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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달 9
하얀 비밀 37 잊혀진 여인 65 바람 부는 날들 94 면도날 123 아름다운 배신 152 불꽃놀이 180 폭풍 전야 209 너의 목소리 240 돌아앉는 자 269 흔들리는 별 300 꽃잎처럼 331 검은 휘파람 3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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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의 고급 요정 해상옥.
스무 평을 웃도는 넓은 방에서 덩치 좋은 사내들 열댓 명이 둘러앉아 흐드러지게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호화로운 술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좌중의 분위기는 근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차라리 살기가 도는 기운이 흥겨워야 할 술 자리를 배반하고 있었다. 얼굴에 상처 하나쯤은 훈장처럼 달고 있는 그렇고 그런 사내들. 상좌에 앉아 험상궂은 사내들을 굽어보듯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또 한 사내. 별명은 ‘작두’이며 이름은 오천명이라 했다. 그의 피부는 바늘 끝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묻어날 것 같지가 않다. 백랍같이 흰 얼굴에 푸른 기색까지 은은하게 도는 바싹 마른 피부, 훤칠한 키, 움푹 파인 눈, 잔인한 섬광이 별빛 되어 흘러가는 눈초리, 짙고 검은 눈썹, 일자로 찢어져 굳게 닫힌 입, 세상의 번뇌가 모조리 거기 모인 듯 슬픈 눈밑 그림자……. 서른이 채 못 된 나이면서도 표정과 자세에서 연륜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신비한 사나이. 작두는 술상을 앞에 두고 나란히 두 줄로 앉아 있는 사내들로부터 무언가를 보고받고 있었다. 그는 ‘대형님’으로 불렸다. “텍사스의 태천수가 배반할 기미를 보입니다.” 한 사내가 말했다. “음……. 그렇단 말이지. 왜 배반한다고 생각하나?” 작두의 반응은 신중했다. “먹을 게 하도 많다 보니 눈깔이 뒤집혔나 보지요. 지난달에도 상납금이 몇 푼 되지 않았습니다. 지 말로는 똘마니들 먹여 살리려니까 힘이 든다면서 엄살을 피우더라니까요. 암만 해도 바싹 태워 버려야 되겠습니다.” 초량동 일대 텍사스. 구역 왕초인 태천수는 윤락녀들이 포진하고 있는 그 일대를 주름잡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기둥서방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포주이기도 했다. 그는 거기서 행패 부리는 미군들을 손봐 주는 대신 윤락녀들한테서 엄청난 달러를 거둬들이고 있었다. 태천수의 특기는 뭐니뭐니해도 도끼 던지기. 작고 땅딸한 몸매에 당수 5단의 실력자이기도 했지만 그가 던지는 야전용 도끼는 백발백중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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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 전쯤 ‘검은 휘파람’이라는 제목으로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본인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기왕의 작품 ‘불칼’을 쓸 때부터 당시의 주먹들 얘기를 그려 보고 싶었다. 미화되는 폭력으로서가 아니라, 낭만주의의 대명사처럼 이해하고 있는 혹간의 오해에 대한 재조명의 필요에 의해서였다. 주먹은 때에 따라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기도 했고, 사회에서 필요악으로 애써 비호되기도 했었다. 실상 그것은 어두웠던 전시대의 왜곡될 수 있는 사실일 뿐이지 화려한 낭만의 폭력은 아닌 것이다. 그 때문에 작품의 군데군데가 탐미적 수법으로 쓰였을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품의 성공적 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폭력은 예나 지금이나 그 방법만 달리할 뿐 오늘도 사회의 곳곳에 살아 있다. 그나마도 하나의 끈질긴 맥락까지 이루어 뿌리를 굳건히 박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옛 주먹 오작두의 활약 시대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의 아들이 당하는 비극의 연계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시대 배경은 한국전쟁이 끝나는 1950년대 항도 부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30년 후 서울에서 그 미스테리는 재현된다. 다시 ‘검은 휘파람’의 애독자들인 한 세대가 지나간다. 그래서 절판되어 이미 읽지 못한 새 독자를 위해 ‘한국 대부’로 제목을 고쳐, 시원한 활자와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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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기다리던 얘기, 한국 대부
장편 소설 ‘내일은 비’로 사상 최고의 판매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소설 독자들에게 친숙한 작가 김병총의 이번 작품은 질적?양적인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 소설 시장에 한바탕 주목을 받을 역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한국 대부’는 몇 가지 점에서 남성 소설로서의 매력이 돋보인다. 먼저, 지난 시절 부산 일대의 주먹계를 무대로 한 배경 면에서 그렇다. 암울한 시절의 의리와 불의, 정의와 배신, 복수 등의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들은 영웅이 없는 이 시대, 마초이즘에 열광하는 현대 남성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 줄 것이다. 작가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추리 기법은 전편에 걸쳐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한다. 행간에 숨은 복선과 반전의 장치들도 독서의 기쁨을 배가시켜 줄 것이다. <조폭 마누라는 가라> 주인공 강청민은 사법 고시를 준비하는 태권도 유단자 대학생이다. 지적이면서도 나약하지 않고, 용감하지만 고뇌할 줄 아는 주인공은 서울과 부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실과 비의, 생의 정체성을 따라가는 숨막히는 여정을 펼친다. 본격 남성 소설로서 ‘한국 대부’가 선보이는 미학은 주요 등장 인물들의 개성 강한 캐릭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작은 키지만 다부진 몸매에 손도끼를 잘 쓰는 태천수, 싸움의 천재 짝귀, 씨름꾼 출신의 천하장사 킹콩, 긴자 야쿠자 출신 와꾸, 면도날 반 토막을 발바닥에 붙이고 창살 너머 배신자의 목 동맥을 끊어놓은 고승수 등. 개성 가득한 조연들의 이력을 접하는 순간부터, 독자들은 본격 남성 소설 ‘한국 대부’가 펼쳐 보이는 이 시대 남성들의 힘 겨루기에 즐거이 참여할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