 국민들은 새롭게 탄생할 대한민국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 또한 산적해 있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정치세력과 비선실세, 재벌들에 대한 법적 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뭉치는 길은 멀기만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국민들의 마음이다. 그저 열심히 살아가기만 하면 행복을 품을 안을 거라는 기대는 산산이 짓밟혔고, 적지 않은 이들이 자괴와 분노 그리고 허탈과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삶이 포함된, 세상사를 주무르는 권력의 힘은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책 『더 픽서 The Fixer』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대한민국 사회를 주물러 온 ‘권력’이 세상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해 그려낸 소설이다. 부정한 방법을 쓰기도 하는 해결사라는 의미가 담긴 ‘픽서’의 활약상은 일견 놀랍다. 늘 냉정하고 침착한 리더 ‘민혁’을 중심으로 모인 다양한 캐릭터의 해결사들은, 기발한 발상과 프로다운 승부 호흡을 통해 하나씩 사건들을 풀어 나간다. 마치 ‘미드 수사물’을 보는 듯한 긴장감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픽서에게 사건을 의뢰하는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파국으로 이끈 정재계의 핵심 권력이다. 세상을 뒤흔들 스캔들을, 오직 돈과 권위를 통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모습은 흡사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는 것만 같아 씁쓸한 기분을 들게 한다. 또한 기득권이 힘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그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일상은 어떻게 이용되고 조작되는지를 책은 섬세히 묘사해 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독자에게 전하고 있으며, ‘인본주의’에 근거한 사건 해결 과정은 무엇이 정답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설마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까?’ 믿기 힘든 일들을,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나 보아 왔던 추악한 세상이 현실이 된 지금,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날린 카운터펀치에 무릎 꿇을 만큼 ‘권력’은 약하지 않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더 힘을 키우고 세상을 주무르려 들 것이다. 어쩌면 ‘정의正義’는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단지 ‘행복한 삶’ 위해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 책이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인간의 가치’를 찾아 떠나는 독자 개개인에게 ‘진정한 의미의 힘’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