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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권. 라캉의 시대
2권. 라캉과 정신분석의 재탄생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850쪽 | 148*210*60mm
ISBN13
9788988336649

출판사 리뷰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20세기 프랑스의 지적 사유의 한가운데를 관통한 한 지식인의 삶과 사유를 통해 그려보는
우리 시대의 거대한 벽화


자크 라캉의 에크리는 프랑스에서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그리고 푸코의 말과 사물과 함께 ‘철학서가 빵처럼 팔려나간’ 명성을 갖고 있다. 앞의 두 책과는 달리 사기는 했되 끝까지 읽지 않는 가장 유명한 책이라는 기록을 동시에 갖고 있기도 하다.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프랑스인들 본인도 ‘지독하게 난해한 책’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막상 1901년에 태어난 그가 66세 되던 해에 이 ‘글로 쓴 것들’(crits)을 처음으로 출간하기 전에 그는 이미 15년 정도 ‘말로 하는’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그는 이 ‘말로 하는’ 세미나를 1980년에 죽을 때까지 계속한다. 그리고 많을 경우 거의 600여명이나 되는 지식인들이 참여했다는 그의 세미나는 파리의 지식인 사회의 유행이자 실험실인 동시에 온갖 사유들의 조우와 만남의 공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국식 정신분석’에 철저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국제정신분석학회에서 제명된 그는 철저하게 제도 바깥에서 자기만의 학파와 자기만의 사상을 만들어낸 지적 투쟁을 치루어낸 20세기의 지적 거인이자 기인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처럼 제도에 맞서가면서 온갖 모험과 실험, 도전, 혁신을 온몸으로 실천한 그의 삶과 사유의 궤적에 대해서는 온갖 소문과 스캔들 그리고 풍문이 떠돌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지적 영웅의 죽음이라는 책은 미국인이 쓴 책인데, 본 책의 필자인 루디네스코에 따르면 많은 부분에서 이 책은 ‘전기’가 아니라 거의 ‘소설’에 가까울 정도며 라캉에 관한 다른 많은 책들도 대개는 그런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루디네스코의 어머니인 제니 오브리는 프랑스 정신분석운동의 주요한 인물 중의 하나이며, 이 전기에 따르면 라캉도 ‘어찌해보지 못할 정도로 실력과 인물’을 갖춘 대가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지적 유산을 배경으로 이미 프랑스 정신분석학의 역사 1,2권을 출간한 바 있는 루디네스코야말로 풍문이나 헛소문 또는 스캔들성 악평을 모두 넘어 참으로 기이하고도 독특하며 정말 혁신적인 라캉의 본 모습을 우리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최적격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하면 통상 위인전 아니면 뒷얘기 뒤지기 정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어떠 사람의 본모습과 그가 살아간 시대를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그를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기가 그만큼 어려워서일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잘 드러나 있듯이 1901년에 태어난 라캉처럼 정말 시대의 지적 혁명의 중심지 또는 현장에 언제나 참석하고 있었고 또 이를 기발한 방향으로 가장 멀리까지 밀고 나간 사람의 삶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내기란 정말 난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라캉은 70을 넘긴 1970년대에 정신분석을 수학화하기 위해 젊은 수학자들에게 보로메오 매듭과 위상학을 새로 공부하며, 노자와 공자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할 정도로 지독한 지적 호기심과 왕성한 탐구욕을 가진 사람이었다. 즉 흔히 20세기 프랑스 사상이 러시아와 독일,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세 가지 지적 혁명 즉 프로이트와 후설과 러시아 형식주의,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 등 여러 혁명의 지적 합류점이자 20세기 하반기의 새로운 지적 혁명들의 발원지였다면 바로 이 한가운데 라캉이 서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1901년에 태어나 (미국식으로 말하면)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간 1981년까지 거의 평생 이러한 혁명의 한 가운데 있었던 그의 삶과 사유를 해박한 지식과 다방면의 학문 분야에 대한 통찰과 광범위한 인터뷰와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쓴 이 전기는 단순한 ‘전기’를 넘어 20세기 지식인의 고뇌와 투쟁, 유혹, 욕망을 생생하게 전해줄 것이다. 게다가 공식적인 철학서에서는 볼 수 없는 사상가들의 뒷얘기를 흥미롭게 곁들여 더욱 풍요로운 지성의 성찬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앎에 대해서는 열정적, 심지어 탐욕적이었으며 생활 면에서는 댄디에다 괴짜이고 사유의 전개에서는 심오하며 투철했던 이 사상가의 전기는 ‘지식인의 세기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이 세기 초에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가져다 줄 것이다.

20세기 지식인의 고뇌와 투쟁, 유혹과 욕망

어느 날 라캉은 친구를 집요하게 설득해 융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의 이단아인 동시에 역사이기도 한 융을 만난 이후 라캉은 침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는 정신분석학의 역사에서 전설이 되다시피한 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즉 프로이트가 융과 함께 미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멀리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저 친구들은 우리가 페스트를 갖고 오는 줄은 꿈에도 생?하지 못하겠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융에게서 직접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출간된 융의 자서전 어디에서도 그러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또 어느 날 라캉은 자신에게서 분석을 받고 있던 장 보프레를 통해 20세기 지적 혁명가이었지만 나치 부역혐의로 지적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던 하이데거에게 접근한다. 보프레는 동성애인이 라캉에게 분석을 받는 와중에 그에게서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라캉을 찾아온 것인데 거의 모든 면에서 ‘반-시대적’ 인물이었던 라캉은 당시의 일반적 관행과 달리 동성연애자들을 ‘병자’가 아니라 정신분석을 요하는 사람들로 인정한 거의 유일한 분석가였다. 참으로 역설적이었던 것은 레지스탕스 조직에서 활동했던 보프레가 나치 부역 혐의로 궁지에 몰려있던 하이데거를 프랑스에서는 ‘탈나치화’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보프레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던 당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던 시간이 가장 황홀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것은 전후 프랑스 사상계에 하이데거 열풍이 부는 기이한 경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아무튼 라캉은 하이데거의 나치 부역 혐의가 격론에 붙여져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철저하게 그를 자기 식대로 이해하고 이용한다. 즉 그는 하이데거의 로고스라는 논문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면서 철저하게 이를 자기 식대로 개조한다. 그래서인지 이후의 로고스의 불어번역자중 어느 누구도 라캉의 이전 번역을 언급조차 않을 정도가 되었다. 슈바르츠발트로 라캉을 방문하고 자기 별장으로 하이데거를 초청해 그와의 교유를 통해 뭔가를 얻어내려는 시도는 하지만 잘못된 만남으로 끝나고 만다. 결국 하이데거는 라캉의 에크리를 두고 “저 정신분석학자야말로 정신분석을 받아야겠군요.”라고 말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기행과 실험적 그림으로 유명했던 달리는 ‘내가 만난 사람중 내가 코 위에 반창코를 붙인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었어요’라고 말한다. 즉 정말 ‘말이 통하는’ 몇 안 되는 사람중의 하나였다는 것이다. 또 라캉은 미국에 초청받아가서는 촘스키의 질문에 ‘인간은 발로 사유한다’라고 비아냥거리는 말로 대답해 ‘미국적인 것’에 대한 조롱과 전투를 그치지 않는다.

이처럼 라캉은 무엇보다 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20세기의 지적 혁명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예를 들어 그는 외설 혐의를 피해 파리에서 출간된 조이스의 율리시즈 낭독회 때도 자리에 참석하고 있었으며 말년에는 다시 이 20세기의 언어의 마술사와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마침 이론적 원군을 구하고 있던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그룹에 의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철학의 유물론적 표현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이들과 개인적지적으로 교류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달리와도 친해지게 된다. 특히 30년대의 코제브의 헤겔 정신현상학 강의를 이어 50년대의 야콥슨과 레비-스트로스와의 교유는 그의 사상과 인간적 만남이 얼마나 커다란 지적 흐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이제까지는 주로 개별적으로만 소개되고 이해되어온 프랑스 지식인들의 지적 계보와 영향사를 ‘시대의 철학자’인 라캉을 중심으로 좀 더 포괄적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웃옷 주머니에 꽃을 꽂고 멀리서 손을 흔들던 메를로 퐁티의 마지막 모습, 자유의 철학을 놓고 만남을 시도했지만 결국 엇갈리고 만 사르트르와의 만남, 논문을 쓰고 프랑스 공산당과 교황청에 동시에 이를 보내고 토론을 요구하는 라캉의 기행, 라캉을 항상 ‘편안하게 만들어준’ 프랑스 아동분석의 선구자 프랑수아즈 돌토, 3년동안 라캉과 투쟁하면서 에크리를 편집한 프랑스의 명편집자 프랑수아 발의 모습 등 어느 것 하나 흥미롭고, 슬프고, 아련한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은 것이 없다. 또 질 들뢰즈를 아파트로 불러 제자들을 흉보면서 은근히 회유하려는 라캉의 모습이나 자기 생각을 도둑질해간 폴 리쾨르에 대한 분노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20세기를 풍미한 모든 지식과 지식인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이들의 지적 투쟁을 맥락사라는 관점에서 파고들어갈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상의 이면, 즉 개인적인 삶의 우여곡절을 흥미롭게 증언함으로써 이 책은 이중적인 의미에서의 좋은 평전이 되어 있다. 이 거대한 지적 풍경화를 통해 우리는 생생히 살아 꿈틀대는 시대의 숨소리를 바로 곁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의 가장 전위적인 사상가 중의 하나인 라캉은 정신분석을 새롭게 혁신하기 위해 평생 동안 투쟁했다. 20세기의 주요 사상을 횡단하면서 그는 현대 사상과 문화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망한 지 20년이 흐르는 오늘날까지 그의 사유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종종 공적인 생활과 사생활이 괴팍하고 기이했기 때문에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꺸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만큼 문제적인 사람, 따라서 생산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참으로 독특한 삶을 산 라캉이라는 사상가에 대한 매혹적인 초상을 그리고 있는 이 전기는 특히 저자가 정신분석(학)의 역사와 라캉의 이너 서클(inner circle)에 속해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전기보다도 루머와 오해에 가득한 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라캉의 가장 유명하고도 급진적인 사상들이, 즉 아버지-의-이름, 거울 단계, 그리고 라캉적 자아 또는 주체를 포괄하고 있는 세 가지 인식론적 차원, 다시 말해 상징적인 것, 상상적인 것과 실재 등의 개념들이 어떻게 진화해 나왔는지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 이 책은 여러 이론의 기원과 효과의 파급 범위를 세밀하게 추적하는 동시에 열정과 참여, 선생들, 친구들, 적들, 추종자들 그리고 가족들과의 온갖 갈등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나간 한 인간의 삶을 생생히 전해준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은 라캉으로 하여금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을 새롭게 사유해 이것을 생물학적 기원에서 떼어내 언어와 발화에 기반한 구조로 정식화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 주었다. 로만 야콥슨의 언어학은 '데카르트적 것'을 소쉬르적인 것으로 번역하는 데서 핵심적인 의미를 가졌다. 원래 분석하고 있던 하이데거 연구자를 매개로 시작된 하이데거와의 기이한 우정은 라캉의 [로고스]의 오역으로 촉발된 침묵과 오해로 가득 찬 것이었다. 그리고 루이 알튀세는 라캉과 결합해 현대 프랑스 사상에서 핵심적인 동맹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것은 아주 강력했지만 이와 동시에 종종 양가적인 것이기도 했다.

이처럼 독특한 전기는 비정통적이고 종종 아주 당혹스러운 라캉의 사상과 이론적 개념들을 명증하게 설명해주는 동시에 20세기의 지성사를 빼어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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