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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암투와 치정, 계급 갈등으로 뒤엉키는 인간 운명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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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 저주 왕비와 백작 성전 기사단 감옥 부르고뉴 자매 또는 왕자비들 하얀 노트르담 나바르 왕비 마르그리트 긴급 회의 넬 탑의 불빛 신의 심판이 따르리라 떼강도 2부 - 불씨 은행가 톨로메이 런던 가는 길 웨스트민스터 크레세 성 사람들 남과 여 클레르몽에 이르다 그 아버지에 그 딸 여백작 마오 핏줄 왕의 재판 처형 노을 너무 3부 - 신의 손 부르돈네 거리 어둠의 심판 통치 기록 문서 여름나기 돈과 권력 영수증 구치오의 길 사슴뿔 일식 옮기고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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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역사의 물굽이를 틀어 놓곤 하는 사람들은 어떤 공동의 운명이 저희에게 닥칠지 까맣게 모른 채 발걸음을 내딛기 일쑤다. 1314년 3월 어느 날 오후, 웨스트민스터 성에서 긴 이야기를 막 마친 왕비와 백작 또한, 저희가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백 년 넘게 이어질 전쟁을 부른 장본인들이 되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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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떨어졌을 때, 구치오는 그 자리에서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기울어진 채 서 있는 굵은 사과나무 둥치를 발견했다. 그는 그 나무가 놀랍게도 아름답고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직까지 그 비슷한 어떤 것도 본 적이 전혀 없는 것처럼……. 까치 한 마리가 새싹이 한창 돋는 호밀밭에서 날아올랐다. 도시에서 온 풋내기 젊은이는 달콤한 키스에 놀라서 들판 자락 한쪽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당신이 오셨군요. 마침내 오셨군요." 마리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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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아냐니는 스스로 문을 열었다. 침략자들은 성당 내부를 휘젓고는 카에타니 궁과 교황의 처소로 몰려갔다. 거기에서 여든여덟 살 난 늙은 교황은, 머리에 관을 쓰고 손에 십자가를 든 채 텅 빈 그 커다란 방에서 홀로, 갑옷을 차려입은 불한당들이 들이닥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양위하라는 무리의 독촉에 그는 대답했다. "자, 여기 내 목이 있소, 여기 내 머리가 있소. 나는 죽을 것이오, 그러나 교황으로서 죽을 것이오." 시아라 콜로나는 쇠사슬 토시를 낀 채로 교황의 뺨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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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기사단과 넬 탑 사건 그리고 백년 전쟁
14세기 초 프랑스, 지상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로 알려진 필립 4세가 나라를 다스린다. 미남왕 필립은 자꾸 들썩이던 제후들을 꼼짝 못 하게 누르고, 저항하는 플랑드르 사람들과 아키텐 지방의 영국 사람들을 무릎 꿇린다. 또 교황을 아비뇽으로 이주시켜 저희 영토에 둠으로써 교황권까지 쥐고 흔든다. 의회도 그의 지배를 받으며, 종교 회의마저 그에게 매수된다. 단 하나의 세력이, 성전 기사단의 지도부만이 왕과 맞먹는 힘을 과시한다. 군대의 규모 면에서, 아울러 종교와 재정 면에서도 위세를 떨친 이 기사 수도회는 십자군 운동 때 꾸려진 조직이다. 미남왕 필립은 성전 기사단의 독자 행보에 불안을 느끼는 한편, 이 교단의 막대한 재산에 눈독을 들인다. 이윽고 왕은 성전 기사단을 겨냥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엄청난 소송을 걸고 나선다. 고문 따위 온갖 비열한 짓 속에 진행된 이 소송은 이단 심문 형태로 칠 년을 끈다. 이 무렵, 마르그리트를 비롯한 프랑스의 왕자비들이 외간 남자인 시종들과 간통을 하다가 들킨다. 희대의 스캔들이, 이른바 넬 탑 사건이 터지는 것이다. 영국 왕과 결혼해 웨스터민스트로 간 이자벨이 프랑스로 건너와 올케들의 떳떳치 못한 행실을 친정 아버지인 필립 왕에게 알림으로써 불거진 이 스캔들은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든다. 넬 탑 사건의 배후에는 영지 상속 문제로 고모인 마오와 다투던 로베르 다르투아 백작이 있다. 뒷날, 이자벨 왕비의 아들 에드워드는 영국 왕이 되고 나서 어머니가 카페 왕조 출신임을 내세워 프랑스 왕위 계승권까지 요구하고 나선다. 이로써 두 나라 사이에는 기나긴 전쟁이, 백년 전쟁이 벌어진다. 세계 20여 나라에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바로 그 소설! 이단 심문 끝에 화형을 받아 불길에 휩싸인 채 죽어 가는 자크 드 몰레 단장의 저주, 마르그리트를 비롯한 왕자비들의 빗나간 사랑 놀음, 아름다우나 사랑받지 못하는 왕비 이자벨의 한숨, 백작령 상속을 둘러싸고 조카 로베르와 고모 마오가 벌이는 진흙탕 싸움, 목숨을 걸고 마리니 주교와 맞서는 은행가 톨로메이의 승부수, 이탈리아 출신의 젊은 상인 구치오와 프랑스 귀족 처녀 마리의 만남, 저도 모르는 힘에 끌리는 여인 베아트리스의 악마 숭배, 지존의 자리를 놓고 일어나는 교황과 국왕의 충돌……. 『미남왕 필립』은 왕권 강화와 부르주아 계급의 등장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하는 따위 큰 그림을 보여 줄 뿐 아니라, 세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여느 사람들의 당시 생활상까지 실감나게 되살려 놓은 작품이다. 여기에 나오는 사랑과 욕망, 배신과 음모, 설렘과 파멸로 얼룩진 인간 군상의 행태는 시공을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모리스 드뤼옹은 1955년에『저주받은 왕들』 1권과 2권을 발표하고, 1960년까지 6권을 선보인다. 그 뒤 1977년에 7권을 내놓음으로써 이 역사 소설의 대미를 장식한다. 『미남왕 필립』은 그 첫째 권이다. 『저주받은 왕들』은 일곱 권으로 된 소설이되, 한 권마다 독립된 이야기 구조와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세계 스물 몇 나라에서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 소설은 지금도 꾸준히 읽히며 쇄를 거듭하고 있다.『미남왕 필립』을 비롯한 『저주받은 왕들』은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져서 온 프랑스에 사극 바람을 불러일으킨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