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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_ 나는 김수로이다

1. 이방인
2. 구지가(龜旨歌)와 황금알
3. 철의 아들
4. 하늘의 뜻
5. 옛 구야, 新 가락
6. 허황옥(許黃玉)
7. 적(敵)
8. 정견모주(正見母主)와 새 지모신(地母神)
9. 계림, 그 끝없는 전쟁
10. 말로의 난(亂)

에필로그_ 유지(遺志)
저자의 말
참고 자료

저자 소개

저자 : 김경민
현재 조선시대 정치적 음모와 고건축을 주제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편지』, 『블루문』, 『꽃을 키우는 남자』, 『왕의 여인』, 『왕의 언약』 등이 있다. 역사는 실낱같은 올 하나에도 무수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끊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무수한 이야기들은 놀라운 생명력을 가졌다. 그 숨겨진 이야기들이 언제까지 속삭일지는 모르나, 당분간 그는 역사 속 인물과 고운 달빛을 벗 삼아 술잔을 기울일 것이라 말한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47쪽 | 579g | 153*224*30mm
ISBN13
9788957515518

책 속으로

그때, 지난날 자신을 해치려 했던 자객의 모습이 보였다. 복면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가 누구인지 수로는 알고 있다. 수로가 허공을 향해 팔을 뻗어서 거침없이 그 복면을 벗겨냈다.
‘누구인가. 나를 해치려는 자, 내 나라를 탐하는 자 누구인가.’
그러자 계림과 전쟁을 치렀고 가락국을 침략한 탈해의 모습도 보였다. 통증이 또다시 찾아들었다.
‘천신(天神)이시여! 나를 정녕 이렇게 버리시나이까. 나는 하늘의 자식입니다. 제게 그리 이르지 않았습니까? 나는 천자(天子)이다. 감히 누가 나를 막는가. 나는 김수로이다.’ --- 〈프롤로그. 나는 김수로이다〉 중에서

신천간, 오천간, 유천간이 동시에 눈을 떴다. 하늘의 길을 인도받는 토기의 물결이 요동치는가 싶더니 아홉 개의 물결이 빙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홉 개의 물결이 예전 같지가 않았다. 예사롭지 않게 휘몰아치는 물결에 신천간과 오천간, 유천간이 서로를 번갈아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신천간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곧바로 멈춘 곳에 낯선 이방인, 바로 수로가 한눈으로 들어왔다. 이것이 정녕 무슨 조화란 말인가. 신천간이 수로에게서 눈을 떼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세 제사장이 낯빛을 숨기며 제단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모여든 백성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는 구지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구하구하(龜何龜何) 수기현야(首其現也) 약불현야(若不現也)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놓아라. 만약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구하구하 수기현야 약불현야 번작이끽야, 구하구하 수기현야 약불현야 번작이끽야!”
--- 〈2. 구지가(龜旨歌)와 황금알〉 중에서

“아군은 즉시 후퇴한다! 적을 돌아보지 말고 목숨을 살펴서 무척산으로 향한다! 아군은 즉시 후퇴한다!”
수로의 명이 떨어지자 적군과 대항하던 아군이 하나 둘 돌아서기 시작했다. 싸우던 적을 뒤로한 채 급히 도망을 치는 아군들의 등 뒤로 적의 칼이 꽂혔다. 수로가 말을 달리며 적군들의 목을 정신없이 베었다. 수로를 따라 몇몇 장수가 아군을 살피기 위해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수로가 말고삐를 무척산으로 돌렸다. 그 뒤로 장수 네댓 명이 수로를 호위하며 말을 돌렸다.
적의 장수가 소리쳤다.
“가락국의 왕이 줄행랑을 놓는다! 아군은 똑똑히 보아라. 가락국의 왕이 그대들의 굽힐 줄 모르는 기세가 두려운 나머지 도망을 치고 있다. 이 얼마나 우스운 광경인가! 기필코 가락국의 왕의 목을 베어 추잡한 짓거리에 대한 응징을 할 것이다. 가성주 장세의 목 또한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
적군들이 수로를 쫓기 시작했다. 아군은 전력을 다해 무척산을 향해 달리며 뒤쫓아 오는 적군과 전투를 벌여야 했다. 개중에는 죽음이 두려워 검을 버리고 도망치는 이도 있었다. 채 멀리 달리지 못한 수로가 뒤로 돌아섰다. 수로의 눈앞에 아군의 전멸이 불길한 환영으로 떠올랐다.

--- 〈9. 계림, 그 끝없는 전쟁〉 중에서

출판사 리뷰

아홉 부족의 연맹 국가였던 구야국을 가락국으로,
강성한 철의 제국으로 우뚝 세운 천(天)의 아들 수로왕,
그 파란만장한 삶의 대 서사가 펼쳐진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아니 내어놓으면 구워 먹으리.”
우리나라 향가 중 가장 오래된 노래인 이 구지가(龜旨歌)는 설화 속에서 가야의 백성이 수로왕을 맞이하며 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지가 개벽한 후 가야 땅에는 ‘나라’라는 개념도, ‘임금’이나 ‘신하’라는 칭호도 없었다. 가락국은 본래 구야국으로서 아도간, 여도간, 피도간, 오도간, 유수간, 유천간, 신천간, 오천간, 신귀간 등 아홉 구간(촌장)의 수장들이 다스렸다. 이 아홉 구간과 백성들의 눈앞에 어느 날 여섯 개의 황금알이 내려오고, 그중 가장 먼저 알을 깨고 나온 자가 가야의 시조 김수로라는 것이 『삼국사기』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수로왕의 탄생 설화다. 소설 『김수로: 철의 아들』은 이 같은 설화를 바탕으로 김수로가 구야국의 아홉 구간과 백성들 앞에 나타나는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는 이 책의 서두에 고대사, 특히 가야에 대한 사료가 극히 미비하며 각각의 자료 또한 그 의견이 분분하고 불분명하다고 미리 밝혔다. 때문에 단편적인 사실 혹은 추론 사이사이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이음새로 활용해 이야기를 전개했다. 가야에 대한 사료가 많지 않다는 것은 한편으로 작가가 더욱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작가는 수많은 사료 중 설득력 있는 주장을 담아 역사를 훼손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갑작스레 등장해 스스로를 ‘하늘의 자식’이라 칭하는 김수로를 향한 아홉 구간의 견제와 그들이 벌이는 각종 암투가 그것의 일례다. 한편 ‘철의 아들’이라 불린 김수로가 이러한 수장들의 견제를 단번에 물리친 것은 바로 ‘철’이라는 신물 때문이다. 나무로 농기구를 만들어 쓰고 그나마 단단하고 비싼 검의 재료가 겨우 청동밖에 없었던 이 시대의 사람들은 수로가 내민 철검에 기함하여 김수로를 기꺼이 왕으로 모신다. 하지만 이들의 심중 한가운데에는 훗날의 역모를 도모하리라는 시커먼 계획이 깔려 있고, 그렇기에 가야를 철의 강국으로 만들려는 김수로의 정사는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철의 아들 수로, 무명(無名)의 땅 가야에 역사적 숨결을 불어넣다!
492년간의 존속 기간 동안 가락국은 토기, 철, 청동 등을 생산하고 생활 용구, 무기 등을 제작하여 이웃 일본, 낙랑, 중국 등에 수출함으로써 찬란한 문화 민족의 위상을 과시했다. 소설은 김수로가 외부와 단절된 나라에서 활발한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도록 정사를 펼치는 과정을 사실적이고도 세심하게 그리고 있다. 계림과의 거듭되는 전쟁에서 그가 보여주는 패기와 백성을 위해 힘쓰는 어진 정치력은 한 나라의 왕으로서 지녀야 할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한편 수로를 둘러싼 배경 인물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도 이 소설에서 찾을 수 있는 쏠쏠한 재미다. 작가는 이 책에서 비단 수로의 삶뿐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의 희로애락 또한 절절히 그려냈다. 이 소설에서 수로왕과 그의 비 허황옥 그리고 위에 열거한 아홉 구간 및 신보(申輔), 조광(趙匡), 탈해를 제외한 모든 인물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중 수로왕과 가장 뚜렷한 대치 관계를 이루는 인물, 말로는 실제 여러 지역에 분포되었던 소국의 한 왕에서 차용한 인물이다. 신화 속 여섯 개의 알 중 하나에서 났다는 아버지(신귀간)의 말을 뛃석같이 믿고 수로의 자리를 호시탐탐 엿보며 역모를 도모하는 말로는 드라마 〈김수로〉 속에서 김수로와 라이벌 관계를 이루는 이진아시에 비견할 만한 인물이다. 또한 수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숨길 수밖에 없는 아미와 그녀를 향한 연정으로 미움까지 품게 되는 김수로의 관계는 이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정설과 설화에 허구를 적절히 덧입힌 소설 『김수로: 철의 아들』은 가야 시대와 김수로라는 인물을 한꺼번에 내세운 최초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고, 빠르고 안정적인 전개 방식과 맛깔스러운 스토리 덕분에 역사소설임에도 지루하거나 어렵기보다 강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철기 문화의 강국 가야, 역사의 베일 속에 가려 있던 가야를 보다 깊이 체험하고 한 나라를 위한 왕의 고매한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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