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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 잠든 눈을 녹이려고 봄 햇살이 따사롭게 빛나요.
바람은 지난겨울을 견딘 나무들 사이로 휘파람을 불고 축축해진 흙들은 내 장화에 달라붙어요. --- p.8 마당 위, 바스락거리는 식물 줄기들을 나나 이모와 내가 부서뜨려요. 겨우내 마른 풀들을 한아름 걷어내고, 잡초를 닭들에게 실어다 주죠. 닭들이 꼬꼬거리며 부지런히 쪼아 먹을 때 우리는 땅 위에 넓게 거름을 뿌려요. --- p.13 땅 아래, 토마토뿔벌레 한 마리가 있어요. 날개가 돋아나기를 기다리고 있지요. 토마토뿔벌레는 나뭇잎들도 돋아나기를 기다려요. 그래야 거기에 소중한 알들을 놓을 수 있으니까요. --- p.17 마당 위, 바람이 한결 차가워요. 호박은 노을빛으로 물들고 해바라기들은 떠나는 9월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해요. 나나 이모는 꽃들을 묶어 해바라기 집을 만들고 그 그늘에서 책을 읽어요. --- p.38 땅 아래, 딱정벌레가 굴을 파요. 집으로 향하는 개미 걸음이 더욱 빨라지죠. 지렁이들은 땅속으로 들어가 몸을 돌돌 말아요. --- p.45 따스한 햇살과 분홍빛 꽃들과 연초록 새싹을 꿈꾸며 벌거벗은 나뭇가지 아래, 눈으로 뒤덮인 그 아래, 새로운 마당이 잠들어 있어요. 땅 아래 그곳에 말이죠. --- p.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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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글과 서정적인 그림 속
활기 넘치는 생태계의 현장 이 책은 생태 관련 여느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린이 독자에게 다가선다. 즉, 시시각각 변하는 마당 위, 땅 아래 식물과 동물들의 생태활동을 짧은 시구처럼 대조하고 되풀이해 보여줌으로써 사계절의 변화와 생태계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여러 생물의 다채로운 활동을 대비함과 동시에 연계함으로써 자연 생태계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우리 인간도 그 일부임을 독자 스스로 느끼게 한다. 책 뒷부분에는 책 속 동·식물을 정리, 소개하고 있는데 우리 인간이 흔히 ‘해충’이나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분류하는 동물들도 안배해 어린이들이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자연과 환경을 바라보게 했다. 이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말에도 잘 드러난다. 즉, 진짜 유기농은 살아 있는 생명체들로 꽉 들어차고,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인간과 동물 모두가 힘을 합쳐 일하는 곳에서 만들어진다고 작가는 강조한다. 벌레 없는 자연은 죽은 자연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자연 생태계의 순리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 이모를 따라 마당과 텃밭에 나선 호기심 가득한 조카의 시선으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관찰의 깨알 같은 재미를 잘 표현한 그림들을 만나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즐거움이다. 마당과 텃밭의 대표적인 해충으로 분류되는 박각시나방 유충인 토마토뿔벌레조차 이 책에서는 당당하게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정원에 무리지어 산다고 해서 정원뱀으로도 불리는 가터뱀과 혼자서 열일 하는 지렁이, 음습한 이미지의 박쥐나 거미에 대해서도 작가의 애정이 잘 드러나는 이 책을 보다 보면 어느새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생명의 소중함이다. 이는 어린이 독자에게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치든 아니든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사실을 생태마당의 사계절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 순간에도 쑥쑥 생장을 멈추지 않는 동·식물의 에너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땅 아래 작은 생명들이 꿈틀꿈틀 일궈내는 자연의 원동력이 이 작은 책 속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은 어린이 독자가 자연 생태계의 순리를 깨우치는 데 길잡이가 되고, 나아가 생명을 귀히 여기는 마음의 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