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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성남훈 - 혜선이 이야기 한금선 - 아주 오래된 고독 이재갑 - Another Korean 안세홍 - 우리 밖의 호센 김문호 - People on the Border 박영숙 - 또 다른 현실 곽상필 - 절망을 넘어선 자화상 최민식 - 가난과 소외에 관한 에필로그 김용석- 차이를 범하는 차별 작가 프로필 별책 염중호 - 이 편할 노무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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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경복궁 역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이 설치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유도블록을 따라가면 다쳐요. 노점상이나 오토바이들이 받쳐져 있거든요. 학교 앞도 이러한데 다른 곳은 어떻겠어요. 간혹, 인도로 오토바이가 지나갈 때면 가슴이 철렁해요. 같이 가다 앞이 전혀 안 보이는 언니가 다치면 제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같이 안 다니려고 해요.
길에 나가는 게 무서워요. 지하철을 탈 때 우리는 표를 무료로 받거든요, 학교에서 가까운 경복궁 역은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다니니까 문제가 없는데 여의도나 다른 역은 무료로 주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나봐요. 우리는 얼굴에 표시가 나니까 장애인증을 잘 안들고 다니는데, 장애인증이 없으면 표를 안줘요. 그럴 땐 참 마음이 아파요. --- p.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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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나를 찾아주었다. 나는 마치 사진만이 나를 구원해줄 수 있다고 여겼고 사진에 나를 송두리째 맡겨버렸다. 솔직히 사진은 나에게는 종교 이상이다. 사진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사진이다. 내가 일생 동안 찍어온 사진의 역사는 바로 내 삶의 느낌을 정직하게 전하려 한 것이다. 내 눈은 항상 낮은 데로 향해있다. 내 흑백 사진 속에는 희로애락이 공존한다. 내 사진의 태반을 차지하는 가난한 사람들... 지울 수 없는 얼굴들이다.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11집까지, 내 사진집 속의 인간 군상에서는 가슴 저미는 삶의 향기가 묻어난다. 후세에 내가 살아간 시대의 전체적인 사회구조가 이러했다는 역사적 증언으로서의 기록을 남기리라 마음먹었다. 내가 사는 시대를 한 단계 높여 역사적 영원성 속에서 투시한 것이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생명력의 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진정한 리얼리즘 사진가로서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진실한 창작을 위한 자기 외침과 몸부림이 있을 뿐이었으며 후미진 곳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인간이 머무는 곳은 나의 사진 영역이다. 그곳은 꾸민 것, 느껴지지 않는 것, 가식적인 것을 부정한다. 나는 사진에 좀 더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휴머니즘적인 정의사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외롭게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어떻게 내 의무를 다하면서 그들을 위하여 창작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허튼 수작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게 하는 절대적인 빛이 있다고 자부하며, 가난한 그들과 함께 살다가 죽을 것이다. --- p.1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