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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등 노란 불빛 속에서 먼지의 소용돌이가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앞쪽에 도로가 있다는 뜻이었다. 엄마는 아빠의 트럭이 내뿜었을 먼지구름 속으로 차를 몰았다. 오른쪽으로 심하게 굽은 도로는 언덕 꼭대기 너머로 이어졌다. 엄마는 차문에 기대며 운전대를 틀어쥐었다. 바람이 스테이션왜건의 기다랗고 널찍한 측면을 후려갈겼다. “꽉 잡아.” 엄마가 외쳤다. (…) “엄마, 조심해요!” 대니얼이 소리쳤다. 엄마는 운전대를 힘껏 오른쪽으로 틀었다. 차는 시커먼 배수로를 향해 미끄러지다가 겨우 멈춰 섰다. 대니얼과 에비의 몸이 앞으로 홱 쏠렸다. 형체는 배수로로 굴러떨어졌다. 텀블위드들이 통통 튕기며 차를 향해 다가오다가 둘기둥 사이의 철조망에 걸려 차곡차곡 포개졌다.
--- p.12 레이는 주먹을 꽉 쥐고 등을 꼿꼿하게 편 채 잠시 사진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루스를 보지도 않고 고함을 질렀다. 창녀라고. 너는 빌어먹을 창녀라고. 자기를 일러바쳤느냐고. 빌어먹을 창녀가 분홍색 머리끈을 하고, 내가 자기들 딸내미를 훔쳐갔다고 생각하는 애미 애비한테 먹을 걸 갖다 바쳤다고. (…) 방충망문이 쾅 닫히고, 아서의 트럭에 시동이 걸렸다. 진입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트럭의 타이어 밑에서 자갈이 왈그락거렸다. 집 앞을 지나가던 트럭은 잠시 멈춰 섰지만 이내 엔진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 p.73~74 이언은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천천히 양손을 들어 귀를 막았다. “지금이야.” 대니얼이 검지에 힘을 주자 방아쇠가 살짝 움직였다.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개머리판을 어깨뼈에 밀어붙였다. 목 근육에 통증이 생기고 허파가 타는 것 같았다. 방아쇠가 당겨지고, 라이플이 발사됐다. 프레리도그가 펄쩍 뛰어오르더니 1미터 정도 뒤로 떨어졌다. 끽끽거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잡았어!” 이언이 소리쳤다. --- p.101 “바람소리 아니었다니까! 쾅 하는 소리였어. 봐! 또 들리잖아.” (…) 얇디얇은 흰색 커튼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창밖에 누가 있어요.” 엄마 옆구리에 얼굴을 파묻은 에비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대니얼은 또다시 쾅 하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며 커튼을 노려봤다. “밖에는 아무도 없어.” 하지만 대니얼도 자신이 없었다. 바람은 집으로 돌진해서 쾅 소리를 내지도, 옆쪽 마당을 비틀거리며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대니얼은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뛰지 않았으면 싶었다. 귀에 자기 심장 소리만 들렸다. --- p.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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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에 환호하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데니스 루헤인(소설가)
숨 막힐 정도로 독특하고 어둡고 소름끼치는 이야기! [커커스리뷰]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매혹당하고 말 것이다. [북리스트] 25년 동안 비밀에 휩싸여 있던 비극적 가족사 마침내 드러나는 처절한 진실은? 큰누나의 죽음 이후 고향을 떠난 아서 스콧. 이야기는 그의 가족이 흑인 폭동을 피해 고향 벤트로드로 돌아가며 시작된다. 2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고향에는 여전히 ‘그 사건’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아서 가족이 이사온 뒤 공교롭게도 마을에서 소녀가 실종되고, 이웃들은 타인이나 다름없는 아서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게다가 고향에 돌아온 뒤로 아서의 막내딸 이브는 죽은 고모의 유품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아들 대니얼은 어쩐지 아서의 총에 관심을 보인다. 아서는 소중한 것을 잃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하는데…. 서걱거리는 긴장감, 죄어드는 공포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찐득한 서스펜스! [라이브러리 저널] 등 미국 내 주요 미디어에서는 ‘『벤트로드』는 아메리칸 고딕 소설의 새로운 전범’ ‘고딕과 느와르의 완벽한 융합’이라며 격찬을 쏟아냈다. 협소한 공간 배경을 바탕으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 현대의 고딕이라면, ‘벤트로드’를 벗어나지 않는 이 작품은 그 모범이라 할 것이다. 낭자하는 선혈도, 흉기를 든 살인마도 없지만 아서의 집을 향해 쉴 새 없이 조여드는 공포가 숨 한 번 크게 쉴 여유조차 주지 않는 것. 로리 로이는 서스펜스의 근간은 ‘곧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라는 예감, 그런 예감을 자아내는 분위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다. 아서 가족이 트럭을 몰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첫 장면부터 음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이 긴장감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느슨해지지 않는다. 이는 작가 특유의 치밀한 플롯과 촘촘한 묘사 덕분이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 차분하면서도 감정이 배제된 차가운 서술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 서스펜스를 자아낼 수 있는지 『벤트로드』는 완벽하게 보여준다. 에드거상의 안목이 얼마나 정확한지, 로리 로이라는 신인 작가에게 왜 그토록 각광이 쏟아졌는지, 이제 한국 독자가 직접 확인해볼 차례이다. 역사와 전통의 에드거상 심사위원회가 사랑하는 작가 로리 로이의 2012년 에드거상 최우수신인상 수상작! 미스터리 소설계의 오스카상이라 칭할 만큼 긴 역사와 막강한 권위를 자랑하는 에드거상. 수많은 작가의 등용문 또는 도약의 발판이 돼왔지만, 중복 수상자가 거의 없을 만큼 보수적이고 엄격한 심사로 유명하다. 그래서 『벤트로드』로 2012년 에드거상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한 로리 로이가 4년 뒤 『그의 걸음 안에서 죽다Let me die in his footsteps』로 최우수장편상 후보에 올랐을 때, 그의 수상 가능성을 점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창설 이래 70여 년에 이르는 에드거상 역사상, 신인상 수상자가 장편상을 수상한 것은 단 두 차례뿐이며, 각각 장편상 수상까지 18년(로스 토머스), 12년(스티브 해밀턴)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리 로이는 예측을 뒤엎고 최우수장편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 세 권 전부에 에드거상 심사위원회가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드러낸 셈! 데뷔 5년 만에 미국 문학계의 중심에 우뚝 선 로리 로이. 미스터리, 스릴러, 크라임 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 작가의 이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