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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 : 음탕한 계집
원제
Bitch
베스트
여성/젠더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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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당하게, 더 많이 즐기라’

목차

시작하며 : 매력의 조작
제1편 남자가 여자를 대좌(臺座)에 올려놓으면, 여자는 거기서 내려온다
제2편 영계 아가씨, 아빠 집에 계셔?
제3편 저기 또다시 그녀는 떠나가고……
제4편 외야석의 금발 미인
제5편 그녀를 사랑했지만 죽여야 했어
마치며 : 내가 이것 때문에 다리털을 깎았나?

저자 소개

저자 엘리자베스 워첼 (Elizabeth Wurtzel)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요커', '뉴욕 타임스 매거진' 등의 편집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1995년 롤링스톤 대학 언론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항우울제의 나라>, <더, 지금, 다시> 등이 있다.
역자 손재석, 양지영
손재석 / 시카고 대학 사회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양지영 / 연세대 사회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하고 현재 위스컨신 주립대학 사회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문화 민주주의>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605쪽 | 873g | 153*224*35mm
ISBN13
9788982734878

책 속으로

"내가 여자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나는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소." 1977년 칸느 영화제에서 열다섯 살의 나스타샤 킨스키를 옆에 끼고 돌아다니는 그를 쫓아다니며 질문 공세를 펼치는 기자들에게 로만 폴란스키는 이렇게 외쳤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아주 어린 소녀들이 좋아요."
할리우드의 귀여운 어린 소녀들의 노화 과정과 용도 폐기 시기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가 흡사 개들이(비치들이) 나이를 먹는 꼴과 닮아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폴란스키를 두고 우유만 먹고 자란 송아지 고기를 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놈이라고 말한다 해도 그렇게 심한 욕은 아닐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처녀 희생양(사실상 지긋지긋한 마누라로부터의 탈출구에 다름 아닌)에 대한 우리의 문화적 집착은 참으로 유별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과잉 성애화 된 시대에는 섹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 아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소녀들만이 남자의 지배 욕구를 확실히 충족시켜 주고, 찢고 삽입하는 짜릿한 경험을 안겨 줄 수 있다. 데이트 강간, 유혹과 성희롱이라는 혼란스럽고도 애매한 성애의 회색 지대가 우리 삶의 영역에 자리 잡게 된 이후로는 실패의 여지 없는 폭행, 즉 어린아이나 혼수 상태에 빠진 환자, 정신 박약 여성에 대한 강간이 이전보다 훨씬 근사하고 안전한 것으로 되었다. 이들에 대한 폭행이 확실한 안도감을 제공하는 것은 이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닥친 위험을 표현하거나, 자신의 의지력을 행사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년 같은 물건을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을걸." 1976년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포주는 꼬마 창녀 아이리스 (조디 포스터는 이 역할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년하고는 뭐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그러나 아이리스의 매력은 그녀가 들고양이처럼 쓰레기통을 뒤지고 살면서 터득했던 지혜로움에 있었다. 비록 열두 살이었지만 실제는 더 어른스러웠다. 우리의 환상에 불을 지르는 것은 아직 아무도 안 건드렸고 아무도 집적거리지 않았다는 바로 그 점이리라.

--- pp. 182∼183

영계 아가씨, 아빠 집에 계셔?

에이미 피셔가 기삿거리가 된 것은 이 사건에 여고생, 섹스, 폭력 등 온갖 자극적인 요소들이 한데 뒤엉켜 있었기 때문인 동시에, 이 사건이 모든 것을 비논리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섹스와 폭력을 그것이 갖고 있던 원래의 의미에서 떼어 내면서, 청소년기에 일반적으로 주어진 삶의 궤적을 거부하고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에이미 피셔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영화에서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건물들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고, 다리가 불타 버리는 이상한 결말 장면(적들은 이미 다른 공중 전투나 무기 창고에서 전멸되어 버렸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니 말이다.)을 온몸으로 인격화해서 보여 준 셈이다. 물론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이런 재난을 이야기 전개의 논리를 무시한 채 볼 수 있는 것은 그 특수 효과가 그럴 듯하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에이미 피셔 이야기는 한 소녀에 대한 특수 효과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시도의 일환이었으며, 그 사건 이전에는 아무런 얘기도 없다는 것을 가정해놓고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이 떠돌고 있다.
그러는 동안 언론에서는, 맥베드가 자신의 잘못된 범죄에 대해 변명했던 것처럼 "우리는 뱀을 못살게 굴고 바싹 말려 버리기는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건 이후 자신에게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에이미는 몇 번이고 조이가 자신에게 그의 부인 메리 조 버타푸코를 죽여달라고 부탁해 왔다고 주장했지만 메리 조의 부상이 그녀의 남편과 모종의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언제나 부정되어 왔다.
결국 에이미 혼자만 기소되었다.

--- p. 172

출판사 리뷰

▶ 제2편 영계 아가씨, 아빠 집에 계셔?
- 1996년 롱아일랜드에서 애인의 아내를 죽인 16살의 에이미 피셔는 1급 살인죄를 받아 마땅한가?

제2편에서는 에이미 피셔의 사례를 통해 여성과 성에 관한 이야기를 정신 분석학적 이론으로 서술하고 있다. 에이미 피셔는 미국 롱아일랜드 주에 살던 16살의 여고생으로 조이 버타푸코라는 유부남과 사귀다가 그의 아내를 살해했다. 에이미는 1급 살인죄로 5년에서 15년에 이르는 징역형이 선고되어 현재 복역 중이다. 조이는 에이미를 알지도 못하고 어떤 미성년자와도 성 관계를 갖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결국 미성년자 강간죄로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여고생, 섹스 그리고 폭력이라는 모든 ‘흥행’ 요소가 가미되었던 이 사건은 당시 미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1992년 말에는 미국 3대 방송사가 모두 개별적으로 이 사건을 극화했고 1993년 초에는 이 드라마 판을 놓고 경쟁적으로 방영하여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사 중계의 시청률이 위협을 받기까지 했다.

에이미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귀여운 소녀였다. 그녀는 13살 때 집을 수리하던 인부에 의해 강간을 당했다. 그러나 그녀는 부모님께 혼이 날 것이 두려워서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친구에게 ‘강간당했다’고 말하지 않고 ‘나 집 수리공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 분명 대단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 충격 때문에 섹스를 자신의 무기로 삼아 남자가 자신을 덮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덮쳤다고 한 것이다. 섹스는 섹스일 뿐이고 섹스를 무기로 삼을 때 다치는 사람은 자신일 뿐이라는 점이다. - 본문 중에서

에이미는 징역살이를 비롯하여 엄청난 희생을 치렀지만 에이미와 잔 남자들은 에이미와의 섹스 이야기나 비디오 등을 언론에 팔아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그리고 이러한 남자들의 이야기는 에이미를 점점 더 나쁜 여자로 몰아간 것이다.

▶ 제3편 저기 또다시 그녀가 떠나가고……
-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손녀 마고 헤밍웨이의 자살은 과연 보잘것없는 인생을 낭만화한 것인가?

제3편에서는 자살이라는 주제로 우울한 여성과 ‘비치’의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여성들의 불행한 속사정과 이들의 미를 상업화한 후 용도 폐기하는 자본주의 삶의 거친 단면을 드러낸다.

마고 헤밍웨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손녀로 모델 생활을 하다가 1996년에 자살했다. 자살은 어떤 의미에서 ‘도와 달라’는 외침이다. 자살은 곧잘 보잘것없던 한 인생을 낭만적으로 형상화하는 경우가 많다. 마릴린 먼로의 경우가 그렇고 마고의 경우도 그렇다. 이들은 모두 생전에 화려한 삶을 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나 사랑에서 커다란 실패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자살은 이 모든 것을 덮어 버렸다.

패션과 문화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따라서 상품 가치도 높은) 많은 이미지들은 사실 매우 우울하고 심지어는 정신병을 유발하기도 하며 고통과 절망의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MTV의 많은 뮤직 비디오들은 전쟁 다큐멘터리나 초현실주의 영화 필름 등에서 우울하고 고통스럽고 음울한 장면들을 직접 또는 모방하여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고 있다. 또한 홀과 같은 음울한 이미지의 록 그룹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울한 문화는 맥락 없는 겉치레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우울함도 삶의 일부인 만큼 이러한 우울함이 문화 예술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모든 것을 정치화시킴으로써 이러한 사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관심했다. - 본문 중에서

▶ 제4편 외야석의 금방 미인
- 힐러리 클린턴은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비난받는가?

제4편에서는 능력 있는 여성들이 연애(결혼)를 하면서 남편의 평범한 아내로 남는 사례를 통해 결혼과 여성의 자립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예일 법대를 졸업한 촉망받는 여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 클린턴과 결혼하면서 ‘큰’ 남편의 ‘작은’ 부인으로 남았다. 물론 공식적인 직업은 변호사였지만 빌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를 하던 시절부터 그를 도와 행정의 많은 일을 도맡았다.

헐러리는 클린턴 대통령을 뒤에서 조종하는 정부의 실세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곧잘 페미니즘을 대표한다고 여겨지지만 그것은 ‘웃기는 소리’라고 워첼은 말한다. 힐러리가 비난을 사는 이유는 직업 여성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반대 정서 때문이 아니라 직책도 없이 국가 정책과 정치를 뒤에서 조종하면서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는 데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녀가 실제로는 매우 전통적인 영부인 역할을 하면서 남편이 대통령이라는 점을 악용하려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 제5편 그 여자를 사랑했지만 죽여야 했어
- O. J. 심슨의 아내 니콜 브라운 심슨은 남편에게 살해될 만한 짓거리를 했는가?

제5편에서는 미국의 프로축구 선수였던 O. J. 심슨이 아내 니콜 브라운 심슨을 살해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주로 가정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니콜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선물 가게에서 판매 직원으로 일한 것과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한 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O. J.와 결혼하여 한순간에 부를 움켜 쥘 수 있게 되었다.

워첼은 이러한 니콜의 ‘인형 같은 인생’을 통해 여성의 교육이 독립적인 여성을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미국 문화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O. J. 심슨 사건의 보도와 광적인 열기 속에서 O. J.의 니콜에 대한 일상적 폭력에 대한 무관심은 미국 문화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중문화라고 불리는 것으로 비록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뒤덮으면서 영화 등 모든 곳에서 쾌락과 무법을 자극하며 ‘이혼해라! 남편을 속여라! 마누라를 패라! 여고생 조카를 강간해라! 한번 해봐!’라고 외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우리가 이러한 가정 폭력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떻게 일상적인 삶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가이다. 이것은 3단 논법을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고 워첼은 말한다. 첫째, 포르노그래피, 매춘 등은 여성을 착취하지만 여성들이 이런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둘째, 섹스 노동으로부터 탈출하려 하는 여성을 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셋째, 우리가 이 두 가지 모두를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워첼은 다양한 여성들의 사례를 통해 여성에 관한 여러 가지 이슈들을 연결하고 끄집어낸다. 또한 자신의 (성적) 경험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용감하기까지 하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말하는 현실을 직시한 여성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그녀가 가운뎃손가락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의 친숙한 현실에서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우리의 부끄러움 없는 솔직함이다. - 본문 중에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 타임스≫나 ≪뉴욕 타임스 매거진≫ 등에서 편집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제3세대 페미니스트의 대표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첼(표지 사진)의 『비치(bitch)』가 (주)황금가지에서 나왔다. 제2세대 페미니스트들이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것과는 반대로 제3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자신의 삶이나 역할 등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그녀는 아름다움, 광기 그리고 젊음 때문에 인생이 잘못 이해되고 역사에 의해 조작되며 거부당한 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한다. 이 책은 격렬하면서도 담담한 문체로 ‘비치’들에 대한 처절한 성적 자극의 본성과 진보하는 여근의 힘에 대해 담론을 제시하면서 제3세대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언젠가는 그 자신과 같은 비치들, 더 나아가서는 모든 여자들에게 안전한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지침서를 써 왔고, 또 쓰고 있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 본문 중에서

여자들에게 부과된 이중적 기준들, 즉 문화적으로는 정숙한 숙녀가 되기를 강요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요부에 열광하는 분위기에서 여자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워첼은 데릴라에서 힐러리 클린턴, 니콜 브라운 심슨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여자들의 엄청난 욕망을 변호한다.

◑ 구성 및 내용 소개
이 책은 각 편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여성들의 인생에 대해 전기적으로 서술한다. 그리고 그러한 여성들의 사례를 통해 여성에 관한 다양한 이슈들을 연결하고 끄집어내고 있다.

워첼은 왜 독립적인 여성들은 꼭 ‘나쁜 여자’ 즉 비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성을 이용하여 해방감을 표현할 수 있는 여성들의 능력은 (예컨대 마돈나의 인기처럼) 역설적으로 여성 자신의 몸을 더욱 억압의 대상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진정으로 사회를 바꾸지는 못했고, 진정으로 남자들을 바꾸지도 못했으며,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여자들의 생각과 감정을 바꾸지 못했다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자 한다.

페미니즘이 여성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남성들로 하여금 기저귀도 갈게 하고 설거지도 하게 하고 자녀들과도 시간을 보내게 하고, 여성들이 의사도 하고 영화감독도 하고 금융 시장에서도 일하게 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우리 여성들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진정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앨런 윌리스가 지적한 대로 “페미니즘은 사회를 바꾸지 못한 상태에서 여성들의 의식만 바꾸어 놓았고 이로 인해 우리 여자들이 남자와의 관계에서 원하는 것과 남자들이 기꺼이 줄 수 있는 것 사이에 격차가 생기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 지적한다. 남자들은 여자를 섹스로만 평가하고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진 여성 편견과 혐오를 바꾸어야 할 아무런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반면 여자들은 남자들의 그러한 태도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자가 독립적으로 살기로 마음먹는 순간, 엄청난 고난과 악몽을 겪어야 하며 그야말로 ‘비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는 말할 것도 없고 여자들조차 복잡하고 어둡고 고집스러운 ‘비치’들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 제1편 남자가 여자를 대좌(臺座)에 올려놓으면, 여자는 거기서 내려온다
- 구약 성서의 데릴라는 삼손의 신세를 망친 요부인가?

제1편에서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삼손과 데릴라’의 사례를 통해 ‘남자의 신세를 망치는 여자’라는 편견에 대해 분석한다. 강한 남자들이 여자의 성적인 힘 때문에 약해지고 인생을 망치며, 여자에게는 스스로도 억제할 수 없는 성적 유혹의 능력이 있다는 식으로 서술되는 성경에서의 여성 차별과 편견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잘나가던 남자들이 여자를 만나면서 갖가지 봉변과 모험을 겪는 영화나 소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남자의 신세를 망친 여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남자의 책임은 전혀 없다. 삼손은 현대식으로 말하면 테러리스트였고, 따라서 그 자체가 위험투성이였다. 그는 블레셋 인들의 노른자 땅에 들어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해 테러를 감행했다. 이러한 위험성은 무시된 채 왜 데릴라만 부각되는가? 삼손이 데릴라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면 왜 데릴라에게는 권한만 없고 책임만 있는 것인가? 삼손과 데릴라의 이야기는 ‘저 여자가 그 남자의 신세를 망쳤다.’는 식으로 남자의 책임은 간과한 채 모든 문제를 여자에게 돌린, 오늘날 우리가 성정치라고 부르는 것의 첫 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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