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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묵을 데려왔습니다.”
저승사자들이 단묵을 염라대왕의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염라대왕이라고 누가 설명해 주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그가 염라대왕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은 영의 세계였다. “일찍 와서 억울하더냐?” 염라대왕이 물었다. 굳이 억울할 것도 없었다. 이상하게 세상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할 것까지야 무어 있습니까?” 태사의에 그 뚱뚱한 몸을 묻으면서 염라대왕이 단묵을 건너다보았다. 눈길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네가 그렇게 바둑을 잘 둔다며?” 단묵이 빙그레 웃고는 대답했다. “바둑이라시면 저희 사부님의 바둑이 당대제일일 것입니다. 그분하고 두시면 될 텐데 말이지요. 사실 전 돌아가실 때까지 맞바둑이 되지 못했습니다. 두 점으로 간신히 올렸을 때 돌아가셨단 말입니다.”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처절한 비명소리여서 단묵의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무슨 죄를 지어서 저런 고통을 받는 것인가? “보고 싶으냐?”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묵은 지옥의 한가운데 있었다. 펄펄 끓는 유황이 여기저기서 넘쳐흐르고 있었다. 마귀들에 의해 혀가 뽑히며 머리카락이 뜯기는 사내들이 보였다. 그런 고통에 몸부림치는 육신이 너무 처절해 보여서 단묵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염라대왕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기 혀가 뽑히는 자들은 생전에 자신의 세치 혀로 남을 속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던 자들이다. 그 악행을 갚느라 저 꼴을 당하는 것이지. 그리고 저기 머리카락을 뜯기는 자들은 평소 잔머리를 굴려서 남을 고통에 처하게 하고 자신의 이득을 취하던 자들이지.” 단묵이 머리를 흔들었다. 속히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유황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그 옆에는 또 다른 사내들이 남근이 뽑히는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저 자들은 싫다는 여인을 억지로 강간하고 살해한 자들이다. 한 백 년 정도 저 고통을 당하면 죄가 사해질 것이다.” 단묵이 머리를 흔들었을 때, 어느새 단묵은 다시 태사의 앞에 염라대왕과 마주하고 있었다. “제가 죽을 때가 된 것입니까?”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많은 죄를 지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만약 죄를 지었다면 당연히 벌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아니다. 네 사부한테는 연전 연패였다. 네 사부의 말이 너랑 실력이 비슷할 거 같다고 해서 너와 바둑이나 한 수 하자고 부른 것이다.” 단묵이 킬킬거리면서 웃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어찌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초월하여 바둑을 둘 수 있단 말인가? “내기를 하자. 단 한 판으로 말이다. 내가 이기면 네게 지상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백 년을 주겠다. 백 년 동안은 누가 널 죽이려 해도 절대 죽지 않는 불사신이 될 것이고 만약에 내가 이기면 그냥 여기 눌러 앉아서 나랑 영원토록 바둑을 두는 것이지, 내 제안이 어떠냐?” 단묵은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