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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2권)
완벽한 신사― 브렛 배틀스 약삭빠른 갈색 여우― 로버트 S. 레빈슨 돼지 파티― 더그 알린 장밋빛 인생― 도미니크 메나르 녹― N.J. 에이어스 애국적 행위― 크리스틴 캐스린 러시 피부와 뼈― 데이비드 에드걸리 게이츠 오 양의 정반대― 마틴 리먼 메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빌 프론지니 조너스와 요부― 찰스 아데이 길거리의 개들― 노먼 패트리지 색 오 워― 존 하비 *수록 작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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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니 원하는 건 다 가지고 가버려요.”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스스로 곱씹어온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질문. 침입자는 경멸의 소리를 냈다. “당신이 소설에다 쓰는 대화는 그보다 한 수 위잖아, 거스.”
“내 소설을 읽었소?” “맬로 부인이 늘 하는 얘기가 뭐야? ‘이런 못된 녀석 같으니, 난 너의 다정하신 어머니뻘 되는 사람이야.’ 이 대사는 볼 때마다 아주 웃겨 죽겠다니까. ‘네 어미는 죽어서 지옥에 갔지, 그년한텐 지옥이 딱이야. 네 아빠라고 행세하는 염병할 구더기 새끼들과 함께 팍팍 썩겠지.’” “그런 문장은 쓴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맬로 부인은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아.” “아니지, 맬로 부인 대사가 아니니까. 이 대사는 지금 막 발표된 신작 소설 「적시의 밀고자」에 나와. 기억이 안 나는 건 네가 쓴 얘기가 아니라서 그렇겠지. 저자 이름으로 네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말이야.” --- pp.74-75 나는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그 애의 목울대에 얹었습니다. “네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말했지요. “네가 뭔가 노래를 부르면 아직 그 목소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거다. 이 손가락에 진동이 느껴질 거야. 너 목이 속속들이 다 차갑구나. 그것도 이유일 거다. 하지만 차차로 더워지겠지.” “이러지 마요. 날 가만 놔두라고요.” 그 애가 다시 말했어요. “날 내버려둬요, 숨을 못 쉬겠잖아요.” 그 애가 비명을 지르려면 지를 수도 있었겠지요. 옆집에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층계참 건너편 집에 그 두 사내놈들 말입니다. 그 애는 속삭이는 소리로만 말했어요. 그건 마치 우리 둘 사이에 비밀이 탄생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노래하렴.” 내가 그 애에게 말했습니다. “뭔가 노래를 해봐. 네가 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피아프 노래를 해보려무나. 〈장밋빛 인생〉을. 노래해.” 그 애가 무언가 웅얼거리자 그 애의 목울대가 내 손 아래에서 진동했습니다. 더욱 낮은 소리로 웅얼거려서, 귀로는 들을 수가 없었지요. 우리는 오랜 시간을 그렇게 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애는 다시 눈을 뜨지 않았어요. 그 애는 더 이상 나를 밀쳐내려고 하지 않았지요. 두 손을 무릎에 둔 채, 조용히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애의 것 같지 않았던 그 미소는 그 애의 얼굴에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 애는 움직이지 않았어요. --- pp.141-142 구조대원들이 도착했을 때쯤에 대런 피처는 의식을 잃은 후였고, 구조대원들과 응급실 의사들이 갖은 노력을 다했음에도 그날 아침 6시를 조금 지난 시각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 여러 바늘 꿰매고 붕대를 친친 감은 엠마 로리는 하룻밤 병원에 있다가 풀려나왔다. 그녀의 아이들은 사회봉사 긴급구조반에서 몽땅 싸서 데려갔으니 단기 보육 대상으로 보살핌을 받게 될 터였다. 톰 화이트모어는 강둑으로 차를 몰아가서 강 건너편 인도교에 섰다. 거무스름한, 유리 같은 표면의 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머리를 날개 밑에 넣고 잠든 백조의 희끄무레한 형체들을 바라보았다. 머리 위로 하늘은 맑았고 드문드문 별이 돋아났다. 마침내 집에 왔을 때는 새벽이 다 된 때였다. 집 안 난방은 방금 가동되어 들어오고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쌍둥이의 방에 이르자, 그런데도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쌍둥이의 침대들은 하나하나 세심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담요는 깔끔하게 젖혀 접어놓았다. 혹시 모르니까 금방 눕힐 수 있게. 그는 오랫동안 거기 서 있었다. 서서히 밝아온 빛이 주위를 감싸도록 그대로 서 있었다. 또 하루의 시작이었다. --- pp.497-4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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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장르문학 거장들의 단편소설을 한눈에 본다
미스터리, 크라임, SF,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등 외국 장르소설계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미권에서 오늘날 가장 사랑받고 주목받는 작가들의 최신 작품들을 하나의 타이틀로 만나기란 쉽지 않다. 마이클 코넬리, 조이스 캐롤 오츠, 빌 프론지니, 톰 피치릴리, 노먼 패트리지, 찰스 아데이, 존 하비, 패트리샤 애보트, 샬레인 해리스, T. 제퍼슨 파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영미권 장르문학 대표주자 28인이 『밤과 낮 사이』에 모였다. 여기에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걸작 장르 앤솔로지를 탄생시켜온 명편집자 마틴 H. 그린버그와 본인도 유명 추리소설가이자 편집자인 에드 고먼의 공이 가장 컸다. 이 특별한 테마 소설집은 ‘장르소설’이라는 단 하나의 주제 아래 작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스타일을 마음껏 칼처럼 휘두른 눈부신 단편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총28편에 이르는 작품들은 결과적으로 장르소설의 모든 유형을 망라한다. 자타공인 ‘범죄소설의 제왕’ 마이클 코넬리가 내놓은 단편「아버지날」에서는 그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인 LA경찰청 형사 해리 보슈가 등장하여 생후18개월이었던 어린 피해자의 죽음을 파헤친다. 물론 자신의 인기 장편소설 시리즈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또 하나의 사이드스토리로서 단편을 쓴 작가는 코넬리만이 아니다. 미드 〈트루 로맨스〉의 원작자로도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샬레인 해리스의 「운이 좋아」는 평범한 인간과 초능력자, 뱀파이어, 늑대인간 등이 어울려 살아가는 로맨틱 미스터리 남부 뱀파이어 시리즈의 단편이고, 제레미아 힐리의 「모자 족인」은 테스 캐시디 시리즈에 속한 것이며, 스티븐 호큰스미스의 「악마의 땅」은 그의 암링메이어 형제 시리즈의 단편으로서 카우보이 탐정 형제 특유의 좌충우돌 소동극을 펼친다. 반면에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통해 반세기 동안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조이스 캐롤 오츠의 「첫 남편」은 한 남자의 사소한 의혹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파국의 과정을 냉정한 문체로 보여준다. 11살에 목격한 가족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놓고 60년도 더 지난 후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서야 겨우 그 실상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여인의 이야기인 패트리샤 애보트의 「그들 욕망의 도구」,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톰 피치릴리의 「밤과 낮 사이」와 로버트 S. 레빈슨의 「약삭빠른 갈색 여우」는 작가로서 수명을 위협받으며 추락의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히스테릭한 남성 소설가를 화자로 내세워 그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린 실제 범죄자와의 교집합을 냉소적으로 비틀며, 비 오는 날 아침 파리의 벨르빌 거리에서 아름다운 소녀가 교살당해 버려진 시체로 발견되자 범인을 나름대로 수사해가던 추리소설가 지망생이 급작스럽게 마주친 진실을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장밋빛 인생〉을 모티프로 그려낸 도미니크 메나르의 「장밋빛 인생」 같은 작품은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모순과 연민이라는 두 가지 통로로 잘 드러내고 있다. 제각기 세부 장르는 달라도 이 책에 담긴 28편의 장르 단편소설들은 공통적으로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다. 늑대인간이 나오든 뱀파이어가 나오든, 20세기 초의 미국 뉴욕 슬럼가를 배경으로 하든 21세기 프랑스 파리의 재개발지구를 배경으로 하든,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살인이든 사기나 마약, 방화이든 간에 장편소설에 비해 현격히 짧은 분량인 단편소설 속에서 자신만의 문체로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며 개성 있는 캐릭터와 사건을 조율해가는 작가들의 능수능란한 솜씨는 그간 한국에서 발현된 단편소설이 좀처럼 주지 못한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