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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_ ‘그림’이라는 멋진 애인 이야기
1 화가에게 그녀는 출렁이는 아름다움 _ 페테르 파울 루벤스, 「세 여신」 어우동이냐 신사임당이냐 _ 르네 마그리트, 「강간」 예쁘면 죄 없다 _ 프락시텔레스, 「크니도스의 아프로디테」 왜곡 속에 드러난 유쾌함 _ 페르난도 보테로, 「쌍둥이 아리아스의 집」 순간의 진실을 포착하다 _ 에드가 드가, 「스타」 효심인가 흑심인가 _ 카를로 프란체스코 누볼로네, 「시몬과 페로」 감각적이고도 우아한 아름다움 _ 퐁텐블로파,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녀의 자매」 인간의 심리를 조롱하다 _ 프란시스코 데 고야, 「옷을 벗은 마하」 네 멋대로 해석해라 _ 조지아 오키프, 「핑크 바탕에 두 송이 칼라 백합」 처녀들의 저녁식사 _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_ 귀스타브 쿠르베, 「샘」 누가 그녀를 악녀로 만들었나 _ 에드바르 뭉크, 「마돈나」 2 그들에게 사랑은 봄은 사랑이로소이다 _ 산드로 보티첼리, 「프리마 베라」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남자 _ 장 레옹 제롬,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봄날은 갔다 _ 오스카어 코코슈카, 「바람의 신부」 파멸에 이른 치명적 사랑 _ 카미유 클로델, 「중년」 이마 안에 가둔 치명적 사랑 _ 프리다 칼로, 「테우아나 차림의 자화상」 사랑은 늘 예외상황 _ 잔 로렌초 베르니니, 「아폴론과 다프네」 서글픈 사랑의 전조 _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잔 에뷔테른의 초상」 너무 늦었잖아요 _ 에드워드 번 존스, 「필리스와 데모폰」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_ 요한 조파니, 「왕립 아카데미 회원들」 거부는 때로 강한 긍정 _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탈주」 자나 깨나 여자 조심 _ 구스타프 클림트,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I』 3 그들 앞에 그림은 이 왕관이 당신 몫이던가 _ 외젠 들라크루아, 「자식을 죽이는 메데이아」 꿈꿀 시간조차 없다 _ 오딜롱 르동, 「감은 눈」 그림은 알고 봐야지 _ 아뇰로 브론치노, 「알레고리 」 이 정도는 삽니다 _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의 결혼」 내가 내 눈 찌르는 세상 _ 자크 루이 다비드, 「사비니 여인의 중재」 겨울이 생긴 이유 _ 프레더릭 레이턴, 「페르세포네의 귀향」 고급은 결국 살아남는다 _ 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미사일은 도처에 깔려 있다 _ 콘스탄틴 브란쿠시, 「남자의 토르소」 콩으로 단팥죽도 만드는 그들 _ 구에르치노, 「수산나와 노인들」 감히 어디 숲 속에서 이런 짓을 _ 에두아르 마네, 「풀밭 위의 점심식사」 누가 더 나쁜가 _ 카라바조, 「세례요한의 목을 든 살로메」 |
金榮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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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드가의 여자들은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들은 눈이 시릴 정도의 밝은 조명이 꺼진 뒤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와 스타킹을 벗어던지고, 낮에 먹은 기름진 음식의 여운을 트림 한 방으로 몰아낸 뒤, 찌든 땀 냄새를 없애기 위해 욕조로 들어간다. 드가는 함부로 들여다볼 수 없는 그녀들의 은밀한 사적 공간을 종종 침범한다. 그의 시선에 잡힌 그녀들은 사실상 무장해제 상태이다. 몰래 들여다본 그녀들의 세계는 우아하고 고상한 자태나 완벽한 균형과는 거리가 있다. 그림 속 여자들은 무심결에 평소대로 움직이고 있고, 드가는 그녀들을 재빨리 포착해 자신의 화면 속에 얼른 넣어버렸다. 마치 파헤쳐진 생선의 남은 뼈를 보는 것 같은 비릿함, 그게 전부이다. --- 순간의 진실을 포착하다 - 에드가 드가, 「스타」
봄은 이처럼 정념 어린 바람과 순결한 꽃이 서로 화답하는 순간 탄생한다. 제피로스가 비록 한순간이나마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뜨는 순간, 그리고 그 사랑을 두려워하면서도 받아들이는 플로라의 몸짓이 머무는 동안을 사랑이라고 불렀나 보다. 둘의 성스러운 결합을 위해 아프로디테는 옷을 차려입고, 에로스는 화살에 사랑을 달구어 쏘아대고 있다. 날아다니는 장화를 신은 헤르메스가 겨울이라는 어두운 먹구름을 저으며 멀리 내몬다. 들뜬 춘정에 온몸이 타오르는 것이 바로 이들의 짓이었나 보다. 봄, 그것이 지독한 모성의 시간이든, 바람난 남자가 짧은 순간이나마 자신의 정념을 잠재우는 순간이든, 봄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 봄은 사랑이로소이다 - 산드로 보티첼리, 「프리마 베라」 디에고 리베라는 프리다 칼로의 남자였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한평생 당당함이 그녀의 수식어였던 것처럼 그녀는 그렇게 그를 사랑했다. 스무 살 이상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으로 그림을 택했다. 그림은 그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이자 만신창이가 된 육신으로부터의 탈출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육신의 아픔만큼 리베라는 그녀를 아프게 했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정력으로 수많은 여성을 유혹했다. 그의 공공연한 애정 행각은 그녀를 멍들게 했고, 특히 그의 여성 편력이 칼로의 연년생 동생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좌절했다. 리베라는 그저 세상의 많은 여자들에게 한눈팔았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칼로는 그의 작은 송곳질에 온몸이 피범벅 되는 상처를 입었다. --- 이마 안에 가둔 평생의 사랑 - 프리다 칼로, 「테우아나 차림의 자화상」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처럼 서양미술사에는 남자는 화가 여자는 모델이라는 공식이 굳건히 서 있었다. 1980년대, 페미니즘 미술에 앞장서던 여성 예술가 집단인 게릴라걸스(Guerrilla Girls)는 “근대미술 분야를 차지하고 있는 미술가들 중 5퍼센트만이 여성미술가인데 비해 누드를 그린 작품의 85퍼센트는 여자를 그린 것이다”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즉 유명 미술관에 걸린 작품 대다수가 남성 화가들의 것이고, 여성 대부분은 남성 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의 모델, 특히 누드로나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녀들이 일침을 놓는다.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벗어야만 하는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요한 조파니, 「왕립 아카데미 회원들」 외젠 들라크루아는 두려움에 가득 찬 채 어미에게 매달린 두 아이에게 칼을 들이댄 메데이아의 모습을 그렸다. 들라크루아는 이 그림에 당시 유행하던 낭만주의의 미학을 가득 담았다. 낭만주의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달콤한 밀어 같은 부드러움을 떠올리지만 들라크루아에게 낭만은 인간의 본능에 존재하는 사악함과 부도덕함, 즉 아무것도 개입되지 않은 원초적 감정을 뜻하는 것이었다. 동굴 속에는 자식에게 차마 그럴 수 없다는 천륜도, 모성애도 없다. 자식을 죽이는 차라리 당사자인 이아손을 죽이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르는데 차마 그에게는 칼을 들이대지 못한 그 광란의 순간, 그것조차도 그녀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이 왕관이 당신 몫이던가 - 외젠 들라크루아, 「자식을 죽이는 메데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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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수다로 그림에 말을 걸다!
여자의 눈으로 바라본 새로운 명화 읽기 수다로 요리한 서양미술 이야기 우리는 여전히 서양미술을 ‘어렵게’ 감상하고 있다. 그림을 보고 바로 떠오르는 느낌이나 감상을 속 시원히 말하는 대신 ‘이 그림이 누구의 그림이더라? 그림 제목은 뭐였더라?’ 같은 것들을 먼저 떠올린다. 누가 그렸는지 알고 나면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 그림은 뭘 나타내려는 거였더라? 그림을 보고 뭐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정보를 적당히 버무려놓되, 결코 억지로 씹고 삼키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대화하듯 풀어놓은 쉽고도 편안한 말투와, 톡톡 튀어 가끔 어디론가 확 튀어나갈 듯한 발랄함이 돋보이는 이 책은 “그림이란 게 어렵게만 보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달리 보면 엄청 쉽고 재미있더라”라는 반응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지은이는 남성이 그린 그림들에서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시각과 잘못된 해석을 날카롭게, 때로는 유쾌하게 집어낸다. 서양미술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아름다운 옷을 입은 우아한 자태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누드로, 아프로디테로 등장했고 때론 악녀로 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시각은 남성 화가가 여성이라는 존재를 자신의 생각 속에서 바라보았던 것일 뿐이다. 지은이는 이제껏 그림 속 모델이나, 화가의 여자로만 등장하던 여성들의 답답한 마음을 뒤집어 보여주며 여자들의 간지러웠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주고 있다. 미술사적 지식으로 끙끙거리다 보면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서양미술 이야기를 아줌마가 수다 떨듯이 쉽고도 재미있게, 미술사의 거장들이 남긴 명화들을 맛깔나게 이야기하고 있다. “미술이 이렇게 쉽고 재미난 거였군.” 어찌 보면 요즘 미술은 어디에나 있는 듯하다. 도처에 즐비한 미술관과 수시로 열리는 기획전,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의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예전보다 훨씬 더 미술은 대중과 가까워진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은 여전히 어렵고, 멀게 느껴진다. 지은이는 이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미술을 독자의 밥상에 털털한 손으로 올려놓는다. 미술사를 전공했다고 하지만, 그 자신이 고백하듯 미술을 사랑만 했지, 제대로 몰랐던 시절을 겪었던 터라, 어떤 미술을 먹고 싶고 어떤 것을 가리게 되는지를 초보자의 심정으로 느낄 줄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거운 지식을 앞세우는 대신 자신의 자리와 관점에서 미술작품을 보고 거침없이 소감을 밝힌다. 그래서 재미있다. 아줌마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서양미술사와 신화를 넘나들며, 이를 생활 속 이야기와 곁들여 재간 넘치게 풀어낸다. 이 책은 아줌마가 쓴 서양미술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수다에서 시작해 수다로 끝나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컷 입 운동을 한 다음, 뻐근한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 “알고 보니 미술이 이렇게 쉽고 재미난 거였군” 하는 뒷맛이 무척 개운하다. 더군다나 미술사의 거장들이 남긴 명화들을 함지박에 탁탁 털어 넣고 손에 잡히는 대로 갖은 양념 버무려서 뚝딱 차려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치즈 냄새 나는 서양미술을 가지고 이처럼 곰삭은 청국장을 끓여내는 불가사의한 손맛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줌마의 이런 불가사의 앞에서 실속 없이 헛김만 잡던 미술사학자는 제풀에 오그라들고 만다. _노성두(서양미술사가) 『그림 수다』를 읽다보면 계량컵으로 몇 그램까지 재서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손맛이 배어든 식사를 받아놓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서양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그 그림을 해석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머나먼 이야기처럼 느껴져 그저 혼자 보고 느끼고 말았다면, 이 책은 “그 집 아줌마 손맛이 참 일품이야”라는 입소문이 절로 나는 인간미 넘치는 명화 이야기로 읽힌다. 지은이는 이렇게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그림을 매개로 그림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 여성과 사회에 대해 수다를 풀어놓고 있다. 누구나 그림을 보면서 쉽게 대화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수다 떨 듯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미술사적 지식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절판된 후에도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지독한 아름다움』(2003, 아트북스)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에서는 기존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새롭게 덧붙이고, 내용과 관련된 도판을 더욱 다채롭게 실었다. 본문에서 다 하지 못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미술사적 정보는 도판 정보와 함께 세세하게 실어, 그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그림을 보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장의 내용 『그림 수다』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화가에게 그녀는’에서는 서양미술에서 화가들이 여성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시대를 넘나들며 보여주고 있다. 우선 풍만한 여성?의 몸짓을 경쾌한 붓놀림으로 사랑스럽다는 듯 그려낸 화가들을 만날 수 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세 여신」에서는 바로크 특유의 역동감 넘치는 화법을 느낄 수 있다. 현대로 넘어와 뚱뚱하지만 무거워 보이지 않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창가에 서 있는 여인」을 보여주며 즐겁고 낙천적인 뉘앙스를 함께 느껴보자고 말한다. 반대로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대신 그저 일상의 사물과 같은 시각으로 그려낸 에드가 드가를 소개하고, 끊임없이 자신이 살던 시대에 대해 고뇌하던 쿠르베가 신화 속 여성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 「샘」 같은 작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존재를 그렸으되, 그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저 화가 자신의 표현기법과 생각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소재로 삼았다. 남성이 바라보는 여성의 몸에 대한 심리를 보여준 르네 마그리트의 「강간」과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과 같이 초현실주의적 감각과 입체주의적인 기법으로 여성을 풀어낸 그림도 만날 수 있다. 2장 ‘그들에게 사랑은’에서는 그림 안에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처절하게 사랑했지만 끝내 행복할 수만은 없었던 화가들의 인생이 그림 속에 담겨 있다. 프리다 칼로는 그림 속 자신의 이마에 리베라의 얼굴을 박아 넣음으로서 그 지독하고 열렬한 사랑을 보여주고자 했고, 오스카어 코코슈카는 결국 자신을 떠나버린 알마 말러에 대한 폭풍 같은 사랑을 「바람의 신부」라는 작품으로 남겼다. 카미유 클로델은 자신과 다른 여인 사이에서 끝내 고민하다 자신을 버린 오귀스트 로댕을 향한 감정을「숙명」이라는 작품으로 그려냈다. 에드워드 번 존스는 「필리스와 데모폰」을 그려 이미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그림 안에 쓸쓸히 풀어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자신을 끝까지 지킨 잔 에뷔테른을 많은 초상화로 남기기도 했다. 3장 ‘그림 앞에 우리는’에서는 화가들이 그림 안에서 말하고 싶었던 다양한 역사적 사실, 여성의 이야기 등을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아뇰로 브론치노의 「알레고리」나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 등에서는 그림 속에 당시 화가들이 약속으로 정해놓은 상징들을 찾아 읽는 즐거움이 있다. 외젠 들라크루아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이야기를 소재로 그린 「자식을 죽이는 메데이아」를 보면서 아무것도 한 일 없는 이아손이 “그저 그 지독한 여자와 살아주었다는 것만으로” 영웅으로 둔갑하는 상황을 꼬집기도 하고, 콘스탄틴 브란쿠시의 「남자의 토르소」를 미사일에 비유하며 남성 중심적 사고를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