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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무선의 시대 2. 디아스포라들의 공동체 3. 심온 측정법 4. 유선의 반란 5. 표정 없는 전쟁 6. 유령 걸음 7. 불가사리 병정 8. 정답은 얼굴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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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졸업을 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지겹고 긴 내년기(來年期)를 아직까지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줄어들지 않는 청년 실업과 창고 안에 쌓아두는 자격증과 졸업장, 늘어나는 졸업 보류 현상이 빚어낸 산란한 시기가 내년기였다. 내년기가 오기 전까지는 누구나 행복했고, 내년기에는 누구나 불안했고, 내년기를 빠져나가면 누구나 안도했다. 일생을 ‘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로 나눈다면 내년기는 청년기와 장년기 사이에 위치하는 셈이었다. 아니, 도리어 청년기 옆에 괄호를 쳐서 내년기라고 적어넣어야 할지도 몰랐다. 더 이상 푸르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표정들이 모든 것을 내년으로 미루고 있었다. 내년에는 한 자리 차지하고 있겠지, 내년에는 떳떳해질 수 있을 거야, 하고 자기 자신에게 주문을 걸면서 올해에도 모두가 좁디좁은 도서관에 처박혀 있었다. 두꺼운 창을 뚫고 쏟아져내리는 매미 소리마저 내년 내년, 혹은 네년 내년, 으로 들렸다. 네년은 내년이면 성공할 것이라 믿고 있겠지, 하고 비웃는 것 같았다.
--- pp.2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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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있는 모든 전선이 사라지고 있는 2030년, 무선의 시대에 필승은 ‘내년기(來年期, 주로 대학을 졸업하기 전의 청년들이 취업이나 졸업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방황하는 시기, 3년~5년 정도의 취업 준비 기간)’에 머무르면서 취업 준비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필승은 회사 면접에 보기 좋게 실패한 뒤 엄마의 강요로 갯벌에 위치한 ‘불가사리 섬’에 가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여성 기상 캐스터 이날을 만난다. 이날은 사람들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급성 안면 마비에 걸린 상태이다. 두 사람은 폐기된 전선을 관리하면서, 안면 마비 환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유선의 반란-표정을 말하는 라디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하게 된다. 불가사리 섬 옆에 있는 시각장애인센터 사람들과도 정을 나눈다.
그러나 인공 섬 ‘트윈클 트라이앵글’이 불가사리 섬과 시각장애인센터를 허물고 갯벌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필승과 이날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이제 이들은 시각장애인센터와, 두루미가 살고 있는 습지보호구역인 갯벌을 지키기 위해 방송을 하기 시작한다. 기계와 사람을 이어주는 전선 대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전선을 발견하면서 이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고 ‘트윈클 트라이앵글’의 준공식 날, 불가사리 섬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함께 만들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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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와 이대학보사 공동 주관으로 실시되는 〈이화글빛문학상〉 경장편 소설 공모의 제5회 수상작이다. 올해의 수상자는 국문과 졸업생(2010년 2월 졸업) 권혜린 씨로, 장편소설다운 갈등 구조와 뚜렷한 주제 의식,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문장들로 완성도 높은 글을 썼다는 평을 받았다. 이 책은 모든 것이 유선(有線)에서 무선(無線)으로 변해가는 2030년을 배경으로 사람들 사이의 교감과 소통이 점차 사라져가는 현상을 안면 마비 증세와 연관시키면서, 환경 문제와 장애인 복지 문제,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의 아픔 등을 적절히 배치하여 스토리를 전개시켜나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는 청년이 온통 자기 자신에게만 향해 있던 관심을 타인과 세상을 향해 돌릴 때 도리어 자신을 괴롭히던 불안과 염려를 떨쳐내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서로간의 유대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고민하면서 사회의 암울한 문제들을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화글빛문학상〉 에 대하여 이화여대출판부와 이대학보사가 공동 주관하는 이화글빛문학상은 젊은 세대에게 글쓰기 문화를 장려하고, 미래의 소설가를 꿈꾸는 이화인들을 격려하고자 제정되었다. 이대학보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생문예작품 현상모집(단편, 희곡, 문학평론, 시 분야)과는 차별을 두어 모집 분야를 경장편 소설로 정하고, 500만 원의 고료 지급, 단행본 출간을 실시하여 본격적인 문학상으로서의 골격을 갖추도록 했다. 이는 이화글빛문학상이 단순한 교내 행사에 그치지 않고 수상자로 하여금 기성 문단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되게 하기 위함이다. ‘이화글빛문학상’이라는 이름은 본교의 학교명과 문예물을 전문 출간하는 이화여대출판부의 패밀리 브랜드인 ‘글빛’을 합쳐 만들어진 것이다. 2006년 제1회 이화글빛문학상에는 서수진(이화여대 국문과, 2006년 졸업)의 『꽃이 떨어지면』이 당선되었고, 2회에는 당선작이 없었다. 2008년 제3회에는『연화전』(정시은, 이화여대 국문과 2008년 졸업), 2009년 제4회에는 『Andante, 안단테』(강윤정, 이화여대 국문과 2009년 졸업)가 당선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