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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_ 전쟁은 끝났어도 기억의 강은 흐른다
발간사_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적유령의 피눈물 전쟁은 다시 시작되고 스산한 침투 공포의 피리소리 이상한 명령들 운산전투의 쓰라린 기억 조심스러운 후퇴 미 8기병연대 3대대의 비극 드러나는 중공군의 실체 전장에서의 평화로운 휴식 난세의 영웅들 다시 시작된 중공군의 공세, 그리고 후퇴 작은 것도 방심하는 순간 패배다 인디언 태형 후퇴, 후퇴! 서울을 포기한다 사단장의 하루 서울을 뒤로 하고 다시 남으로, 남으로 별이 떨어지다 반격의 그날을 준비하다 한 걸음씩 다시 전진 작전명 'Killer', 다시 서울이 보인다 전세를 뒤집은 킬러 작전 서울 탈환이 바로 눈앞이다 대한민국의 심장 맥아더의 통 큰 선물 퇴로를 막아 적을 분산시키다 굿바이, 맥아더 전쟁의 별 낙하산 영웅 리지웨이 순양함급 지휘관 밴 플리트 가족과 만나다 비극의 임진강 그날, 1950년 6월 25일 예보 없는 태풍전쟁 버틸 때까지 버텨라 잘못된 '사수 명령서' 최후의 만찬 평양에서 발견한 남침 증거 지연작전 도시는 병사를 잡아먹는다 참전한 미군부대를 만나다 엄습하는 패전의 그림자 후퇴 속에 거둔 승리 희망, 그러나 떠나는 이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별을 달다 고등학생 김윤환 「'개성 유격대' 박광현 씨 참전 수기」 낙동강을 사수하라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 김일성의 조바심 한데 묶인 국군과 미군 위기는 구름처럼 밀려오고 땅위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융단폭격 처참한 살육의 현장 미군 증원 그리고 연합작전 죽음을 통해 배운 '전쟁의 기술' 대구에 떨어진 포탄 미군 최고 수뇌부의 방문 피로 쓴 신병 리스트 학도병의 편지 '볼링장'의 전투 김일성이 내민 최후의 카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마지막 위기 틈새를 노린 북한군의 공격 거대한 반격의 시작 전우의 시체를 넘어 우리는 간다 인천상륙작전, 그후 「노병이 전하는 다부동전투」 가자! 평양으로 김책을 생포하라 서울에서 만나자 선봉에 서고 싶은 군인의 마음 권총과 위스키 백 사단장, 평양을 맡으시오 무너지는 인민군 총사령부 국군에 처음 배치된 미군 전차 전차 작전 미군의 전투 스타일 마지막 관문을 넘다 낯선 귀향 1950년 10월, 평양 김일성의 흔적 처참한 평양 형무소 포탄과 피의 고지 만약 이곳에서 김일성과 박헌영 미군 공습이 위력 대통령의 뒷모습 6 25전쟁의 산 증인 백선엽 장군을 만나다 백선엽 장군과 청년들의 만남 |
白善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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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동해 도착한 곳이 임진강 다리 앞이다. 담배를 잇따라 피웠다. 입술은 바짝 마르고, 목구멍은 겨우 공기만 드나들 정도로 자꾸 조여든다. 이 전쟁은 어떻게 번지고 있는 것인가. 내 나이 이제 만 스물아홉. 불과 5년 전 만주군 초급 장교 때 소대장으로 30~40명의 병력을 통솔했지만 지금은 내 휘하에 9000명의 장병이 있다. 이들을 이끌고 거칠게 내려오고 있을 북한군을 어떻게 막을까. 허공으로 사라지는 담배 연기를 보면서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나는 이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 것인가…….' ---p.157
게이 소장과 그의 사단 사령부에 도착한 1950년 10월 31일 자정 무렵. 사령부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넘어가는 듯한 급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8기병연대와의 무전 통화였다. "흑헉헉. 적, 적, 적병이 전차에 기어오르고 있다!" 이어서 "콰 ─ 쾅" 하는 폭발음이 무전기에서 새어 나왔다. "적이 우리 진지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전차 위에 적들이 올라탔다!" "따다다다다당 ─!" 충격적이었다. 이동하던 미 8기병연대가 중공군의 기습을 받은 것이다. 총성과 폭음, 그리고 찢어지는 듯한 고함소리가 무전기 스피커를 통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pp.45-46 아내는 그저 울고만 있었다. 아무 소리 없이 울며 서 있었다. 단칸방에는 어두운 백열등이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그 바닥에서 놀고 있던 네 살배기 딸도 내가 낯설었던 모양이다.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제 아버지를 알아보고 품으로 달려들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뭔가 뜨거운 게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다. 억누르고 외면하려고 애썼던 가족에 대한 그동안의 깊은 그리움이 뭉쳐진 감정 덩어리였다. 별리別離……. 전쟁 중에는 수많은 사람이 그리운 가족과 서로 헤어지는 순간을 마주친다. 누구는 이승을 떠나면서 영원히 가족과 헤어지고, 누구는 이 땅 위에 함께 살아 숨쉬면서도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서로 다시 만나지 못하는 이별의 고통을 겪는다. 그에 비하면 나는 행운아다. 전쟁 통에 이리저리 누비느라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다시 상봉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국토를 지키느라 스러져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희생과 고통에 비한다면 나와 내 가족이 겪었던 이 이별은 아무것도 아닐 게다. ---p.146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어제 내복을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왜 수의---壽衣를 생각해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p.291 부대 선두가 먼저 자리에 앉자 쫓겨 내려오던 후속 부대원들도 한곳에 다 모였다. 처절하게 버티다 내려온 부대원들의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모두 꺼냈다. "지금까지 정말 잘 싸웠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 여기서 밀린다면 우리는 바다에 빠져야 한다. 저 아래에 미군들이 있다. 우리가 밀리면 저들도 철수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끝이다. 내가 앞장서겠다. 내가 두려움에 밀려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쏴라. 나를 믿고 앞으로 나가서 싸우자." 저 멀리 하늘과 산이 맞닿은 공제선으로 적들이 올라왔다가 다시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나 둘, 점차 그 수가 많아지고 있었다. 나는 옆구리에서 내 권총을 빼 들었다. 나는 적들이 넘어오는 산봉우리를 보면서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부대원들이 앉아 있는 대열 한가운데를 가르면서 뛰어나갔다. 내가 대열의 가장 앞에 섰다. 부대원들이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내 뒤에서 함성이 일고 있었다. 정확히 무슨 소리인지는 기억이 없다. 그저 힘찬 부대원들의 외침이 내 뒤를 떠받치고 있었다는 기억뿐이다. 계속 그 산길을 뛰어올랐다. 숨이 다시 찼다. 300미터쯤 올랐을까. 누군가 내 어깨를 부여잡았다. 억센 손길이었다. 또 누군가 내 허리를 잡았다. 역시 힘센 손이었다. 나는 더 이상 달려나갈 수가 없었다.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사단장님, 이제 그만 나오세요. 우리가 앞장서겠습니다." 내 부하들이 나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들은 포탄이 넘나드는 그곳을 향해 쏜살같이 앞으로 나갔다. ---p.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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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으로 빠져들어가는 내 희미한 의식의 한쪽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수많은 가족이 어디엔가 살아있지만 다시 못 보는 상황에 닥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승과 저승의 삶의 갈림길에 나뉘어야 했던 비극의 서막, 1950년 6월 25일의 아침이었다. "사단장님! 북한군이 밀고 내려옵니다! 개성은…… 이미 뺏겼습니다." 머릿속 어딘가서부터 내가 신당동 집의 대문을 나서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전쟁이 터졌다. 전선으로 함께 가자!" -파란 심장을 가졌던 그들,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의 전투를 기억하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따스한 인정이 넘치던 한반도는 차갑게 식어버린 파란 심장만이 존재할 뿐이다. 누구도 다른 생각할 것 없이, 무언가에 홀린 듯했다. 내가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쓰러지는 전투에서 과거의 형제와 민족을 고려할 시간도 없었다. 6?25 발발부터 다부동전투,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 운산전투, 1?4 후퇴, 그리고 반격에 이르기까지 통일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임했던 크고 작은 전투들이 당시 국군 1사단장이었던 백선엽의 회고를 통해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내가 앞장서겠다. 내가 두려움에 밀려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쏴라."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전쟁, 그것을 좌우하는 별들과 전쟁 기술을 기억하다 한국전쟁은 단순히 한반도의 한민족 간의 내전이 아닌 국제전쟁이었다. 당시 열악했던 국군의 전투 기술과 무기에 비해 한국전쟁 초반 강력한 화력을 앞세운 인민군,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며 우회와 매복, 기습에 능한 중공군의 공격은 거셌다. 국군을 위해 나선 미군과 연합군의 막강 화력, 우수한 전쟁 무기, 치밀한 전술 계획 등은 단순 도움이나 보조 이상의 큰 역할을 해줬다. 포탄 속에서도 꼿꼿이 몸을 숙이지 않았던 용맹함과 지략의 더글러스 맥아더,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던 순양함급 사령관 제임스 밴 플리트, 이성적이며 정치적인 매튜 리지웨이 등 장군들과 함께 하는 승패에서 우리 군은 '전쟁의 기술'을 몸으로 익혔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하나님, 이 위기를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긴 지워지지 않는 흉터, 인간의 전쟁을 기억하다 전쟁은 수많은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수많은 가족의 이별을, 수많은 청년의 꿈을 대가로 요구한다. 60년이 지난지금도 한국전쟁이 국가에, 국토에, 가정에, 개인에 남긴 흉터가 아픈 기억과 함께 남아있다. 어린 자식을 등에 업고, 손에 끌며 고향을 등졌던 어머니,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남편을 포탄이 넘나드는 곳으로 보냈던 부인, 아무것도 모르고 펜 잡을 손으로 총을 들었던 학도병, 매캐한 담배연기를 마시며 내려오는 적군을 맞이했던 군인. 이 모든 이의 마음속은 모두 같았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는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니깐. '왜 전쟁을 해야 할까. 나는 이곳에서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전쟁은 끝날 수 있을까.' 인민군, 중공군도 아닌 끝이 없는 암흑 속을 걸어가는 것 같은 공포와 두려움이 이들을 정복했을 것이다. 각기 다른 곳에서 두려움에 맞섰던 선대의 숭고한 희생, 그 상처 많은 사람들의 전쟁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나의 회고록은 이 한 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남기고 싶은 이야기와 남겨야 할 이야기가 더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